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 19일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체결한 후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
첫째는 러시아와 북한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체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문서가 장기적으로 러시아와 북한 관계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는 군사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상호 동등하게 호혜적으로 수행함을 뜻하는 것으로 양국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이다. 새 조약은 1961년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 조약, 2000년 우호 및 선린 협조 조약, 그리고 2000년과 2001년 모스크바와 평양 선언을 대체할 것이라고 한다. 그 필요성은 세계와 지역의 지정학적 상황의 심층적 변화와 최근 러시아와 북한 사이의 양자 관계에서 발생한 질적 변화 때문이라고 한다.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은 새 문서가 국제법의 모든 기본 원칙을 준수하고 어떤 대립적 성격도 갖지 않으며 어떤 국가를 겨냥하지도 않을 것이지만 동북아 지역의 더 큰 안정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조약 제4조에는 “쌍방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약의 여러 조항은 전략적 위협, 무역, 국경 간 협력, 우주 분야, 교육, 의료, 스포츠, 문화 및 관광 분야의 교류 강화와 관련되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 두 나라 사이 관계는 동맹 관계라는 새로운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라고 밝혔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방문은 ‘암묵적 동맹’을 보여주는 것으로 한미일 축의 균형을 맞추는 것으로 여겨진다. 러시아, 중국, 북한의 외무성 차관급 협의 재개는 일본과 한국으로 구성된 지역 군사 블록을 만들고 있는 미국에 신호가 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 지도부는 자율과 독립에 대한 자연스럽고 정당한 욕구를 세계 지배력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한다. 미국과 그 위성국들은 자신들의 목표가 러시아에 전략적 패배를 가하는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냉전 이후 가장 끔찍한 위기, 즉 러시아와 NATO 간의 직접적인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제국주의를 반대하는 독립국가들은 자국의 자주권과 안보를 수호하고 다극화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반대로 패권을 추구하는 국가는 단극성을 주장한다. 러시아의 독립적이고 강력한 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파괴하려는 미국과 서방 전체의 체계적인 행동이 우크라이나 위기를 촉발시킨 주된 원인이 되었다. 북한이 서방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존엄성과 용기를 가지고 자유와 주권을 위해 싸우고 있다. 러시아는 북한을 계속 지원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의 방북과 중국과의 화해에 대응해 “북대서양동맹은 인도 태평양 파트너인 호주, 일본, 한국, 뉴질랜드와의 협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북한 사이의 관계강화는 일본과 한국, 그리고 미국 모두에게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도쿄 고쿠시칸대학교 진베르그 교수는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위협적이다. 이것은 지역 내 미-한-일 안보동맹에 대한 계산된 위협이며, 유럽뿐만 아니라 극동 지역에서도 NATO에 대해 강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국가안보실 전략소통비서관 존 커비는 “미국은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아니라 그 결과에 놀랐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두 나라 사이의 관계가 심화되는 것이다. 이것이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초래할 결과 때문만이 아니라 북한의 탄도 미사일이 여전히 우크라이나의 목표물을 향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러시아의) 상호 조치가 될 수 있다”라고 했다. 반면에 러시아 외무부 마리아 자하로바는 서방의 반응에 “러시아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하는 모든 일이 미국은 이를 인도 태평양 지역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지정학적 지도를 다시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워싱턴, 런던, NATO 전체는 히스테리를 일으키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서명된 문서에 따라 “북한과의 군사기술 협력을 배제하지 않는다. 미국 및 기타 NATO 국가가 러시아 영토를 타격하기 위한 고정밀 장거리 무기 시스템, F16 항공기 및 기타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이것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이며 이 모든 것은 다양한 국제 의무의 틀 내에서 서방 국가들이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둘째, 러시아는 서방이 정치, 경제, 기타 분야에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로 ‘제재 교살’을 가하는 방식을 계속 반대할 것이며, 미국이 발기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체제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방북에 앞서 북한 관영 매체 노동신문에 기고한 글에서도 “우리는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상호 결제 체계를 발전시키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조치들을 공동으로 반대해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과의 교역을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화가 아닌 러시아 루블화 중심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은행 간 통신협정(SWIFT)에서 퇴출당하자 석유·가스 수출대금 결제 통로가 막히게 되었다. 이에 러시아는 제재 회피를 위해 루블화나 가상화폐 등으로 결제하는 시스템인 SPFS(러시아금융통신시스템. System for Transfer of Financial Messages)를 개발했고 현재 20개 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양국은 러시아 결제시스템을 활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처럼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와 북한에게 정치적 필요와 물질적 이익이 수렴되는 길을 열어 주었다.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점령을 인정하고 정치적 지원을 제공했다. 반면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정치적 지원은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부터 받게 될 제재에 대한 장벽 역할을 하고 있다.?이로써 국제체제로부터 고립된 북한과 제재로 인해 관계가 제한된 러시아는 상호의존관계를 맺게 되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특수군사작전을 강력히 지지한 북한에 감사를 표했다.
