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아침을 열며·이건철>이제라도 관광을 중심으로 한 국가도약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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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아침을 열며·이건철>이제라도 관광을 중심으로 한 국가도약을 기원한다
이건철 전 전남관광재단 대표이사
  • 입력 : 2024. 01.10(수) 14:47
이건철 전 대표이사
지난 해 연초 경상수지 적자가 45억달러를 기록해 적자의 가장 주된 이유인 반도체 수출 부진을 두고 논쟁이 뜨거웠다. 아쉬웠던 점은 반도체 다음으로 적자에 큰 영향을 미치는 관광에 대해서는 항상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관심 밖이었다는 사실이다. 관광수지 적자가 1년 사이 3배가 불어난 14억 9,000만달러를 기록했음에도 심각성을 이야기한 사람이나 부처가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해외여행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라고 합리화하는데 급급했다. 여태까지 대한민국에는 실천적인 관광정책은 없었으니까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

그러던 차에 희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해 1월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023년을 K-컬처가 이끄는 국가도약과 번영의 원년으로 삼는다는 ‘제6차 관광진흥기본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연말에는 더욱 반가운 뉴스를 접했다. 12월 8일 오후 2시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8차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열어 관광편의·지역관광·관광산업 혁신에 중점을 둔 관광진흥전략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해 2024년 외국인 관광객 2천만명·관광수입 245억달러(약 32조원)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선보였다. 정부가 관광을 국가의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반가웠다. 또 가장 눈에 띠는 것은 이를 주도한 국가관광전략회였는데, 이는 국무총리가 의장, 문화체육부 장관이 간사를 맡고 기획재정부 등 범부처와 민간이 참여하는 관광정책 수립·조정 회의체로서 비로소 국가적 관광사령탑으로서의 새 출발의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국가관광전략회의를 광주에서 개최한 것은 정부가 내년부터 10년 간 ‘남부권 광역관광개발’ 사업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함일 것이다. 남부권 광역관광개발사업의 핵심은 광주·전남·부산·울산·경남 5개 시·도에 3조원을 투입, ‘K-관광 휴양벨트’를 구축하고, 여수 거문도와 신안 흑산도에 각 100억원씩을 투입해 ‘K-관광섬’을 개발할 계획이다. 동시에 전국 5개 권역별로 대표 음식콘텐츠를 발굴, ‘K-미식벨트 30’을 구축하는 등 지방 미식관광에도 중점을 두고 야간관광특화도시도 확대할 계획이다.

OECD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관광을 성장동력산업으로 설정하지 않고, 관광전담 부처나 기구가 없는 대한민국이 관광을 성장동력산업으로 설정하고, 관광사령탑이 제 역랑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정부에 고마움을 표하면서 2가지만 첨언하고자 한다.

하나는 아베총리의 관광리더십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2012년말 집권한 아베는 취임하자마자 ‘관광입국’을 국정기조로 내걸고 4년여만에 한·일간 상황을 완전히 역전시켰다. 아베는 “관광은 성장전략의 큰 기둥”이라며 곧바로 자신이 의장을 맡고, 6개 부처가 참여하는 ‘관광입국추진 각료회의’를 신설하고, 매월 회의를 주재했다. 그 결과 2012년 한국과 일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100 : 40이었으나, 2015년엔 일본을 찾는 중국관광객 수가 우리나라를 추월했고, 일본의 여행수지는 53년만에 흑자로 반전되는 기록을 남겼다. 이러한 관광입국추진 각료회의를 본받아 국가적 관광사령탑으로 등장한 국가관광전략회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참여자의 폭을 넓히고 매월 회의로 정례화하는 등, 질과 양적인 측면에서 보완되기를 바란다.

다른 하나는 남부권 광역관광개발의 주 대상지인 남해안의 가치를 재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반도 남해안은 동북아 청정 관광거점으로서의 충분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남해안은 전국 해양·도서자원의 70% 이상을 점하고 있고, 중국과 일본의 지리적 중심이자 가깝다는 장점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세계적 경제도시인 상해와 남·북으로 연접해 있는 浙江省과 江蘇省은 남해안과 어느 나라 어느 지역보다 가깝고(목포∼상해 591km, 인천∼상해 819km), 인구규모가 크고(1억 5천여만명), 소득수준도 중국 국내 최상위수준이어서 남해안관광의 타겟이 되기에 최적인 곳이다.

이러한 남해안을 성공적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해양관광의 세계적 성공 사례인 ‘랑독루시옹’ 조성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프랑스는 1960년대 후반부터 수도권의 대응축으로 파리에서 900여km 떨어진 남부 지중해권을 설정하고, 개발의 첫단계로 사이언스 파크인 소피아 앙띠폴리스, 리조트기지인 랑독루시옹, 산단인 포스임해공단을 선정했다. 여기에서 특기할 점은 소피아 앙띠폴리스와 포스임해공단은 지방정부 주도로 추진된 데 반해, 랑독루시옹 리조트기지는 중앙정부가 가장 빨리 균형발전 차원에서 국가 주도로 추진했다는 사실이다.

오랜만에 정부가 관광을 성장동력산업으로 설정한 마당에 다가오는 4·10 총선에서 여·야가 경쟁적으로 내세운 관광관련 공약이 함께 어우러져 중앙정부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추진한 세계적 해양관광지인 ‘랑독루시옹’을 한반도 남해안에서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