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예술극장 극장1에서 ACC 신년음악회 ‘빈 소년 합창단’ 공연이 열렸다. 박찬 기자 |
지난 17일 ACC 신년음악회 ‘빈 소년 합창단’ 공연 시간이 다가오자, ACC 예술극장 극장1 내부는 공연을 보기 위한 관객들로 북적였다. 박찬 기자 |
새해를 맞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ACC재단)이 준비한 ACC 신년음악회 ‘빈 소년 합창단’ 공연이 지난 17일 ACC 예술극장 극장1에서 열렸다. ‘빈 소년 합창단’ 단원들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는 참사와 국정의 혼란 속에 상처가 아물지 않은 관객들에게 위로와 치유를 선사했다.
올해 창립 527주년을 맞이하는 ‘빈 소년 합창단’은 유네스코 지정 무형유산으로 등재돼 역사와 전통, 음악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세계적인 합창단으로 슈베르트와 하이든이 활동하고 모차르트가 지휘자로 함께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1498년 막시밀리안 1세의 칙령에 따라 빈 궁정성당에 소속된 성가대로 시작한 ‘빈 소년 합창단’은 프랑스의 파리 나무 십자가 소년 합창단, 독일의 퇼처 소년 합창단과 함께 세계 3대 합창단으로 꼽힌다.
이번 ACC 신년음학회는 전북 익산, 부산, 서울 등으로 이어지며 여섯 차례 진행되는 ‘빈 소년 합창단’ 전국 순회공연 중 첫 무대다.
이날 오후 7시께 공연을 앞둔 ACC 예술극장 극장1 로비는 세계적 명성을 지닌 ‘빈 소년 합창단’의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찾은 관객들로 북적였다. 특히 가족·연인 단위 관람객들이 눈에 많이 띠었다. 공연 시간이 다가오자, 객석은 한 석의 빈자리도 없이 가득 채워졌다.
이번 공연은 ‘빈 소년 합창단’의 장기인 성가를 비롯해 뮤지컬, 오페라, 각국의 민요, 대중적인 영화 주제곡 등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채워졌고,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과 단원들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하모니를 이뤘다.
공연 시작에 앞서 지미 치앙 지휘자가 무대로 나와 올리버 슈테히 지휘자가 사망했다는 비보를 전했다.
그는 “건강상의 이유로 이번 한국 투어에 함께 하지 못한 올리버 슈테히 지휘자가 지난 14일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함께했던 지휘자를 잃은 단원들의 상심이 크다. 오늘 우리는 올리버 슈테히 지휘자를 기리기 위해 공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주항공 참사’로 목숨을 잃은 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1부에서 선보이기로 한 곡 중 슈베르트의 ‘마왕’을 추모곡인 모차르트의 ‘아베 베룸’으로 변경했음을 알렸다. 이같은 결정은 ACC재단과 지미 치앙 지휘자의 협의를 통해 이뤄졌다.
지미 치앙 지휘자가 사전 설명을 끝마치자 ‘빈 소년 합창단’의 단원 22명이 무대에 올랐다. 이 중 3명은 한국인 단원이었다. 관객들은 박수로 이들을 맞이하며 다소 숙연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공연이 시작됐다.
지미 치앙 지휘자의 피아노 선율에 맞춰 ‘빈 소년 합창단’ 단원들의 아름다운 하모니가 울려 퍼졌다.
공연의 1부에서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황제 왈츠, 작품번호 437’을 시작으로 로베르트 슈만, 프란츠 슈베르트, 요하네스 브람스 등이 작곡한 익숙한 성가들의 멜로디가 극장을 가득 메웠다.
객석의 관객들은 ‘제주항공 참사’ 추모곡으로 선정된 모차르트의 ‘아베 베룸’이 들리자, 위로와 슬픔을 공감하며 음악과 호흡했다.
ACC 신년음악회 ‘빈 소년 합창단’ 공연이 개최된 ACC 예술극장. 박찬 기자 |
지난 17일 ACC 예술극장 극장1에서 열린 ACC 신년음악회 ‘빈 소년 합창단’ 공연이 후반부에 이르자 지미 치앙 지휘자가 단원들을 향한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박찬 기자 |
2부는 우리나라의 민요, 유럽 민요, 친숙한 팝송 등으로 구성돼 분위기가 한층 고조됐다.
2부 초반에는 한국인 단원 3명이 무대 앞으로 나와 ‘아리랑’을 부르며 감동을 선사했다. 이들의 무대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큰 호응과 함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어 대중에게 익숙한 영화음악들이 단원들의 미성으로 흘러나왔다.
영화 ‘메리 포핀스’에 나온 ‘침침 체-리’, 영화 ‘바비’에 나온 곡으로 유명한 빌리 아일리시의 그래미상 올해의 노래 수상곡 ‘What Was I Made For?’(나는 무엇을 위해 만들어진 존재일까요?)는 차분하면서 애절하게 울려 퍼졌다.
이후 디즈니 영화 ‘인어공주’ 주제곡 ‘언더 더 씨’를 선보이며 밝고 경쾌한 분위기로 전환됐다. 지미 치앙 지휘자는 공연 중간 관객들에게 호응을 유도했고 관객들도 이에 박수로 박자를 맞추며 화답했다.
특히 우리 민족의 상징적 민요 ‘아리랑’을 다국적으로 구성된 ‘빈 소년 합창단’ 단원들이 한국어로 다시 합창하며 최근 일어난 여러 사건·사고로 침통한 관객들의 마음에 위안을 안겼다.
마지막으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왈츠, 작품번호314’를 선보인 뒤 공연은 막을 내렸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