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법안 두고 친유럽 성향과 친러시아 성향의 국민간 충돌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법안 두고 친유럽 성향과 친러시아 성향의 국민간 충돌
<61>조지아에서 러시아와 서방 간의 패권 경쟁: 제2의 우크라이나화 또는 새로운 마이단 논쟁
조지아 의회는 대통령의 ‘외국의 영향 투명성에 관한’ 법안 거부권 무효화
법안은 외국으로부터 자금 지원받는 비정부기구(NGO)·미디어 등록하는 것
서방, 유럽연합 가입 후보 지위 박탈·비자면제 제도 폐지 등 제한 조치 주장
약소국가 패권 경쟁이 전면에 부각될 때 구조적 위기 상황에서 처하게 돼
  • 입력 : 2024. 10.10(목) 15:27
  •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
2024년 5월 14일 조지아 트빌리시 시내에서 ‘외국 대리인에 관한’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국기를 흔들며 시위하고 있다. 조지아는 유럽의 선택과 서방과의 협력을 접어둔 채 러시아와의 동맹을 향한 전략적 전환을 시작했다. 필자제공
2024년 5월 28일 조지아 공화국 의회는 대통령의 ‘외국의 영향 투명성에 관한’ 법안 거부권을 무효화하고 국회의장 서명을 통해 공표 후 해당 법률을 발효시켰다. 소위 이는 우리에게는 ‘외국 대리인에 관한’ 법안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은 외국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비정부기구(NGO) 및 미디어를 등록하는 것이다. 등록부에는 해외에서 소득의 20% 이상을 받는 법인 또는 언론 매체가 포함되지만, 개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는 조직은 법무부에 외국 대리인으로 등록하고 연간 재정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5,000라리(9,000달러 이상)의 벌금이 부과된다. 조지아에 25,000개가 넘는 NGO가 있다.

조지아는 러시아가 자국의 영토 20%를 점유하고 있어서 전통적으로 친서방, 반러시아 국가로 간주될 수 있다. 그리고 조지아 정부는 외국 대리인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에 서방 국가와의 관계는 현재 위험에 처해 있다. 이로 인해 사실상 조지아는 유럽연합(EU) 후보 지위가 거부되었다. 이어 9월 중순 미국이 인권 침해와 반민주적 행위를 이유로 조지아 공무원 2명과 개인 60명 이상에 대한 일련의 제재 조치를 발표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미국인과 유럽인들은 조지아에 이 법안을 폐지하라는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조지아는 중국, 튀르키예와 관계를 확대하고 있으며, 러시아와도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조지아와 러시아는 16년 동안 외교 관계가 단절되어 왔다. 이제 조지아는 다중 벡터 정책으로 외교 정책의 다각화를 추구하고 있다.

조지아는 카프카스 남쪽에 자리한 인구 약 371만 명의 구소련 연방 국가 중 하나다. 조지아는 러시아 군대 부분 동원령 이후 러시아인들이 이주하기를 선호하는 인기 있는 국가다. 조지아는 서방의 반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다. 2023년 5월 10일 푸틴 대통령은 조지아에 대한 비자 제도를 취소하고 해당 국가로의 직항 항공편 금지를 해제한다는 법령에 서명했다. 5월 15일부터 조지아 국민은 국경에서 여권만 제시하고 비자 없이 최대 90일 동안 러시아에 입국할 수 있다. 물론 취업 또는 교육을 포함하여 90일 이상 체류하려면 여전히 비자가 필요하다.

조지아는 오랫동안 소련의 영향권에 있었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며 조지아는 국가 건설 과정에서 어떤 정치 체제를 채택하고, 지정학적 위치에서 어떤 국제 동맹에 가입할지가 중요했다. 조지아는 2008년에 러시아가 통제하는 독립 영토인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를 놓고 러시아와 짧은 전쟁을 벌였다. 이 당시도 핵심에는 서방과 러시아의 패권 경쟁이 자리하고 있었다. 오늘날 조지아 영토에서는 러시아와 NATO 및 EU 간의 경쟁이 전례 없는 힘으로 전개되고 있다. 조지아에선 소위 외국 대리인 법으로 언론 및 시민단체 통제법이 통과되면서 대규모 반대 시위가 이어졌다. 이 법을 통해 조지아 총리는 수백만 달러를 언론과 비정부기구에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트빌리시의 국내 정치에 간섭하려는 외국 정부의 시도를 통제할 수 있기를 원한다. 그런 가운데 주권 국가로서 조지아, 제2의 우크라이나 논쟁, 또한 친서방?친유럽과 친러시아 노선을 두고 조지아 내부는 갈등과 분열 상태에 처해 있다. 외국 대리인 법을 두고 조지아 내부, 서방과 러시아의 입장은 서로 너무나 다르다.

