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분열·혼돈의 한국 사회, 독서 중요성 치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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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분열·혼돈의 한국 사회, 독서 중요성 치솟아
박찬 취재2부 기자
  • 입력 : 2025. 02.10(월) 18:06
  •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
박찬 취재2부 기자.
혼돈의 대한민국 사회, 책 읽기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하는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대통령은 더더욱 그런 자리”라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의 독서’라는 책을 추천하며 독서하지 않고는 통찰력과 분별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통계자료 등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사회의 독서 부재 문제를 꾸짖었고, 이는 정치계에서 구시대적 세계관과 이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멀쩡한 국민을 ‘종북좌파’, ‘반국가 세력’으로 매도하는 현실로 이어졌다고 한탄했다.

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지적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을 필두로 지난달 19일 발발한 서부지법 폭동 사태 등 혼란스러운 최근 정국을 의식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모두가 평등하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면서 ‘독서’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일종의 사치 또는 낭비로 여겨지는 실상에 놓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국민을 정보로부터 평등하게 해 준 스마트폰, 소셜미디어(SNS)는 끊임없이 생산되는 가짜 뉴스와 정치적 선동을 신속하게 퍼트릴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평등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매개체가 이제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무기로 변모한 것이다.

이렇게 거짓 정보가 난무하는 현대 사회에서 독서는 개인의 소양과 가치관을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행위가 될 수 있다. 비단 정치인들뿐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책 읽기에 동참해야 할 이유다.

독서 인구가 지속 하락하는 실정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출판업계에 내린 단비가 됐다. 통계청은 한강 신드롬에 힘입어 지난해 10월, 서적출판업 생산은 1년 전보다 2.8% 늘어 9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달 렌털전화(RX) 전문기업 프리핀스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7명이 설 연휴 기간 독서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시·전남도 또한 이에 맞춰 연계 사업을 추진하고 각종 독서문화 행사를 개최하는 등 인문학 열풍 가속화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 윤 대통령은 10일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에서 면회 온 김기현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의원 5명을 만나 “청년들이 나라의 주인 의식을 가지고 있어 다행”이라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서부지법 폭동에 동조하거나 최근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2030 청년들을 의식해 발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통령이 언급한 독서의 중요성은 현직 대통령이 이처럼 망상의 늪에 빠져 구치소에서조차 분단 이래 가장 큰 국민적 분열에 기름을 붓고 있어 더욱 시의적절하게 다가온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청년들이 더 많은 독서를 할 수 있도록 만반의 환경 조성과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