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밥그릇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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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밥그릇 싸움
양가람 취재2부 기자
  • 입력 : 2024. 02.12(월) 14:45
  • 양가람
양가람 기자
그릇(器)은 밥그릇, 물그릇 등 음식이나 물건을 담는 기구의 총칭이다. 여기서 밥그릇은 말 그대로 ‘밥을 담는 그릇’인데, ‘밥벌이를 위한 일자리’를 뜻하기도 한다. 흔히 돈이나 권력 따위를 서로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혹은 일자리를 두고 벌이는 싸움을 ‘밥그릇 싸움’이라 부른다.

민족 대명절인 설 연휴가 끝나기도 전에 의사들의 총파업 소식이 들려온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을 놓고 의사협회가 집단 행동을 예고한 것인데, 대다수는 ‘의사들의 밥그릇 싸움’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이다. 필수 의료 부족 문제가 이전부터 지적돼 온 만큼, 의협도 문제 해결에 동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총파업이 불러올 의료공백 우려도 컸다.

반면 의사들은 단순히 ‘머릿 수 늘리기’만으로 의료 서비스 질 개선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되레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의대 정원 확대가 필수·지역의료의 소멸을 가속화시킬 것이라 주장한다.

어느 한 쪽의 잘잘못을 가려 비판하는데 시간을 쏟기엔 너무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뒤따른다. 의사 총파업을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 이유다. 고령화로 인해 의료 수요가 늘고 있는데다, 산부인과와 소아과는 턱없이 모자라 저출산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지역소멸의 위기를 정통으로 맞고 있는 전남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정부의 발표로 지난 1998년 제주대 의대 신설 이후 27년만에 의대 정원 확대가 이뤄지게 됐다. 정부는 비수도권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증원분을 늘려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제는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인지를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무조건적인 의대 정원 확대 반대 대신, 늘어난 의사 인력의 효율적인 배치 등 문제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릇은 어떤 일을 해 나갈만할 도량이나 능력 또는 그것을 가진 사람을 뜻하는 단어로도 쓰인다. 크게 될 사람은 늦게 이뤄진다는 뜻의 ‘대기만성(大器晩成)’처럼 쓰인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큰 그릇은 더디게 만들어진다며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으로 만성(晩成)을 썼는데, 훗날 삼국시대 위나라에서 ‘늦게 이뤄진다’는 뜻으로 바뀌었다.

지리한 밥그릇 싸움은 국민들에게 피로감과 불신만 쌓이게 만든다. 올해는 늦게나마 이뤄진 ‘큰 그릇’들의 행복한 소식이 많이 들리길 바란다.
양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