첫째, 조지아 내부의 입장은 어떠했는가? 이 법안을 두고 친유럽 성향 대통령과 친러시아 성향 총리가 충돌했다. 법안을 제출했던 조지아 여당과 정부는 투명성과 주권 증진을 위해 해당 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지아 정부는 이 법이 자유주의적 가치를 지키고 국가 주권을 보존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수당인 여당 의원들은 야당을 ‘서방의 노예’이며 주저하지 않고 “국가의 주권을 판다”라고 주장하며, 새로운 법이 EU와 NATO로의 통합을 향한 조지아의 위엄 있는 길을 보장할 것이라고 했다.

이라클리 코바키제 총리는 자신의 나라가 새로운 우크라이나로 변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는 “이에 맞서 싸우는 것은 고통스럽고 어렵지만 항복할 경우 가까운 미래에 이 나라는 우크라이나화, 즉 조지아가 우크라이나의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조지아 의회는 대다수 국민의 합리적인 의지에 따라 행동할 것이다. 조지아 외부의 어느 누구도 우리의 국익 보호를 방해할 수 없다”라고 했다. 조지아 드림당 사무총장이자 트빌리시 시장에 따르면, 글로벌 전쟁 당사자는 조지아를 전쟁에 끌어들이고 러시아에 대항하는 제2의 전선을 열려고 하는 해외의 유력 정치인들이라고 했다. 조사에 따르면 조지아 인구의 80% 이상이 비정부기구의 투명성을 지지하며, 60% 이상이 이 법안을 직접 지지하고 있다.

이처럼 조지아 총리는 법률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당국은 국가의 ‘우크라이나화’, ‘마이단’, 러시아에 대한 ‘제2전선’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제안된 법안의 주요 목표가 국가 주권과 국가 안보를 보호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또한 미국 대표들이 전략적 파트너십과 미국의 지원에 관한 모든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조지아 고위 관리들을 초청했지만, 조지아 측은 거절했다. 조지아는 법률 채택을 거부하도록 요구하는 서방 파트너들의 압력에 굴복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조지아 총리는 미국을 방문하지 않기로 했다. 총리는 “서방에는 조지아를 러시아와의 새로운 전쟁으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국익에 맞춰 행동하고 국익을 끝까지 수호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시위에 참여한 서방에게 여당은 이러한 조치가 국가 내정에 대한 심각한 간섭이라고 말했다. 조지아에 유럽 제재를 가하는 것은 주권 침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조지아 대통령, 유엔 민족 운동당 등 반대세력은 이 법안이 러시아의 외국 대리인법과 유사하며 친러시아적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조지아 대통령 측에서는 이 법안이 ‘러시아 법’이라고 반대한다. 이 법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조국에 대한 반역’과 ‘러시아에 조지아 매각’, ‘러시아에 대한 노예’라며 비난을 하였다. 살로메 주라비슈빌리 조지아 대통령은 이 법률을 거부했다. 그녀는 자신의 결정에 대해 이 법이 본질과 정신에 있어서 러시아이며 조지아 헌법과 모든 유럽 기준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러시아 법’이라고 말하는 것은 루소포비아(Russophobia, 러시아 혐오증)의 증거라며 잘못된 것이라고 반발했다. 러시아는 2012년부터 외국 대리인법을 시행했다. 러시아 외국 대리인법도 외국에서 자금을 받고 정치 활동을 수행하는 비정부 조직이 법무부에 외국 대리인으로 등록하는 내용이 담겼다. 조지아는 자신들의 법안은 미국 외국 대리인 등록법(FARA)을 복사했다고 밝혔다. 1938년 미국에서 채택된 이 문서에는 외국 대리인이 외국과의 관계와 관련 활동 및 자금 조달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게 되어 있다. 미국 의회는 FARA를 통해 무자비한 홍보와 악성 프로파간다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이 법안을 마련했다.

