법원 “휠체어리프트 없는 고속·시외버스 장애인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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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법원 “휠체어리프트 없는 고속·시외버스 장애인 차별”
광주장애인들, 7년만에 일부 승소
신규 버스 도입시 순차적 설치
회사 설치 비용 부담 주장 수용
장애인단체 “차별 인정받아” 환영
  • 입력 : 2025. 02.20(목) 18:42
  • 정유철 기자 yoocheol.jeong@jnilbo.com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공익변호사가 함께하는 동행 및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가 20일 오후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7년만에 나온 소송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현기 기자
광주지역 장애인들이 ‘여행 가고 싶을 때 여행 갈 수 있는 권리’를 위해 고속·시외버스에 휠체어 탑승 설비(리프트)를 설치해달라며 차별구제 소송을 제기한 지 7년만에 일부 승소했다. 국가와 광주시에 대한 청구는 차별 행위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기각됐지만, 금호익스프레스 측은 앞으로 신규로 도입하는 버스의 일정 비율만큼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해야 한다.

광주지법 제14민사부(재판장 나경 부장판사)는 20일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회원 등 5명이 국가·금호고속(금호익스프레스)·광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차별 구제소송에 대해서 원고측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금호측에 단계적으로 신규 버스 도입할 때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할 것을 명령했다. 다만 2026년 1월1일부터 12월 31일까지는 신규 도입 버스 중 5%, 2027년 8%, 2029년 20%, 2030년 35%, 2032년 50%, 2035년 75%, 2040년 100%의 최소 선을 그어주며 휠체어 리프트 설치 비용이 부담된다는 금호익스프레스 측의 주장도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장애인들은 아쉬운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차별을 인정받았다는 점과 먼 미래를 고려하면 고무적이라는 입장이다.

광주장애인철폐연대 측은 이날 광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로 고속버스에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되지 않은 것과 승강장에 승하차 편의 제공이 되지 않은 것이 차별이고, 이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적극적인 의무가 있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금호고속이 매년 새로 도입하는 신규버스는 10% 수준으로 사실상 앞으로 몇년동안은 휠체어 리프트가 도입된 버스가 없는 상황은 마찬가지겠지만, 2040년에는 장애인들이 스스로 원할 때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광주시, 운수회사(금호고속·금호익스프레스)에 대한 일부 청구는 기각해 원고 측은 즉각 항소의 뜻을 밝혔다.

배영준 광주장애인철폐연대 활동가는 “7년동안 5명의 원고인이 광주시와 금호익스프레스, 정부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해왔다”면서 “하지만 광주시와 관련된 청구는 기각돼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광주시가 교통약자이동증진계획을 추진하면서 그 안에는 리프트 설치 내용 또한 있는데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항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고들은 지난 2017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근거해 정부와 광주시, 운수회사를 상대로 고속·시외버스 휠체어리프트 설치를 요구해왔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운수회사 측은 좌석 수 감소에 따른 수입 감소를 말해왔고, 광주시는 버스회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면서 반론해왔다.

이번 소송은 서울중앙지법에 제기된 저상버스 미설치 차별 구제 소송의 대법원 판단이 나오지 않아 5년만에 재개됐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해 차별은 인정하지만 리프트 설치에 대한 의무사항은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번 1심 이후, 금호익스프레스 관계자는 “재판부에 대한 판결에 존중한다”며 “판결 검토 후, 공식입장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정유철 기자 yoocheol.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