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기록관 도서실에 비치된 5·18 문학코너.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제공 |
5·18을 다룬 최초의 소설은 1987년 발표된 임철우 작 ‘봄날’이다. 단편으로 먼저 발표된 소설은 그날 이후 살아남은 자가 죽은 자에게 갖는 죄의식을 다루고 있다. 이후 이 작품은 1997년 대하소설 ‘봄날’ 다섯 권으로 장편화 돼 다시 발표되는데, 5·18의 배경과 경과 등 총체적 진실에 다가가며 그날의 참상을 충실히 재현하고 있다.
여류소설가 윤정모의 단편 ‘밤길’도 1987년 발표된 5·18 소설 초기작 중 하나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무자비한 학살이 벌어지고 김 신부와 그의 수행원 요섭이 진실을 알리기 위해 서울로 향하는 여정을 담고 있다. 동료들의 죽음을 뒤로한 채 떠나는 자의 고통과 죄의식을 그리며 소설이 담긴 작품집은 당시 판매금지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1988년 발표된 홍희담의 중편소설 ‘깃발’은 방직공장에서 일하는 ‘순분’이라는 여성을 통해 계급적 노동운동의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5·18 이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몇 편의 중단편 소설을 더 엮어 2003년 소설집 ‘깃발’로 다시 발표됐다.
1988년 발표된 최윤의 중편소설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는 5·18을 다룬 최초의 영화 장선우 감독의 ‘꽃잎’으로 만들어졌다. 5·18로 인해 정신병을 얻게 된 소녀를 통해 광주의 지독한 상흔과 국가의 무자비한 폭력성을 직시한다.
계엄군의 시각에서 쓰여진 소설도 등장했다. 정찬이 1995년 발표한 중편소설 ‘슬픔의 노래’는 5·18 당시 계엄군으로 투입돼 사람을 죽인 적 있는 ‘박운형’이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의 죄의식을 다룬다. 이순원이 1993년 펴낸 소설집의 수록작 ‘얼굴’ 또한 그저 소시민이었던 ‘김주호’라는 인물이 혹독한 훈련을 받으며 1980년 5월 광주에서 잔인한 계엄군으로 분하는 이야기다. 그는 광주에서 사람을 폭행하던 자신을 ‘익명의 공수부대원’으로 분리하며 죄책감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끝도 없는 트라우마를 겪는다.
2000년대 이후 5·18을 주제로 한 소설이 계속 이어졌다. 5·18 당시 시민군 수습대책위로 활동한 ‘행동하는 지식인’ 송기숙 교수는 2000년 ‘오월의 미소’를 발표했다. 이 소설은 5·18 당시 성폭행을 당한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가해자의 참회를 모색하고 있다. 문순태가 2000년 발표한 ‘그들의 새벽’은 5·18에 참여한 도시빈민을 소재로 쓴 장편 소설이다. 5·18의 주체는 이름없는 민초들이었음을 드러낸다.
이외에 공선옥도 5·18을 주제로 한 소설을 많이 썼으며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은주의 영화’ 등이 있다. KBS 드라마 ‘오월의 청춘(2021)’으로 만들어진 원작 동화 ‘오월의 달리기’ 또한 오월문학의 대중성을 확보한 작품이다.
‘5·18과 문학적 파편들’ 등을 쓴 심영의 평론가는 “오월소설은 1990년대 실체를 재현하는 르포적 형식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오월시가 1980년 당시 바로 발표되기 시작한 것과 비교했을 때, 소설작가들이 큰 비극을 바로 구두화 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5·18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어느 정도 드러나기 시작한 2000년대부터 다양한 오월소설이 쏟아져 나왔다. 한강의 작품 ‘소년이 온다’는 다양한 오월소설들의 밑바탕 속 탄생한 걸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오월소설은 이념적 색채로 인해 대중성이 떨어지곤 했다. ‘소년이 온다’를 통해 오월소설은 인간 보편적 감성 드러내며 대중성을 확보하기 시작했다”며 “‘소년이 온다’는 소설 전개에 있어 성인의 화자가 등장하지 않은 최초의 소설이다. 극이 중3 소년의 화자를 통해 전개돼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5·18의 비극이 극대화된다. 이번 한강의 수상으로 오월문학이 대중성을 확보하고 여러 세대를 거쳐 확장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