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성(31)씨가 순천 도심 길거리에서 10대 소녀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4일 오전 순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자신의 신변을 비관하며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학생을 무참히 살해한 박대성(31)에게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김용규 부장판사)는 9일 살인 및 살인예비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대성에 대한 1심 선고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박대성은 지난해 9월 26일 오전 0시 40분께 순천시 조례도 한 도로변에서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주변 인기척까지 확인한 뒤 10대 여학생 A양의 뒤를 쫓아가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박씨는 1차 범행 이후에도 흉기를 소지한 채 2차 범행을 목적으로 홀로 영업장을 운영하던 여성들만 골라 술집에 들러 맥주를 시키거나 노래방을 찾아 업주를 방으로 부르는 등의 방식으로 살인을 시도한 혐의도 받는다.

앞서 검찰은 박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별다른 이유 없이 길을 지나가고 있었을 뿐인 A양을 상대로 살인 범죄를 실행했고 이후에도 칼을 소지한 채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칼을 허리춤에 숨기고 피해자들이 운영하는 술집과 노래방에 들어가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등의 말을 하기도 하며 살인죄를 실현할 수 있는 준비행위와 목적 모두 인정된다”며 “(박대성이)주장했던 바와 같이 술에 취해 기억을 하지 못하는 이른바 ‘블랙아웃’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범행을 위한 의식적인 준비 행위, 은폐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던 사실이 인정디는 이상 피고인의 인지 기능이나 의식 상태에 장애가 있던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범죄로 인한 결과가 매우 중대할 뿐 아니라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자신과 관계도 없는 사람을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피고인의 죄질이나 범행 동기가 매우 불량하며 피해자들의 피해를 배상하고 위로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가 취해진 사실이 없고 피해자들과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면서 “다만 범행 대상을 특정하고 범행에 이르는 전체 과정을 비추어 볼 때 계획적 범행인 동시에 순간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며 사전에 치밀한 계획까지 있었던 것으로 보긴 어려운 점, 여러 차례 형사 처벌을 받았지만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