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정다은>제9대 광주시의회 원구성에 관한 심중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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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단상·정다은>제9대 광주시의회 원구성에 관한 심중소회
정다은 광주시의원
  • 입력 : 2024. 08.01(목) 17:51
정다은 광주시의원.
습도와 온도가 모두 높아 더욱 견디기 어려운 여름이다. 개인공간에서 에어컨을 더 많이 사용하였다는 자각은 어쩌면 우리 때문에 후세대가 에어컨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없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또 사람들이 에어컨 없이 일과 삶을 이어가는 모습을 창밖으로나 현장에서 마주할 때면 정치를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의 죄책감과 전기를 마음껏 써버린 사람으로서의 부끄러움에 입술을 앙다물고 만다. 정치인으로서 맞은 3번째 여름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런 죄책감이나 염치조차 드러낼 수 없는 처지이다. 사실 지난 몇 주 동안 의원으로서 했던 일이라면, 후반기 원구성을 위하여 동료의원들을 만나는 일이 거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첫째 주는 지지하는 의원이 의장으로 선출되도록 힘을 보태며 지냈다. 둘째 주는 지지하는 의원이 상임위원장이 되도록 노력하며 보냈고, 셋째 주는 스스로 운영위원장이 되기 위하여 투표권을 가진 의원들을 만나며 보냈다. 운영위원장 선거를 전후하여 상임위와 특위를 구성하면서 발생한 내홍도 겪었다.

도중에 나름 의미있는 일을 하였다면 5·18특별위원회의 활동결과보고서를 작성하고 국회를 찾아 관련 활동을 촉구하는 일 정도가 있지만, 내로라할 성과를 내지는 못하였다. 그 사이에 시의성있게 했어야 할 일이나 역할을 놓치고 말았다. 그렇기에 2024년의 7월은 시의원 4년의 임기 중 그야말로 흑역사라 할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같은 기간 여러 사람과 생각과 사연을 공유하면서 정치를 함께하고픈 동지를 얻었고, 구밀복검의 상황도 경험하였으니 정치인으로서 분명히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또 원구성은 본디 의회와 집행부가 남은 임기 2년을 보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정치적 상황이다. 그렇기에 원구성을 얼마나 진지하고 치열하게 하였는지, 그 과정이 의원 개개인의 마음에 어떤 과제를 남겼는지도 의미가 있었다고 믿는다.

더불어 우리 광주에서 활동하는 정치인 23명이 같은 시간 제각기 또는 함께 성장하였을 것이니 그것도 일정 부분 의미가 없다고 할 수는 없겠다. 그러나 이 혼란의 상황을 지켜보며 무더위 속에서 일과 삶을 이어가야 했던 시민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가뜩이나 무더운 여름을 우리 의회가 더욱 열통이 터지게 하지는 않았던가.

지난 2년간의 의정활동 중 광주시민으로부터 종종 박수를 받아온 제9대 의회이었기에 더욱 엄격하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 독점의 폐해”, “감투 싸움”, “진흙탕 싸움”. 이런 평가에 대해 억울한 점이 전혀 없지는 않으나, 결과론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비판이기도 하다.

지난 3주간 이어진 원구성 과정 중 시민들의 무더위에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 되었을 법한 장면을 제9대 의회가 스스로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마치 없었던 일인 마냥 뻔뻔히 굴 수 없고, 만약 다음에 또다시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다른 선택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다짐도 분명히 하려 한다.

지난하고 아름답지 못한 원구성 과정을 시민께 보여드려 부끄럽다. 뒤늦은 만큼 남은 시간을 더 소중히 쓰겠다. 어렵게 구성한 의회인만큼 더 무겁게 일하겠다. 그렇게 제9대 의회는 전반기와 다름없이 시민과 함께 광주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