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자산몰수 경제전쟁… 심각한 전쟁으로 발전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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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자산몰수 경제전쟁… 심각한 전쟁으로 발전할수도
<44> 서방의 러시아 동결자산 몰수의 법적 논쟁과 경제전쟁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 총 3,000억 달러 G7국가와 EU, 호주에 동결
국가 자산몰수는 법적인 관점서 볼 때 국제법상 모호… 어려움 많아
몰수 자산으로 전환… 법적 근거 등 포함한 추가적인 사법 절차 필요
  • 입력 : 2024. 06.13(목) 15:48
  •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
6월 13-15일 이탈리아 풀리아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는 러시아 동결자산에서 창출되는 수익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하는 합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모습. 2023.05.26.)
서방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한 뒤 러시아 자산을 동결하고 그것을 몰수하는 방법을 놓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진격을 막고 국가와 경제를 보존하기 위해 더 많은 돈과 무기가 필요하다. 동시에 서방은 우크라이나의 군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 자금을 할당하고 적절한 입법 승인을 얻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서방 정치인들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러시아 자산을 사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문서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 총 2,600억 유로(3,000억 달러, 약 407조 원)가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 호주에서 동결됐다. EU 국가에는 현금과 유로, 달러, 기타 통화로 된 국채를 포함해 약 2,100억 유로에 달하는 금액이 보관되어 있다. 이중 약 1,910억 유로가 벨기에에 본사를 둔 중앙증권예탁기관인 유로클리어(Euroclear)에 보관되어 있다. 두 번째로 큰 금액인 약 190억 유로는 프랑스에 동결됐다. 독일은 약 39억 유로, 스위스는 78억 유로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 국가 자산 중 극히 일부인 약 50억 달러만을 동결했다.

그렇다면 러시아 동결자산 몰수가 어떻게 가능한가? 누군가의 자산을 압류하려면 일반적으로 법원 명령이 필요하지만, 국제법에서는 상황이 좀 더 복잡하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손해배상 판결을 허용하는 경우에만 이 문제에 대한 판결을 내릴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국제법상의 어려움이 있다. 그 이유는 그들의 비가역성과 러시아를 처벌하고 행동 패턴을 바꾸도록 강요하지 않는 것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중앙은행의 동결자산을 합법화하고 이를 우크라이나 자금 조달에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첫째, 그렇다면 러시아 동결자산 몰수에 서방은 어떠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가? 러시아의 보복 조치에 대한 부담감이 별로 없는 미국, 영국, 캐나다는 찬성했으나 독일과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EU는 유로화에 부정적인 결과와 보복 조치 등 후폭풍을 크게 우려하여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러시아 자산몰수의 합법성을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서로 다른 입장은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은 유럽에 비해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을 소량만 소유하고 있다. EU는 미국인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 특히 이탈리아는 러시아에 진출한 자국 기업에 대한 보복 가능성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2024년 4월 22일 미국 하원은 러시아 동결자산 몰수에 관한 법안을 채택했다. 이는 미국에 있는 러시아 국가 자산을 압수하여 우크라이나를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며 우크라이나인을 위한 경제 번영 및 기회 재건법의 조항에 따라 수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자금의 경제적 잠재력 활용을 언급하면서도 미국 내 자산몰수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다른 G7 회원국들과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

독일은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 압류 움직임에 대해 반대하는 국가 중 하나이다. 독일은 동결된 자금의 몰수가 선례가 되고 제2차 세계대전 범죄에 대한 새로운 소송의 기초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G7은 러시아 자산몰수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데,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으로부터 배상 청구를 받고 있는 일본도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G7 파트너들과 이 문제를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독일은 국제법은 개인이 외국 법원에서 국가를 고소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국가 자산은 압류로부터 보호된다고 주장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은 독일의 침략전쟁에 대해 반히틀러 연합과 당시 소련의 동맹국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했다. 유대인 단체에 따르면 독일은 1952년부터 홀로코스트 생존자와 그 가족에게 900억 달러 이상을 지원했다. 최근 추가 배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제기됐다. 나치 독일에 전쟁 중 점령당한 폴란드는 2022년부터 독일에 1조3000억 달러, 그리스는 2019년부터 3,000억 달러 이상의 배상금을 요구해 왔다. 독일은 전후 지불금과 통일 후 국경을 확보한 1990년 조약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말했다. 그 조약에는 소련과 미국이 서명했지만, 폴란드, 그리스, 이탈리아는 참가하지 않았다.