그러나 문제는 유엔의 제재이다. 러시아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한 제재에 찬성표를 던졌다. 러시아와 북한과의 협력에는 국제 사회가 대응조치를 취할 위험성이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UN 규범과 규칙을 체계적으로 위반하는 국가로서 러시아에 안보리 상임이사국 등 거부권을 박탈하고 추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물론 학계에는 2017년 제재에 합류한 것이 러시아의 실수였다는 의견도 널리 퍼져 있기도 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2006년 북한에 대해 국제 사회의 제재를 가했다. 그 후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이 발전하면서 제재가 여러 차례 확대되었다. 현재 UN 제재는 다음과 같다. 무기, 군사 장비, 이중용도 기술, 항공 및 로켓 연료, 천연가스, 금속, 산업 장비, 차량 및 사치품을 북한으로 수출하는 것이 금지된다. 북한으로부터의 석탄, 해산물, 직물, 전기제품, 목재 및 기타 천연자원 수입이 금지된다. 많은 북한 개인과 법인의 자산이 동결되었다. 북한으로의 석유 및 석유제품 공급은 제한되어 있다. 북한 은행은 해외 지점 개설이 금지되어 있다. 북한 근로자 채용에 제한이 설정됐다.
하지만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체제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중요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2024년 3월 28일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에 대한 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기구 역할을 해온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도 러시아의 반대로 사라지게 되었다. 러시아는 북한과 밀착하면서 서방의 제재와 수출 통제를 무시하고 극복해 나가면서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재편하는 노력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지금까지 제재에 대한 태도의 변화로 인식될 수 있는 상황이 있었지만, 아직 러시아가 제재 의무를 포기하고 있다고 직접 언급한 바는 없다. 유엔 대북 제재 재검토의 가장 유력한 선택지는 가격이 싸고 질이 높고 안정성이 매우 좋은 북한 노동력의 러시아로의 송출 분야이다.
이번 평양 방문 기간 중 무엇보다도 북한 노동자를 러시아로 보내는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기도 했는데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UN 제재에 저촉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인해 많은 남성이 전선으로 동원되고 일부는 병역을 피하기 위해 국가를 떠나는 등 러시아 경제가 심각한 노동력 부족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다. 노동력 부족은 러시아 경제의 눈에 띄는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되었다.
이를 위해 러시아와 북한은 수도 간을 포함해 양국 간 직항편 개설 가능성을 모색하였다. 러시아 천연자원부 장관 알렉산더 코즐로프는 “우리는 북한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모스크바-노보시비르스크-평양과 같은 방향에 관심이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은 관광 흐름, 이웃 문화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의 관심에 달려 있다”라고 대답했다. 러시아와 북한 사이에는 직항편이 없다. 러시아와 북한이 관광 교류 재개를 위해 협상 중이라고 하지만 진심은 북한의 노동력 파견일 것이다.
2022년에 북한은 우크라이나 분쟁지역의 새로운 러시아 지역 복구를 돕기 위해 건설업자를 파견하는 데 관심을 보였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러시아가 병합한 지역인 돈바스와 헤르손과 자포리자에 북한 노동자가 파견되어 복구에 참여한다면 북한에게는 경제를 발전시킬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치학자 바딤 막시모프는 “이제 우리 헌법이 국제법 금지보다 우선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는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했다. 플레하노프 경제대학 교수 자리포프는 2007년 노동 이주에 관한 러시아-북한 협정을 복원하고 러시아 경제의 다양한 부문에 북한 노동자를 유치하기 위한 할당량을 늘릴 것을 제안했다.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 동양학 연구소의 한국 및 몽골 부문 책임자인 알렉산더 보론초프는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은 공식적으로 독립되어 러시아가 인정하지만 UN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라고 지적한다. 북한은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의 독립을 공식 인정했다. 2022년 8월 18일 러시아 외무부는 “이미 돈바스에 북한 노동력을 유치하는 데 아무런 장애물이 없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북한 노동력 유치에 대한 국제적 제한이 있지만, 현재 돈바스 인민공화국은 세계기구 회원국이 아니기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당시 러시아 정부 부총리인 마라트 후스눌린은 2022년 상황을 감지한 후 건설현장에 북한 근로자 2만-5만 명을 투입하자고 제안하면서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에 노동자를 데려오는 프로젝트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결국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조약은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와 북한 사이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게 강화되었음을 나타낸다. 앞으로 한반도 주변의 지정학적 환경에 따라 지역 권력 역학의 심각한 변화가 가능하다. 미국의 규칙에 기초한 국제 질서가 훼손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도 재검토되고 있다. 이를 국제 사회가 지켜보고 있다. 대립의 신냉전 도래인가? 협력을 위한 다극화된 세계 질서의 형성인가?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