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고전에서 배우는 인간과 삶 그리고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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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고전에서 배우는 인간과 삶 그리고 행복
[신간]인간의 길, 고전에서 묻다
기세규 | 시와사람 | 1만5000원
  • 입력 : 2024. 08.29(목) 17:19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인간의 길, 고전에서 묻다. 시와사람 제공
지난 3월 광주유학대학에서 열린 2024년 광주유학대학 입학식 및 개강식에서 기세규 인문경영학 교수가 동양의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기세규 교수 제공
“소크라테스와 오후를 보낼 수 있다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내놓겠다.” 이 시대 최고 경영자로 추앙받는 스티브 잡스에게 인문학은 삶의 나침반이면서 존재의 의미였다고 한다. 어떤 어려움에 부딪쳤을 때도 그는 인류의 깨달음이 축적된 고전에서 해답을 찾았고, 고전을 통해 미래를 준비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이 강한 기업으로 성장한 애플은 그 결과물이다. ‘인문학이 없었다면 나도 없고 컴퓨터도 없었을 것’이라는 빌 게이츠나 평생 관심을 가졌던 분야가 기본적인 인간의 마음가짐이라며 항상 ‘논어’를 탐독했다는 삼성전자 이병철 창업주가 아니더라도 고전이 지닌 힘은 여전히 유효하다.

인문학이 대세가 된 지금, 광주유학대학 교수인 기세규 인문경영학 박사가 공자와 맹자 동양의 인문학을 통해 인간의 길을 탐구한 ‘인간의 길, 고전에서 묻다’를 출간했다. “불가(佛家)의 가르침뿐만 아니라 심리학에서 감정으로부터 자신을 곧바로 통제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가장 중요한 단어가 ‘알아차림’이듯 동양 고전을 통해 독자들에게 ‘알아차리는’ 방법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게 기 교수의 설명이다.

이번에 발간된 책은 그동안 기 교수의 강연과 논문을 비롯해 전남일보를 비롯한 신문과 잡지 등에서 다룬 내용을 엮은 것이다. 인간의 길에서 행복 찾기, 삶의 총량 더하기, 인간의 욕망은 필연, 바름의 질서 등 소제목에서 보이는 것처럼 수록된 글도 인간과 삶, 행복과 윤리 등이 대부분이다. 특히 그는 논어의 학이(學而)편 첫 단락에 나오는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人不知而不온 不亦君子乎’(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면 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냐)’라는 문장을 들며 분별 없는 성냄을 주의할 것을 당부하고, 공자의 평생 화두인 ‘서·恕’(용서와 사랑)로써 입장을 바꿔 남의 처지를 헤아릴 것도 권유한다. 장자의 잡편 가운데 칙양편에 나오는 ‘와우각상지쟁·蝸牛角上之爭)을 소개하며 좁디 좁은 세상에서 부질없는 싸움, 애써 다퉈봤자 아무 것도 얻을 게 없는 쓸데없는 싸움을 경계하는 대목에서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진다.

조선 선비와 일본 사무라이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맹자는 왜 혁명의 정당성을 말했는지, 인류의 정신문화를 열었던 위대한 스승의 시대는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도 그는 다양한 동양고전을 통해 명쾌하게 분석해 냈다. 수천 년 전 성현의 가르침은 오늘 날에도 인간의 삶의 가치를 규정 짓고 있는 만큼 어렵게만 느껴지는 우리 고전 사상을 대중들에게 보다 쉽게 알려주고 싶었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그가 책을 낸 이유도 유교를 중심으로 한 동양고전이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기 위해서는 현시대와의 비교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전 문구를 직접적으로 해석하는 것에 앞서 무엇보다 당시의 시대 상황을 독자들에게 충분히 이해시키고 싶은 욕심도 많았다. 앞으로 남은 숙제도 ‘우리 후대들이 인생살이의 많은 지혜가 고전에 있음을 인식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그대와 술 마시며 인생의 만고 시름을 마음껏 녹여 버리자’는 이백의 장진주와 ‘한 잔 먹세, 또 한 잔 먹세그려, 곶 것거 산 노코 무진무진 먹세그려’라는 송강 정철의 ‘장진주사’처럼 술과 고전을 인생의 동반자로 삼고 싶다는 꿈도 야무지고 멋지다.

1955년 광주 임곡동에서 성암공 기운섭의 7남매 가운데 4남으로 태어난 기 박사는 조선조 성리학자 고봉 기대승의 13대 손으로 광주시역사민속박물관회 자문위원과 광주향교교화수석, 성균관광주시본부교육원장 등을 역임하며 동양고전대중화에 힘을 쏟고 있다. 한편 ‘인간의 길, 고전에서 묻다’ 출판 기념회는 30일 오후 2시 광주향교 유림회관 2층에서 열린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