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량 줄이고, 상춧값 더 받고” 전통시장 생존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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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음식량 줄이고, 상춧값 더 받고” 전통시장 생존 안간힘
시장 내 식당 등 원가 부담 ‘한계’
고물가·식자재비 상승 ‘궁여지책’
‘저렴하다’ 시장이미지 고수 딜레마
“손님 끊길까 예전 가격 유지” 한숨
  • 입력 : 2024. 10.09(수) 18:27
  •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는 전통시장 내 상인들도 고물가 및 식자재비 폭등을 이기지 못해 음식 가격을 인상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식당은 음식 가격을 인상하는 대신 상춧값 등 일부 재료비를 더 받거나 음식량을 줄이며 임시방편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일 말바우시장 한 횟집에 ‘상추 추가 시 3000원’이라는 문구가 붙어있는 모습.
정겨운 분위기와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는 전통시장 내 식당과 상점들이 고물가 및 식자재비 폭등을 이기지 못해 음식 가격을 인상하는 등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일부 상인은 ‘시장은 저렴해야 한다’는 이미지 탓에 손해를 보면서도 손님이 떨어질까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가격 인상 ‘딜레마’를 호소하고 있다.
서민들이 주로 찾는 전통시장 내 식당과 상점들이 식자재비 폭등을 이기지 못하고 궁여지책으로 음식량을 줄이거나 채솟값을 추가로 받는 등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통시장 경기가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장기화되는 고물가와 좀처럼 안정되지 않는 식자재값 인상에 따른 고육지책이다.

일부 상인은 ‘저렴하고 푸짐하다’는 전통시장의 이미지를 잃거나 손님의 발길이 끊길까 전전긍긍하며 손해를 보면서도 음식값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찾은 광주 서구 양동시장. 이곳에서는 지난 여름 이상기후와 고물가로 인해 급격하게 오른 식자재비와 공공요금 등 가게 운영 제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최근 소폭이나마 가격을 인상했다는 상인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정육점 사장 송모(53)씨는 “돼지고기 단가가 오른 탓에 추석 연휴 전 가격을 10%가량 올렸다. 보통 명절이 지나면 가격이 내려가는데 올해는 그대로라서 인상한 가격을 유지 중이다”며 “식당에 고기를 납품하고 있는데 ‘다른 곳은 가격을 내렸는데 왜 그대로냐’고 묻는 손님들도 있다. 저렴하게 판매하고 싶어도 돼지 단가가 오른 탓에 가격을 내릴 수가 없다. 하루빨리 물가가 안정됐으면 하는 마음뿐이다”고 말했다.

1만원 이하의 저렴한 가격에 백반을 판매하는 식당들도 최근 음식값을 인상했다.

7년째 시장에서 백반집을 운영 중인 한모(53)씨는 “식자재비뿐만 아니라 공공요금도 급격하게 올라 ‘타산이 안 맞아 더 이상 이렇게 못 받는다’고 단골손님들에게 토로했다. 단골들과 상의 후에 백반 가격을 1000원 인상했다”고 전했다.

‘시장은 저렴해야 한다’는 이미지 탓에 손님이 떨어질까봐 손해를 보면서도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일부 시장 상인들은 가격 인상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

족발을 파는 김용희(49)씨는 “동네 마트나 식당보다 저렴하게 음식을 구매하고자 오는 손님들이 많기 때문에 가격 인상이 쉽지 않다. 최근 식자재값이 많이 올라 가격 인상을 고민했지만, 결국 1년 전과 같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소 등 식재료를 판매하는 이모(68)씨도 “이윤을 조금만 남기고 최대한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는데도 ‘비싸서 못 사겠다’고 말하는 손님들이 많아 마음대로 가격을 인상할 수가 없다. 시장을 주로 찾는 고객들의 연령층이 정해져 있다 보니 손님의 요구에 최대한 맞춰야 한다는 어려움도 있다”고 토로했다.

일부 식당은 음식 가격을 인상하는 대신 상춧값 등 재료비를 더 받거나 음식량을 줄이는 등 임시방편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있다.

말바우시장 횟집 거리의 한 식당은 ‘상추 추가 시 3000원’이라는 문구를 내걸었고 또 다른 횟집은 가격을 그대로 두는 대신 음식량을 줄여 식자재비 상승으로 인한 손해를 메꾸고 있었다.

횟집 업주 손모(66)씨는 “시장이다 보니 대체로 음식 가격이 저렴하게 책정돼 있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음식값을 인상하는 대신 양을 조금 줄이는 방향을 선택했다”며 “고물가·경기침체가 심각하다는 것을 손님들도 느끼고 있으니 대부분 가격 인상을 수긍하는 편이지만, ‘왜 이렇게 비싸졌냐’, ‘양이 줄었다’며 항의하는 손님도 간혹 있다”고 푸념했다.

손씨는 “주류도 소주 2000원, 맥주 3000원으로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소주보다 맥주가 더 많이 팔리다 보니 소주와 같은 가격에 판매하면 손해가 커 가격을 1000원 인상했다. 식자재비가 폭등하는데도 손님들이 줄어들까 봐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하는 어려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