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의 오페라 오디세이>명품도시 뉴욕이 품은 세계 최고의 문화예술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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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의 오페라 오디세이
최철의 오페라 오디세이>명품도시 뉴욕이 품은 세계 최고의 문화예술 공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1883년 개관 공연…세계 3대 오페라극장
2차 세계대전 이후 도시개발계획과 연계
세계 최대 공간·최고 작품 공연시설 갖춰
끊임없는 도전·변화로 오페라 시장 주도
  • 입력 : 2024. 06.20(목) 13:53
세계 3대 오페라하우스 중 하나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전경.
뉴욕은 세계 문화의 수도이다. 필자에게 묻는다. 세계인이 사랑하는 도시 뉴욕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삶에 대한 본질적 질문에 해답을 찾을 수 있는 도시였다. 낭만과 여유를 일속에 묻고 정신없이 달리기만 했던 필자에게 뉴욕은 행복이 무엇인지 도시가 답하고 감사와 감동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든 곳이다. 뉴욕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태어나는 담론은 미래 세상의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판이자, 혁신을 이끄는 미래의 마중물이 된다. 정치, 경제, 문화, 관광뿐만 아니라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지상 최대의 종합예술인 오페라 역시 뉴욕이 세계 중심에 서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객석.
문화 도시 척도의 기준이 되는 오페라하우스. 뉴욕에는 세계 3대 오페라하우스 중 하나인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가 있다. 이탈리아 ‘라 스칼라’와 같이 유서 깊은 유럽의 여러 오페라하우스와 달리 시민들에게 친근감과 편안함을 주는 극장이다. 유럽 극장에서 오페라를 접할 때 보면 격식을 갖추어 의상을 차려입고 전문가 같은 식견을 가진 마니아 계층이 주를 이루는데 극장을 찾는 외지인들은 이들을 보며 주눅이 들곤 한다. 하지만 뉴욕 메트로폴리탄은 뉴욕을 방문하는 다양한 인종과 계층의 관객들을 볼 수 있으며, 차림새 역시 유럽의 보수적 극장들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이러한 분위기는 미국인들 특유의 개방성이나 미국 사회 전반에 깔린 진보적인 문화민주주의 의식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유럽 극장과 달리 심적으로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는 햄버거와 카우보이 문화권의 보통 미국인 수준에서도 싼 가격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예술의 맛집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곳은 항상 활기차며, 뉴욕커에게 가장 사랑을 받는 공간 중 하나이다.

링컨센터내 자리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출처 뉴욕관광청 인스타그램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는 ‘메트(Met)’라는 약칭으로 불리운다. 메트는 세계 최고의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오페라 프로덕션에 가장 많은 제작비를 사용하는 극장으로 알려져 있다. 근래 음악뿐만 아니라 드라마적인 전개와 보이는 무대의 역할이 부각되면서 오페라를 연출 놀음이라 말하기도 하는데 메트는 전통적인 연출 방식을 오랫동안 고수해 오고 있으며, 원작에 충실하고 그 안에서 점진적인 발전을 통해 안정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현대적 해석을 통한 새로운 도전을 등한시하는 것이 아니라 조바심을 가지고 변화를 통해 주목받으려는 여타 극장의 오페라 프로덕션과 달리 강력한 자본력으로 두 트랙을 병행해 가고 있을 뿐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야경.
뉴욕 메트는 1883년에 구노(Charles-Francois Gounod, 1818~1893)의 <파우스트-Faust, 1859>로 개관 공연으로 시작을 알렸다. 뉴욕 맨해튼 39번가와 40번가 사이의 브로드웨이 1411번지에 터를 잡았는데, 이곳이 ‘올드메트’이다. 개관 때 독일의 극작가 괴테의 작품이 초연이 되었던 것은 당시 뉴욕의 경제계를 장악하고 있는 독일 기업가들의 입김이었다는 후문도 있다. 이 시대를 ‘올드메트’ 시대라고 불리었는데, 당시 뉴욕 상류계층의 가십거리는 무대를 정면으로 보고 노랫소리가 직선으로 울려 퍼지는 이른바 ‘골든 홀스슈(Golden Horseshoe)’라는 특급좌석을 누가 차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을 당시 상류층에 주류를 이루었던 독일 기업가들이 장악했으며, 오페라 역시 바그너 오페라 작품 등 독일 작품을 최고로 여기고 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올드메트는 아시아인들이나, 흑인 유대인은 오페라 극장 출입이 힘들었으며, 철저하게 백인들을 위한 사교장이자 문화 이벤트 공간으로 인식되었다.

