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트럼피즘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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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트럼피즘의 시대
이용환 논설실장
  • 입력 : 2025. 02.06(목) 17:51
이용환 논설실장
“나는 돈 때문에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다. 돈은 얼마든지 있다…. 거래는 나에게 일종의 예술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87년 쓴 자서전 ‘거래의 기술’은 지구상 가장 뜨겁지만, 가장 미스터리 한 인물로 꼽히는 ‘트럼프’를 이해하는 몇 안되는 책이다. 사업가로 성공한 트럼프의 가장 큰 장점은 솔직함이다. 언제 어느 때고 자신의 생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속 마음을 무식하게(?) 드러내는 트럼프. 많은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는 이유를 두고 그는 ‘주변에 부자 친구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자신이 돈을 버는 이유에 대해서도 ‘뭔가 기념비적인 건물을 짓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직설적인 화법도 그의 특징이다. ‘무슬림 입국을 전면 통제하겠다’거나 ‘멕시코 이민자들이 넘어오지 못하게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는 말은 섬뜩한 독재자의 모습이다. ‘나라 빚은 달러를 찍어 갚으면 된다’, ‘한국은 방위비를 100% 부담해야 한다’는 말도 전 세계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정작 그는 자신의 말이 문제가 되면 ‘그건 단지 제안일 뿐’이라고 가볍게 뒤집어 버린다. 이민자에 대해 ‘나쁜 유전자’로 부르고, 오바마 전 대통령을 ‘얼간이’라 부르는 등 막말도 서슴치 않는다. 폭력적이고, 험악한 언어다.

치밀하고 집요한 협상가의 모습도 가졌다. 세상의 변화를 누구보다 빨리 읽고, 성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는 협상에서 만큼은 강하고 빈틈 없고 야비할 정도로 냉정하다. ‘크게 생각하고 항상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라’, ‘발로 뛰면서 시장을 조사하고 지렛대를 사용하라’, ‘최고의 물건을 만들어라’ 등 11개의 삶과 거래의 지침도 피상적으로 알았던 그와는 전혀 다르다. 트럼프의 자서전 ‘거래의 기술’을 번역한 이재호는 이런 트럼프를 두고 ‘대단히 치밀하고 집요한 협상가이면서 거래의 달인’이라고 평가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세계 경제가 혼돈에 빠졌다. 지난 5일에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점령하겠다는 엉뚱한 구상도 내놨다. ‘중동의 모든 아랍인을 위한 것’이라는 게 트럼프의 설명이지만 ‘도움도 침략도 필요 없다’는 이슬람의 생각을 감안하면 또 다른 분란의 시작이다. 예측불가능하고 독단적인 ‘트럼피즘’의 시대. 그는 ‘거래의 기술’에서 ‘협상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설득하지만 포기해야 할 때는 아낌없이 패를 던진다’고 했다. 무턱대고 허황된 꿈을 좇는 도박꾼이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하는 전략가의 모습이다.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에 내몰린 지구촌, 트럼프를 통해 트럼프를 알고 트럼피즘의 시대에 대비할 때다. 이용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