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 취재2부 기자. |
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지적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을 필두로 지난달 19일 발발한 서부지법 폭동 사태 등 혼란스러운 최근 정국을 의식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모두가 평등하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면서 ‘독서’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일종의 사치 또는 낭비로 여겨지는 실상에 놓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국민을 정보로부터 평등하게 해 준 스마트폰, 소셜미디어(SNS)는 끊임없이 생산되는 가짜 뉴스와 정치적 선동을 신속하게 퍼트릴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평등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매개체가 이제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무기로 변모한 것이다.
이렇게 거짓 정보가 난무하는 현대 사회에서 독서는 개인의 소양과 가치관을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행위가 될 수 있다. 비단 정치인들뿐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책 읽기에 동참해야 할 이유다.
독서 인구가 지속 하락하는 실정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출판업계에 내린 단비가 됐다. 통계청은 한강 신드롬에 힘입어 지난해 10월, 서적출판업 생산은 1년 전보다 2.8% 늘어 9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달 렌털전화(RX) 전문기업 프리핀스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7명이 설 연휴 기간 독서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시·전남도 또한 이에 맞춰 연계 사업을 추진하고 각종 독서문화 행사를 개최하는 등 인문학 열풍 가속화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 윤 대통령은 10일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에서 면회 온 김기현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의원 5명을 만나 “청년들이 나라의 주인 의식을 가지고 있어 다행”이라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서부지법 폭동에 동조하거나 최근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2030 청년들을 의식해 발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통령이 언급한 독서의 중요성은 현직 대통령이 이처럼 망상의 늪에 빠져 구치소에서조차 분단 이래 가장 큰 국민적 분열에 기름을 붓고 있어 더욱 시의적절하게 다가온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청년들이 더 많은 독서를 할 수 있도록 만반의 환경 조성과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