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향기·이미경>세상을 밝게 비출 우리들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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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칼럼
문화향기·이미경>세상을 밝게 비출 우리들의 아이들
이미경 (사)맥지청소년사회교육원장
  • 입력 : 2024. 12.17(화) 17:46
“교수님, 저는 세상에서 가장 크고 멋진 아쿠아리움을 만드는 것이 꿈이예요” 대학 합격을 기다리면서 오후에 발표된 00학교의 불합격 소식으로 눈이 퉁퉁 부은 얼굴로, 하지만 미소를 띄면서 A가 이야기 한다. 물고기를 좋아해서 그렇구나 생각하는데 “아쿠아리움에 와서 밝게 웃고 좋아할 아이들을 보고 싶어서 만들고 싶어요.” 아!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어떻게 그렇게 아름다운 생각을 한 거야? 대단하다. 놀라워”하면서 내 마음이 훈훈해졌다.

2년 전 겨울에 처음 만난 아이는 세상이 올바로 돌아가지 않는 것으로부터 많이 힘들어하고 상처에 쉽게 무너져 내리는 가녀린 소녀였다. 불의와 타협하려는 어른들이 싫고, 여자라서, 청소년이라서 참아야 하는 것도 용납이 되지 않았다. 문학책을 좋아하고 수학에도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지만 제도권학교 안에서 적응이 힘들었다. 학교를 그만두고 2년여를 아프게 지내다가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입시를 준비하게 됐다. 생각만으로도 힘든 공부를 다시 시작하면서 자신도 몰랐던 능력을 알게 되면서 수학성적을 9등급에서 2등급까지 올려놓았다.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작년에는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지 못해서 재수를 선택하고 열정을 다해 공부하고 자신을 성장시켜나갔다.

눈물도 많고 마음이 여린 아이는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하나하나 자신을 완성해 나갔다. 왼손잡이 인데도 필체가 너무나 좋은 아이의 요점 정리한 공책을 보면서 감탄했다. 일일계획표를 작성해 실행에 옮겨가면서 힘들지만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갔다. 드디어 수학능력시험을 보고 원하는 대학에 논술고사를 보면서 떨리고 불안한 마음을 다독이면서 이겨냈다. 수능을 마치고 우리 쉼터랑 학교밖청소년에게 봉사를 하고 싶다고 하였다. 돈을 버는 일은 다음에 하고 순수한 봉사를 하고 싶다고 하는 아이에게 한 없이 감사한 마음이었다.

12월8일에 만나기로 약속이 되있었는데 갑자기 연락이 왔다. 아무래도 서울 집회에 갔다 와야 할 것 같다고 하였다. 어제 탄핵이 될 줄 알았는데 안 되서 잠도 못잤다는 아이에게 서울집회에 다녀온 선배로써 이것저것 일러주었다. 무엇보다 젊은 친구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였다. 정말이지 어른들이 걱정하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였다. 젊은 여성들이 혼자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끼리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서로를 보호하고 나눔을 솔선수범하면서 잘 왔구나 생각하고 왔다고 하였다. 항상 자신의 삶만 생각하고 살아간다고 생각했던 수 많은 젊은이들을 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2024년 12월3일은 그런 의미에서 한편으로 의미 있는 날인 것 같다고 생각되었다. 시간이 흘러 대학 합격자 발표가 시작되었다. 기적은 노력하는 자에게 일어난다고 하였는데 정말 기적이 일어났다. 그렇게도 원하던 연세대학교에 합격을 하게 된 것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울면서 감사하다고 전화가 왔다. 이게 생시인가? 싶을 정도로 기쁘고 행복했다. 질풍노도와 같은 시기를 보내고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치열하게 싸운 아이가 새로운 시작을 하려고 하고 있다. 너무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아이가 또 다른 세상에서 만나게 될 수많은 일들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세상의 참된 리더가 될 수 있게 언제까지나 함께 해주어야 하겠다고 다짐해본다.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힘든 아이들을 보면서 따뜻한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착한 마음씨를 가진 아이가 만들어 갈 아름다운 세상이 기대된다. 형형색색 다양한 물고기들이 살랑살랑 자유롭게 노니는 아이의 아쿠아리움 앞에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그려진다. 아직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많은 청소년에게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

세상은 살아 볼만한 곳이라고.우리에겐 희망이 있다고. 2024년!! 정말 내게는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생각하고 원하는 것은 모두 이루어졌다. 다가올 2025년이 기대된다.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이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길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