둘째, 서방의 입장은 어떠했는가? 조지아 의회가 법안을 채택하자, 미국 국무부 유럽 및 유라시아 담당 차관보 오브라이언은 미국이 조지아 당국에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빌리시를 방문하는 동안 법안이 변경되지 않거나 보안군이 시위를 계속해서 강제로 해산할 경우 워싱턴이 조지아에 재정 및 여행 제한을 가할 수 있다. EU 규범을 준수하지 않고 법이 통과되고 미국과 다른 파트너에 대한 비난이 계속된다면 조지아와의 관계가 위험에 처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호세프 보렐과 EU 집행위원회는 조지아 당국에 법률을 폐기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법이 EU에 가입하려는 조지아의 야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아이슬란드,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외무장관들이 외국 대리인에 관한 법률을 논의하기 위해 트빌리시에 도착했다. 이들은 법안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여했다.

이처럼 미국과 EU는 조지아의 법안 채택에 대해 제재로 대응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일부 EU 국가들이 조지아 시민에 대한 비자 면제 제도를 중단하는 등 조지아에 대한 제한 조치를 주장했다.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 법률과 관련하여 워싱턴과 트빌리시 간의 양자 협력에 대한 포괄적인 검토가 시작했다. 조지아의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데 책임이 있는 사람들과 그 가족에 대해 새로운 비자 제한 정책이 도입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피터 피셔 조지아 주재 독일 대사는 “법률이 시행되는 동안 조지아와 EU 가입 협상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다. 이 법은 기본적 인권에 위배된다. 10월 26일 조지아에서 열리는 의회 선거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으면 이를 EU 기준에 대한 또 다른 위반으로 평가하게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독일 외무부 대변인도 이전에 조지아의 EU 회원국 후보 지위 박탈 가능성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은 자주 다른 국가의 선거에 간섭해 왔다. 카네기멜론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미국은 1945년부터 2000년까지 81차례 다른 나라의 선거에 개입했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하지 않고 서방에 종속되지 않으며 반러시아 입장을 취하기를 거부한 조지아 정부에 대한 많은 공격에도 불구하고, 조지아 정부가 국가의 주권을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국익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셋째, 러시아의 입장은 어떠했는가? 미하일 갈루진 러시아 외교부 차관은 미국과 EU 국가들이 많은 주권 국가들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0월로 예정된 의회 선거 과정에서 서방이 조지아의 상황을 확대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마이단 시나리오를 실행하려는 것이 그들의 목표라는 점을 배제하지 않는다. 서방은 러시아 국경 근처에 또 다른 긴장의 근원을 만들기 위해 권력을 장악했다. 민주주의를 훼손한다는 위선적인 비난, 유럽 및 유로-대서양 가치에 대한 비준수, 개인적인 제재를 가하겠다는 위협이 조지아의 유로-대서양을 막고 있다. 서방은 조지아의 EU 후보 지위를 박탈하고 조지아 시민에 대한 비자 면제 제도를 중단한다. 이것은 독립된 국가의 내정에 대한 노골적인 간섭이다. 이 모든 것은 주권 국가에 자신의 의지를 강요하는 신식민주의 관행의 역겨운 사례다. 우리는 조지아의 안정적인 민주적 발전에 관심이 있는 동시에 미국이나 EU와 달리 주권 국가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이 조지아의 외교 정책에서는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독립성을 획득하는 계기가 되었다. 동시에 서방과 러시아 사이의 새로운 대리전의 가능성도 있었다. 실제로 EU와 NATO는 조지아 시위를 지원함으로써 이를 자신들의 영향권에 포함시켜 남쪽에서 러시아를 포위하려 하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조지아는 러시아와의 동맹을 향한 전략적 전환을 시작했다. 조지아는 러시아와의 화해를 향해 급선회하고 있다. 또한 이 사건은 조지아와 서방 관계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제 EU 회원국 후보로서 조지아의 지위를 박탈하게 될 뿐만 아니라, 유럽과의 비자 면제 제도 폐지뿐 아니라 서구와 IMF 등 국제금융기구의 재정 지원도 축소될 수 있다.

결국 강대국의 발아래 놓인 약소국가는 내부의 정치적, 경제적 안정과 평화를 보장할 수 없을 정도로 패권 경쟁이 전면에 부각될 때 구조적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때 정치 지도자의 외교 정책이 매우 중요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글로벌 군사 레짐의 신제국주의 경쟁에서 약소국가에는 얼마나 자주 전쟁 상황이나 국가 전복 위기와 같은 사건들이 벌어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