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버스기사 인력난에 업계 휘청… 안전 위협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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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광주 버스기사 인력난에 업계 휘청… 안전 위협 우려
광주 버스 기사 수 꾸준히 감소
낮은 임금·근무환경 열악 원인
배달·화물업 등으로 이직 잦아
업무과중으로 사고 발생 빈번
  • 입력 : 2024. 06.17(월) 18:45
  •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
17일 광주 남구 소재 한 버스 차고지에 버스들이 운행을 마치고 줄지어 주차돼 있다. 정상아 기자
광주시가 매년 1000억원 대 예산을 투입해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버스 기사들의 인력난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낮은 임금과 부실한 복지로 신규 인력이 충원되지 못해 기존 버스 기사들의 업무 강도가 심화되면서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어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7일 광주버스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2~2024년 4월) 광주지역 버스 기사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2년 2432명 △2023년 2429명 △2024년 4월 2427명으로 집계됐다.

광주에서는 10개 업체가 시내버스 999대(101개 노선)를 운영하고 있다. 광주시는 2007년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 후 매년 1000억원 대 예산을 투입, 적자를 보전하고 있다.

하지만 버스기사의 인력난 문제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버스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로 대중교통 업계가 어려워지자 기사들이 보수와 근무 환경이 더 나은 배달업이나 화물업, 고속버스 등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각종 민원에 시달리는 등 부담이 많은 근무 환경에 비해 부족한 복지와 낮은 임금 등으로 버스 기사 지원도 줄어들고 있다는 게 버스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광주 시내버스 기사 40대 정모씨는 “쉬는 시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임금도 낮다 보니 이직률은 높은데 지원자가 많지 않은 편이다”며 “초등학생 아들과 제대로 된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예전에 비해 임금이나 복지가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체감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2년 전 시내버스 기사에서 배달업으로 이직한 김모(44)씨는 “급여 차이가 없지만 업무 강도가 달라 고민 끝에 이직을 결정했다”며 “갖은 민원에 시달리면서 힘들었던 일이 많았는데 배달업은 신경 써야 할 일이 적어서 부담이 줄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연령대가 높은 비정규직 버스 기사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광주지역 버스기사의 평균 연령은 55세로 20~30세가 17명으로 가장 적었고, 61세 이상이 686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광주 지역버스노동조합에 따르면 광주 지역 시내버스 999대 중 376대는 비정규직 버스 기사가 운행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정년퇴직 후 비정규직으로 계약을 체결해 계속 버스를 몰고 있다.

박창옥 광주지역버스노동조합 위원장 “연령대가 높은 버스 기사가 많다 보니 사고도 자주 발생하고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며 “정년퇴직자가 비정규직으로 업무를 이어오고 있지만 젊은 세대의 인력은 보충되고 있지 않다. 수치상으로 큰 변동이 없음에도 업무 과중 문제가 심각한 이유다”고 말했다.

이어 “인력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합당한 보수와 복지를 마련해 신규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중 업무와 운전자들의 고령화 등의 문제로 최근 광주에서는 버스 운전기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1시20분께 광주 북구 용전동의 한 왕복 4차선 도로에서 시내버스가 중앙선을 넘어 전봇대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승객 6명이 타박상 등을 입었으며 버스기사 A(65)씨는 전치 7주의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운전 부주의로 인한 사고로 보고 불송치를 결정했다.

앞서 지난 1월18일에는 광주 서부경찰서 앞 도로에서 시내버스와 화물차 간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당시 시내버스를 몰던 B(50)씨는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화물차의 앞부분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화물차 운전자는 골절 등 전치 10주의 중상을, 시내버스에 탑승해 있던 시민은 경상을 입었다. 조사 결과 B씨는 졸음운전을 하다가 이같은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