독일이 러시아 자산 압수를 거부한 또 다른 이유는 러시아에서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독일 기업들을 보복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러시아 시장에서 서방 기업의 철수를 주장하는 단체 ‘러시아를 떠나세요’(Leave Russia)는 272개의 독일 기업이 여전히 러시아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러시아 자산을 몰수하는 접근 방식은 국제법 질서를 위반할 수 있으며 국유재산은 몰수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언급했다. 이러한 자산의 안정성, 보호 및 안전 원칙이 침해된다면 이는 제3국이 더 이상 해당 지역에 돈을 보관하지 않고 자본 관리를 위한 다른 방법과 수단을 모색하라는 신호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따라서 서방에서는 러시아 자산몰수는 포기하고 다른 방법으로 계획을 세웠다. 그 하나로 EU는 러시아 동결자산에서 얻은 수익금으로 우크라이나를 위한 군사 지원을 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유로클리어에 예치된 러시아 자산 1,910억 유로에서 발생한 이자로 매년 약 30억 유로를 우크라이나로 이전해 우크라이나 재건(10%)과 군사 방어 지원(90%)에 쓸 예정이다. 다른 하나로 미국은 G7 국가들에게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제공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이 아이디어는 6월 13-15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만약 지원된다면 우크라이나는 약 500억 달러(약 68조 원)를 받게 되며 올여름에 분할 지급으로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에 반대했던 일부 G7 국가들이 미국의 압력으로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 제안은 이미 캐나다와 영국에서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도 이를 고려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도 국제법의 지배를 훼손한다는 점이다. 서방이 러시아 자산몰수 등을 정당화하고 법률 및 규정 변경을 통해 이 과정을 합법화하더라도 일방적인 제재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러시아 동결자산 몰수에 러시아는 어떠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가? 러시아의 입장은 매우 단호하다. 서방이 러시아 자산을 몰수할 경우 러시아는 보복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는 상호주의 원칙을 침착하게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러시아 동결자산의 불법 몰수는 국제법에 위배되는 끔찍한 선례를 남기고 달러와 유로의 신뢰도 훼손 등 서방이 세운 국제 금융 질서를 훼손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세계의 행동은 러시아 재산에 대한 노골적인 절도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동결된 자산의 반환 없이는 평화 조약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러시아 외무부에서는 전쟁 상태에서나 가능한 외교 단절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러시아 외무차관은 2023년 12월 22일 “미국과의 외교 관계를 우리가 먼저 깨뜨리고 싶지 않지만, 동결된 러시아 자산몰수와 군사적 행동의 확대는 양국 간 외교 관계의 파탄을 촉발시킬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자산몰수에 대해 세계가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2024년 4월 30일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산업가 및 기업가 연합 총회에서 연설하면서 법 집행 기관이 다수의 자산을 국가 소유로 반환하는 절차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이는 러시아가 민간 기업을 국유화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1990년대 민영화의 결과로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기업 중 다수가 다양한 개인의 소유가 되었으며 그중 다수는 서방 국가와 관련이 있었다. 특히 검찰청은 최대 메탄올 생산업체 중 하나인 메타프락스 케미컬의 자산인 이바노보 중장비 공장과 기타 여러 회사의 자산을 러시아 연방의 소유로 반환할 것을 청구했다. 또한 2024년 5월 23일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비우호적 행동으로 인해 러시아 연방과 중앙은행이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에 관한 법령에 서명했다. 이 법령에는 미국 내 러시아 자산 압류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러시아에 있는 미국 자산의 사용을 허용하는 것이 포함되었다.

다른 것으로 2023년 12월 21일 러시아 재무장관은 러시아 내 비우호국의 자산인 특별 투자 계좌(통칭 러시아어로 C, 혹은 S계좌)의 몰수 가능성을 경고했다. C계좌는 비우호국 투자자가 반드시 개설해야 하는 러시아 내 계좌로, 2023년 3월 중순까지 최대 1조 루블(약 15조 2400억 원)이 축적되어 있다.

셋째, 그렇다면 러시아 자산몰수의 법적 논란은 어떠한가? 동결된 자산은 러시아가 접근할 수 없지만, 여전히 러시아 소유에 속한다. 각 나라는 일반적으로 어려움 없이 재산을 동결할 수 있지만, 해당 재산을 우크라이나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몰수 자산으로 전환하려면 법적 근거와 법원 판결을 포함한 추가적인 사법 절차가 필요하다. 즉, 러시아 자산을 몰수해 우크라이나로 보내는 것은 합법성의 근거가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 지도자들은 끊임없이 규칙에 기초한 국제 질서를 이야기하지만, 미국이 전쟁 중이 아닌 다른 나라의 자산을 몰수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법적인 관점에서 볼 때 극히 모호하다. 중앙은행 준비금은 주권면제에 의해 보호된다. 결과적으로, 한 국가의 국내 법원은 법원 결정을 집행하기 위해 다른 국가의 자산을 사용할 수 없다. 미국의 국제 변호사들은 법적 틀을 개발하면서 1990년 이라크 침공 이후 국제사회가 쿠웨이트에 대해 보상으로 이라크 보유자산을 몰수한 사례를 인용한다. 하지만 보유자산 자체를 압수한다면 위험한 선을 넘게 되는 것이다.

파리 경영대학원의 법학 및 경제학 교수인 아르민 스타인바흐는 “주권면제는 양날의 검이다. 일부 국가는 여전히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해 독일로부터 보상을 받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G7은 가자지구 복원을 위해 이스라엘 자산, 예멘 복원을 위해 사우디 자산, 리비아 복원을 위해 미국, EU, 영국 자산도 몰수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도덕적, 정치적 관점에서는 완벽하지만, 법적인 관점에서는 그렇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재판도 없이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자산에 대한 역몰수를 요구하는 소송이 파도처럼 일어날 수 있다. 미국의 노예제, 제2차 세계대전 독일이나 이전 식민주의에 대한 많은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그리고 또한 이라크에서의 불법 전쟁(서방 국가들이 침공한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았다)에서 국가를 재건하기 위해 미국과 영국의 자산을 몰수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결국 러시아 자산몰수로 인한 국제적 결과가 심각할 수 있다. 특히 중국,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나라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최근 몇 달 동안 아프리카와 중동 등 점점 더 많은 국가가 미국 경제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달러를 신뢰하지 않고 미국에서 금과 외환 보유고를 이전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가나, 세네갈, 카메룬, 알제리, 이집트 등이 이러한 조치를 취했다. 러시아 자산몰수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몰수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서 법적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는 러시아가 보복 조치와 더불어 세계를 더욱더 분열시킬 위험을 초래할 것이고 본격적인 경제전쟁은 더 심각한 전쟁으로 발전할 수 있다.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