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황세은>어른들의 ‘책임’과 ‘관심’이 필요한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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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황세은>어른들의 ‘책임’과 ‘관심’이 필요한 “지금”
황세은 전남북부권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
  • 입력 : 2024. 05.28(화) 18:37
냉장고 영아 방치사건, 출생 미등록 사건 등으로 아동학대 이슈가 끊이지 않던 2023년이 지나고,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정부 관계부처의 다양한 대책 방안들이 실현되고 있는 2024년이지만 여전히 뉴스에서는 아동 매매 사건, 아동 사망 사건 등 아동학대가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정부는 2019년 포용 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했고 그동안 민간 기관이 가지고 있던 아동학대 조사권을 2023년 9월까지 공공으로 전환하기 위해 갖은 노력이 지속되어 왔다. 이에 필자는 조사 공공화가 종료되고 안정기를 찾아야하는 현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아동보호체계 강화를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사각지대가 없는, 촘촘한 아동보호체계가 필요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복지법 제 45조에 근거하여 설치된 기관으로 학대피해아동과 사례관리대상자(구 학대행위자)를 대상으로 사례관리를 진행하며 심리·정서적 문제를 해결하고 재학대 예방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시군구별 배치해야 하나 2023년 전국 243개 시군구 중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설치된 지역은 89개에 그친다. 전남도는 22개 시군에 5개소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운영되고 있어 한 기관 당 4~5개의 시군구를 관할하고 있으며 필자가 근무하는 곳에서도 관할구역인 곡성군에 거주하는 아동을 만나러 가기 위해 왕복 120㎞, 이동시간이 약 두 시간에 달하는 등 물리적 한계를 경험하고 있다. 이 외에도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1인당 평균 사례관리 수는 64건으로 복지부에서 권고하는 수인 32건 보다 2배에 달하고 있어 효과적인 심층사례관리와 촘촘한 아동보호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추가 설치가 시급하다.

둘째, 아동학대 예방 사업이 확대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아동정책은 아동의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금까지 많은 아동들의 희생을 통해 변화되어 왔다. 그간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대응 체계는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에 한해서만 개입이 되고 있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22일 ‘2024년 아동학대 예방 조기지원 시범사업’을 실행 할 지자체 20곳을 선정하였고 아동학대 우려가 있는 가정을 선별하여 신체·심리·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고 향후 아동학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예방 서비스를 실시하기로 했다. 아동학대 발생 위험요인이 있는 가정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잠재적인 아동학대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첫 번째 시스템이 구축된 셈이다. 이처럼 더 이상 아동들의 희생을 통한 변화가 아닌 아동학대에 대한 사전 개입을 통해 잠재적인 아동학대 발생을 예방 할 수 있는 체계들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와 예산 등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셋째, 아동학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복지부에서 발간한 ‘2022년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신고 접수 건은 총 4만6103건으로 2021년 5만3932건 보다 7829건이 감소했다. 단순 숫자로 보았을 때 ‘신고 건 수가 줄었다니 아동학대가 많이 없어졌나 보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난 10여 년간 지속 증가해 가던 아동학대 신고율에 급브레이크가 걸린 현상은 우리에게 아동보호체계를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할 시점임을 알려준다. 아동인구 1000명당 학대로 판단된 피해아동 수를 뜻하는 ‘아동학대 발견율’을 살펴보면 2019년 3.81‰(‰ : 인구 1000명당 한 명 단위), 2020년 4.02‰, 2021년 5.02‰으로 꾸준히 증가해오던 발견율이 한순간에 4년 전 수준인 3.85‰로 떨어졌다. 아동보호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는 미국의 아동학대 발견율은 8.1‰, 호주는 12.4‰임을 비교했을 때 현저히 차이가 난다. 과거 다양한 연구를 통해 아동학대 신고 인식이 높을수록 아동학대 발견율 또한 높아진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우리는 아동학대 의심 사례를 인지한 즉시 신고 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나 학대인지 아닌지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망설이는 찰나, 도움이 필요한 우리 아이를 놓칠 수 있음을 상기하며 더 이상 아동학대가 은폐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동학대에 대한 국가적 책임과 국민들의 관심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주어진 도전 과제들도 아직 남아 있다. 지금이야말로 아동학대를 더 이상 정부의 일로 미루는 것이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이 주변을 살펴보고 위험에 처한 아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주어야 하는, 어른들의 ‘책임’과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