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아카이브 전시 ‘박조열과 오장군의 발톱’ 개막식을 11일 아시아문화박물관 기획전시실2에서 개최한 뒤 내년 3월23일까지 선보인다. 사진은 이번 전시에 공개되는 고 박조열 작가가 ACC에 기증한 기록물들. ACC 제공 |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11일 ‘박조열과 오장군의 발톱’ 아카이브 전시를 아시아문화박물관 기획전시실2에서 개막식을 열고 내년도 3월23일까지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15년 고 박조열 작가가 ACC에 기증한 기록물로 구성되며, ‘오장군의 발톱’과 ‘토끼와 포수’ 등 희곡 초고를 비롯한 각종 저술과 다수의 공연 기록물을 선보이는 자리다.
‘박조열(1930~2016)’은 함경남도 함주군 출신으로 흥남 철수 작전 때 월남해 13년간 군인으로 복무하고 예편 이후에는 극작가로 활동했다. 박 작가의 대표 희곡 ‘오장군의 발톱(1974)’에는 6·25전쟁과 남북 이산가족이라는 개인적 경험이 담겨있다. 작품 속 등장하는 주인공 ‘오장군’을 통해 평범한 인물이 전쟁 속 소모되는 비극을 다룬다.
이 작품은 냉전 체제의 심화와 반공 이념이 강조된 시기에 공개돼 전쟁과 군대를 소재로 한 이유로 감시와 통제의 대상이 됐다. 집필 다음 해인 1975년 극단 자유극장의 초연을 불과 며칠 앞두고 검열기구의 ‘공연 불가 판정’을 받아 14년이 지난 1988년에야 ‘오장군의 발톱’은 극단 미추에 의해 초연됐다. 이 공연은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상, 작품상, 연출상, 희곡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박 작가는 지방 연극제의 도입, 한일 간 연극 교류, 창작극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 인물로도 알려졌다. ‘연극 대본 사전 규제’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하며 ‘표현의 자유’ 운동을 주도해 연극계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번 전시에서는 박조열의 삶과 그의 대표작 ‘오장군의 발톱’을 집중 조명함과 동시에 1960~1970년대 공연계의 상황과 이에 대응한 그의 활동을 소장 기록물로 살펴볼 수 있다.
ACC 아카이브 특별전 ‘박조열과 오장군의 발톱’ 포스터. ACC 제공 |
이번 전시를 기획한 강슬기 ACC 학예연구사는 “지난 2014년 박조열 선생이 작고하기 전 첫 접촉을 한 뒤 2015년부터 기관들과 함께 아카이브 전시를 위한 본격적 타진에 들어갔다”며 “박 선생의 기록물들을 수집·정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우리나라 연극계에 큰 영향을 미친 거목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시장의 마지막 챕터에서 다루는 ‘검열과 표현의 자유’에서는 박 작가가 생전 이러한 활동을 하게 된 배경과 당대 검열이 이뤄진 과정 등을 상세히 설명하며 그의 가치관을 확고히 알리는 시간도 이어진다.
한편 전시와 함께 낭독 공연도 개막일인 11일 ACC 극장3에서 열린다. 국립극단이 선보이는 ‘오장군의 발톱’ 낭독회 공연은 신재훈 연출가와 이승호 음악감독이 맡아 진행한다. 낭독 공연 예매는 ACC 누리집(www.acc.go.kr)에서 할 수 있으며 관람료는 무료다.
이번 전시는 국립극단을 포함해 아르코예술기록원 등 공연문화예술아카이브 네트워크 협의체(K-PAAN)의 협력을 통해 진행된다. 아르코예술기록원은 이번 전시를 위해 당시 검열기구에 접수된 ‘오장군의 발톱’ 심의 대본과 구술 기록물을 제공했다.
이강현 ACC 전당장은 “이번 전시는 소장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외부 기관과 협력으로 이뤄진 뜻깊은 전시”라면서 “전시와 낭독 공연을 통해 작가 박조열 선생의 삶과 그의 대표작 ‘오장군의 발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