올드 메트 전경(1905) 출처 위키피디아
메트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협회(Metropolitan Opera Association)에 소속되어 있으며, 이 기관은 뉴욕의 저명인사들과 부호들이 1880년에 설립했다. 미국과 영국의 백만장자 가문인 애스터 가문, 대통령을 두 명이나 배출한 루즈벨트 가문, 당시 세계 최대의 부호이자 지금도 미국의 30대 부호 안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록펠러가, 당시 선박왕 철도왕으로 불리던 밴더빌트 가문의 인사들이 함께했다. 특히 1931년에 최초로 오페라 공연을 라디오로 방송했고, 훗날 TV로 오페라 공연 실황 송출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나아가 요즘은 세계 각국 영화관에서 메트의 그해 시즌 공연을 만날 수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전경. 출처 위키피디아
새로운 뉴욕 메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시작된 뉴욕의 도시 개발계획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당시 빈민가였던 할렘 근처였던 맨해튼 62번가와 66번가 4블록의 광활한 공간에 걸쳐 자리 잡은 링컨 센터 내로 옮기게 되었다. 뉴욕시는 문화예술 육성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롭게 변할 시킬 수 있으며 그 중심에 ‘오페라하우스’가 있다고 믿었기에 전폭적인 지원을 했으며, 이를 통해 지금의 뉴욕 메트가 재탄생하게 되었다.

록펠러 가문은 올드메트 때부터 함께해온 특별한 관계이다. 새로운 메트의 건립은 뉴욕시의 토지제공과 더불어 록펠러재단의 도움이 이를 가능하게 하였다. 록펠러재단은 메트와 더불어 뉴욕 필하모니 홀, 다용도 극장, 도서관 그리고 세계 명문 음악학교인 줄리아드 음악학교로 사용되고 있는 교육관 건립에 모든 기금을 다 소진했다고 전해진다. 뉴욕시가 제공한 땅에 록펠러재단의 메세나가 결합 된 형태로 새로운 문화공간이 탄생 된 것이다. 그리고 1966년에 개관 축하 공연으로 유럽 작곡가가 아닌 미국인 작곡가 사무엘 바버(Samuel Barber, 1910~1981)의 오페라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Antony and Cleopatra, 1966>가 초연됐다. 특히 주인공 클레오파트라 역은 소프라노 레온틴 프라이스로 메트에 오른 최초의 흑인 성악가였다. 당시 유럽에서는 흑인이 오페라 무대에 서고 특히 오페라의 주인공 역할로 노래 부르는 것은 예술에 관한 모독으로 여겨질 정도로 엄청난 사건이었다. 이는 메트의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것으로 미국인에 의한 미국인을 위한 오페라 극장으로 독립선언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과거 유럽을 따라하기에 바빴던 메트의 이러한 변화는 인종과 세대의 장벽을 허물고, 시민들과 뉴욕을 찾는 다양한 민중과 함께 뉴욕을 더욱 세련된 감동의 도시로 성장시키는 역할을 했다.

지난 2011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포즈를 취한 필자.
뉴욕 메트는 세계 최대의 공간과 최고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시설을 완비했다. 그리고 지휘자, 연출자를 비롯한 모든 출연자에게 최고의 출연료를 제시하고 홍보 마케팅 등 모든 운영시스템 분야에서도 공연예술계를 선도하고 있다. 그래서 세계의 빼어난 연주자들은 앞다투어 뉴욕을 찾는다. 이전에는 유럽의 유수 극장에 서는 것이 최고의 커리어지만, 지금은 뉴욕 메트에서 작업하는 것이 최고의 경력으로 인식되며, 이제 오페라의 중심이 발상지인 유럽을 떠나 미국 뉴욕으로 옮겨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고의 연주자와 제작 시스템,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주는 메트의 튼튼한 자본은 미디어와 같은 새로운 산업과 결합하여 세계 오페라 시장을 주도할 수 있게 했고, 또한 여기에 끊임없는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미국인의 신념은 메트의 성장에 촉매제 역할을 했다.

문화 수도 광주 역시 새로운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통해 문화 광주의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늦었지만 광주 민선 8기, 도시의 랜드마크이자 세계적인 문화 관광도시로의 위상이 다름이 아니라 바로 오페라 전용 극장 건립과 맞물려 있음을 인식하고 강력히 추진하는 모습은 지역 예술가들과 시민들을 설레게 한다. 뉴욕의 메트처럼, 광주시민의 광주시민을 위한 오페라가 광주 정신을 담아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가길 소망해 본다. 조선대 초빙교수·문화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