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조선대학교 본관 3층 아름마루에서 조선대 사회과학연구원 주최로 ‘12·3 내란사태와 한국 사회’ 좌담회가 개최됐다. 정상아 기자 |
조선대학교는 20일 오후 학교 본관 3층 아름마루에서 ‘12·3 내란 사태와 한국 사회’를 주제로 한 전문가 좌담회를 열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이번 좌담회에서는 12·3 내란 사태가 보여준 한국 사회의 여러 모습을 관찰하며 진단했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2·3 내란은 윤 대통령의 권력 확대를 위한 친위 쿠데타라며 탄핵 정국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 교수는 ‘윤석열의 쿠데타와 K-민주주의의 미래’란 주제 발표를 통해 “윤 대통령이 내란을 일으킨 원인은 그의 개인적 특성보다 명태균의 폭로 이후 직면하게 된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려는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시민들의 저항과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로 명분 없는 쿠데타는 실패했다”며 “내란으로 인해 한국 민주주의가 붕괴했을 뿐만 아니라 공고화된 민주화 국가의 ‘연성권력’ 하락, 달러 환율 급등, 증시 폭락, 소비자물가지수 상승 등 경제적 불안정이 초래됐다”고 지적하며 “쿠데타를 포함한 민주주의 붕괴 위기의 재발 방지를 위한 사회대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탄핵 집회에서 광화문과 여의도 등 상징적 정치 공간인 광장의 중요성도 제기됐다.
하상복 목포대 정치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오랫동안 한국의 여론을 담아낼 만한 공간이 없었으나 지난 2009년 광화문에 광화문 광장이 조성된 이후 시민들이 정치적 주장과 목소리를 담아내면서 민주주의의 핵심적 장소로 이용돼 왔다”며 “광장은 고립적이거나 폐쇄적인 곳이 아닌 새로운 빛의 주체들의 정치적 운동 형태들이 실천되고 재생산되는 무대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군의 정훈교육과 군사문화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5·18민주화운동을 오랜 기간 연구해 온 노영근 조선대 기초교육대학 교수는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안이 통과된 직후 12·3계엄과 5·17계엄을 비교해 본 결과 북한을 핑계 삼은 대통령의 담화가 비슷하고 포고령(10호와 1호)도 상당히 유사한 것을 발견했다”며 “윤 대통령이 단순하게 국회 결의안 통과 저지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같은 초헌법적 비상기구도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이어 “12·3 내란 공모 세력들이 사전에 나름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보이지만, 특수부대원들의 느긋한 행동 등 미심쩍은 구석이 많았다”면서 “이는 스마트폰으로 현장을 촬영하고 있는 수많은 국민들과 12·12군사반란, 5·18민주화운동이 영화, 책 등의 작품으로 많이 알려진 만큼 군인들이 쉽사리 움직이기 어려웠을 것이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군의 정치적 중립과 동원의 불가능함을 위해 군의 정훈교육과 군사문화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또 계엄법이 과연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와 대안 마련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음악평론가인 최유준 전남대 호남학과 교수는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케이팝 팬들의 활동을 조명했다.
최 교수는 “강남역 살인사건, ‘다만세’(다시만난세상) 떼창의 기원, 박근혜 탄핵의 도화선이 됐던 2016년 이래, 여성의 목소리는 한국 사회 전반에서 소수자와 억압받는 이들을 대변하게 됐다. 그렇게 키워진 여성의 목소리가 이번 탄핵 집회의 선창과 후창에서 모두 두드러졌다”며 “이번 탄핵 집회에서 서로 다른 빛깔로 흔들어진 ‘응원봉’은 우리 사회의 상처받은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한 큰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음악의 힘을 통해 서로 다른 개인과 팬덤 집단들을 가로질러 연결하고 차이를 존중하면서 서로 연대가 이어진 것이다”고 풀이했다.
이어 “이번 국회 앞 탄핵 집회의 주제곡이었던 ‘다만세’는 ‘여성의 목소리’를 재현하기도 하지만, 더 넓게는 세대론적으로 1990년대생의 목소리를 재현하기도 했다”며 “이들에 대한 정치인류학적 탐구가 요청되는 동시에, 무한경쟁, 불평등, 불공정의 사회를 이들에게 물려준 ‘민주화 세대’의 성찰이 필요한 지점이다”고 강조했다.
박선희 조선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디지털 부족주의와 음모론’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개인미디어의 힘이 강화되는 미디어 환경에서 허위조작정보를 올곧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면서 “정치적 토론과 숙의를 강화하는 교육과 디지털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해독 하고 의미 있는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재관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내란 사태에서 중국 음모론의 대상이 된 현실에 대해 “비상계엄과 중국 음모론의 연계 담론은 비상계엄을 합리화하기 위한 윤석열 친위 쿠데타 옹호 집단의 하나의 근거없는 낭설이자 선동에 불과하다”며 “비상계엄 발동의 원인이 종북 전체주의 세력을 척결에 두고 있고, 중국과 북한을 묶어 놓고 민주당이 이들 세력과 결탁하고 있다는 가설 자체가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