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운 취재1부 기자. |
올여름 발생한 기록적인 폭염과 집중호우는 전국 각지의 농작지과 주거지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다. 바다에는 고수온 현상이 나타나 해양 생물의 생존을 위협하고 어류의 서식지를 변화시키는 등 해양 생태계를 뒤흔들었고, 양식장에서도 고수온으로 인한 집단 폐사가 속출했다.
당연하게도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상기후 여파로 농산물 작황이 급감하고 어획량이 줄어들며 ‘밥상물가’ 폭주가 시작됐다. ‘금사과’, ‘금상추’, ‘금배추’에 이어 ‘금전어’까지. 어느 것 하나 마음 편히 구매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우리 밥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각종 먹거리들이 폭염으로 인한 식량 가격 급등 현상을 칭하는 합성어 ‘히트플레이션(열(Heat)+인플레이션(Inflation))’의 이름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앞으로 세계 곳곳에서 기후 변화에 따른 식량 생산량 감소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에서도 그 예시를 찾을 수 있다. ‘2090년에는 고랭지 배추를 더 이상 맛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 기상청의 기후변화시나리오(SSP5-8.5)에 따르면 강원도 내에서 가장 기온이 낮은 태백의 연평균 최고기온은 △2021년 14.6도에서 △2051년 16.9도 △2071년 18.4도 △2091년 20.4도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여름 배추 재배가 불가능한 수준까지 기온이 오르는 셈이다. 농촌진흥청은 이상기후로 인해 전국적으로 고랭지 농업이 가능한 곳이 크게 줄고 있는 데다가 세균·바이러스성 병해가 생기는 규모와 빈도가 늘고 있어, 2050년에는 고랭지 배추 재배 적지가 눈에 띄게 줄고 2090년에는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변화가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한국이 심각한 식량 위기 국가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상기후는 한 계절이 지나가면 사라지는 단순한 현상이 아니다. 일시적인 식품 가격 상승에 그치지 않고 생태계를 파괴하며 사회 전반에 깊은 흔적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기후 변화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기후 변화에 대한 적응 및 대응 전략을 강화하고 지역사회와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농업과 어업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기술 혁신을 통해 기후 변화 대응력을 높이고 생태계 보호·회복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우리가 여름을 여름으로, 가을을 가을로, 한 계절을 그저 아름다운 한 계절로 느낄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