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식에서마저 '5·18 헌법수록' 외면" 비판 목소리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518
"기념식에서마저 '5·18 헌법수록' 외면" 비판 목소리
5·18기념식 세 번째 참석…기념사 '자유·공정' 초점
광주시의회·유공자 등 헌법수록 요구 시위 펼쳐
  • 입력 : 2024. 05.18(토) 13:18
  •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기념사를 하고 있는 가운데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의원들이 ‘5·18 헌법 전문 수록’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윤석열 대통령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사에 국민들의 염원이자 시대적 과제인 ‘헌법 수록’이 빠져 아쉬움의 목소리가 크다.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렸다. 기념식엔 윤석열 대통령과 유족 등 2500여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이 5·18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취임 후 세 번째다.

기념식에서 주목된 것은 단연 윤 대통령의 기념사였다. 특히 기념사에 ‘5·18 헌법수록’에 대한 내용이 담길지 여부가 핵심이었다. 지난 4·10 총선 이후 정치인 다수가 논의 필요성을 언급하거나 찬성 입장을 밝혔던 만큼 지역민들의 ‘5·18 헌법수록’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념사에서 ‘5·18 헌법수록’을 언급하지 않았다. 취임 첫해인 2022년 기념사에서는 “5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입니다”고 밝힌바 이다.

올해 기념사의 초점은 헌법수록 대신 ‘자유’와 ‘공정’에 맞춰졌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자유와 복지를 확대해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오월 정신을 계승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980년 5월, 광주의 뜨거운 연대가 오늘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을 이룬 토대가 됐다”며 “우리는 또 다른 시대적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경제적 불평등이 불러온 계층 갈등 그리고 기회의 사다리가 끊어지면서 날로 심화되는 사회 양극화가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를 빠르게 성장시켜서,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복원하고 국민이 누리는 자유와 복지의 수준을 더 높이 끌어올려야 한다. 성장의 과실을 공정하게 나누고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해 국민 모두가 행복한 ‘서민과 중산층 중심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며 “이것이 오월의 정신을 이 시대에 올바르게 계승하는 일이며, 광주의 희생과 눈물에 진심으로 보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기념사 도중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가 ‘5·18 헌법 수록’를 요구하는 기습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정다은 5·18특별위원장을 비롯한 8명의 의원은 윤 대통령 기념사가 시작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 종이 한개씩을 펼쳐 들었다. 종이에 있는 글자를 조합하니 ‘5·18 헌법 전문 수록’이라는 문구가 만들어졌다. 시의원들은 기념사가 끝날 때까지 윤 대통령이 있는 방향으로 종이를 높이 들었다.

의원들의 시위가 끝나자 주변에 앉아 있던 유족들은 손을 높이 흔들거나 박수를 치며 크게 환호했다. 경호원이 시의원들의 시위를 제지하려고 하자 ‘그냥 하게 냅둬라’, ‘약속한 것이니 지켜야지’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정다은 5·18특별위원장은 “윤 대통령은 5·18 헌법 수록에 대해 의지조차 없는 것 같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마저도 기어이 헌법수록을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는 입으로만 오월정신을 말하면서 5·18 관련 예산을 줄줄이 삭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5·18 헌법수록을 염원하는 목소리는 기념식장 밖에서도 이어졌다.

사단법인 5·18민중항쟁구속자회는 민주의문 앞에서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흥철 5·18민중항쟁구속자회 사무처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이행 약속을 듣기 위해 기념식을 찾았지만, 언급조차 되지 않은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며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윤 대통령 선거 공약이었다. 또 여야 모두 당론으로 내건 일이니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2년이 지났음에도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필요할 때만 5·18을 찾지 말고 광주의 오월을 기록하고 상징할 수 있도록 헌법 전문 수록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류동운 열사의 동생 류동일(60)씨는 “5.18민은 6월항쟁으로 완성된 것”이라며 “1987년 개헌 당시 오월정신은 헌법에 들어갔어야만 했는데 벌써 37년이 지났다. 오월정신 헌법 수록을 조속히 이뤄내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견인하는 데 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