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폭염과 열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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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폭염과 열대야
김성수 논설위원
  • 입력 : 2024. 06.11(화) 17:07
김성수 논설위원
‘오뉴월(양력 6~8월) 더위에 염소 뿔이 물러 빠진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나라는 6~8월이며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다. 벌써 곡성과 담양에서 11일 오전 올해 들어 첫 폭염특보가 내려졌고, 강원도에서는 지난 밤 첫 열대야까지 관측됐다. 폭염은 체감온도 33도 이상일때, 열대야는 밤 기온이 25도 이상일 경우를 말한다. 올해는 폭염과 열대야가 심화될 것이라는 기상청에 관측에 따라 혹독한 여름나기가 예상된다.

북태평양 기단의 영향을 받는 한반도는 여름더위가 대단하다. 습도까지 높아 더위의 강도가 높다. 한낮 더위도 참기 힘들지만 열대야는 사람들을 지치게 한다.

무더운 여름을 나는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그렇다면 냉방기가 없던 시절 옛 선조들은 어떻게 무더위를 이겨냈을까. 조선시대 대표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소서팔사(消暑八事)’ 시를 통해 더운 여름을 이기는 8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여기에는 활쏘기, 그네타기, 투호놀이, 바둑 두기, 연꽃 구경하기, 매미 소리 듣기, 비오는 날 시 짓기, 달밤에 개울에서 즐기는 ‘탁족’ 등이 포함돼 있다.

조선시대 왕들의 더위나기도 크게 특별하진 않았다. 성종(조선 9대 왕)은 어린 시절 더위를 먹어 기절한 적이 있을 정도로 더위로 고생했다. 이에 그는 더운 계절 ‘수반(水飯)’을 즐겨 먹었다. 쉽게 말해 찬물에 밥을 말아 먹는 것이었다. 영조(조선 21대 왕)는 고소한 맛이 나는 ‘미숫가루’를 여름 건강식으로 즐겼다. 정조(조선 22대 왕)는 독서로 더위를 이겨냈다고 기록돼 있다. 더위를 이겨낼 필수품으로는 부채와 통풍이 잘되는 모시옷을 착용했다. 더운 밤에는 잠을 잘 때 대나무로 만든 죽부인을 옆에 놓았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더위가 강해지고 있다. 최근 100년 새 한반도는 1.8도가 상승했고, 열대야 일수도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도시의 열섬 현상으로 인해 인공적인 열대야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기후위기에 현대인들은 에어컨과 선풍기가 없으면 견뎌내기 힘든 게 여름이다. 낮과 밤을 막론하고 더위의 위력이 재난급이다. 과거 선조들이 보여준 지혜로운 더위 탈출 방법은 이젠 통하지 않는다. 전기세 폭탄에 엄두도 못내는 에어컨 대신 선풍기와 부채로 더위를 이겨내기엔 폭염의 위력은 강하다. 이미 폭염과 열대야가 시작됐다. 더위에 지쳐 고통받는 이들이 없도록 정부와 지자체는 철저한 폭염대책을 서둘러 내놔야 할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