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조사위, 전두환 발포명령 못 밝히고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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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조사위, 전두환 발포명령 못 밝히고 마무리
21개 직권과제 중 7건만 완료
방위병 학살 투입 최초로 규명
청문회 실패 “조사 강제력 부족”
“조사위 성과 무엇인가” 쓴소리
  • 입력 : 2023. 12.20(수) 18:25
  •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
국가차원의 5·18진상규명과 이후 방향 모색 공개토론회가 20일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증언 영상 등을 시청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가 뚜렷한 성과없이 4년 동안의 활동을 마무리할 전망이다. 핵심 안건이었던 ‘전두환 발포 명령’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지 못해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조사위는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서 ‘국가차원의 5·18진상규명과 이후 방향 모색’을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열고 조사 현황을 발표했다.

조사위에 따르면 현재 조사위는 총 21개 직권과제 중 3분의 1인 7개 과제만을 심의 의결했다. 구체적으로는 △민간인 사망 △민간인 상해 △행방불명자 △탈북자의 북한특수군 광주일원 침투 주장 △군에 의한 헬기 사격 △공군 전투기 출격대기 의혹 △검거 간첩 홍종수·손성모의 5·18 관련성 여부 등이다. 나머지 14개(2개 병합)는 현재 전원위원회에 상정돼 심의 절차를 거치고 있다.

신청사건은 216건이 접수됐으며 이 중 43건이 심의 완료되고, 80건이 직권사건 병합, 93건이 각하 또는 취하됐다.

조사위 측은 “나머지 직권과제가 12월26일까지 (기한이) 남아있는데 보고서 내 개인정보, 군사기밀 인용 등 삭제 등 별도의 과정이 필요해 대국민 공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심의의결된 7개 과제도 내부 심의 절차가 남아있어 구체적인 내용 공개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조사위는 조사 과정에서 규명한 일부 새로운 사실을 공개했는데, 5·18 당시 계엄군뿐만 아니라 방위병도 민간인 학살에 투입된 사실이 최초로 밝혀졌다. 당시 방위병을 운용하던 31사단은 61훈련단 11병참선 경비대대를 5월23~24일 광주변전소 탈취, 광주톨게이트 봉쇄 작전 등에 투입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투입된 400여명은 모두 방위병 신분이었다.

주요 열사들의 사망 경위도 새롭게 규명됐다. 5·18 최초 희생자인 김경철 열사는 5월18일 금남로에서 부상을 입고 19일 국군통합병원에서 숨졌다고 알려졌으나 실제론 19일 오후 적십자병원에서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윤상원 열사는 5월27일 옛 전남도청 최후항전에서 사망했는데 이때 ‘자상’이 아닌 복부에 ‘총상’을 입고 숨진 것으로 정정됐다.

하지만 가장 쟁점이 되는 ‘발포 명령자’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조사위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전씨의 핵심 측근으로부터 그 주도성과 중심성에 대한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는데 이날 토론회서는 입장을 뒤집었다.

조사위 측은 “발포 명령이 실제 상부에서 내려왔는지가 조사에서 가장 큰 주제였다”며 “기록이 남아있을 수 없는 부분이라 진술 조사에 치중했지만, 이 부분(전두환이 발포 명령을 내렸는지)에 관한 직접적인 진술은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발포 경위 및 책임소재에 대해서는 5월19일 광주고 앞에서 최초 발포된 사실과 20일 광주역, 21일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 당시 실탄 배분, 발포 명령, 실탄 통제와 진돗개 발령 사실 등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청문회 무산’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조사위는 지난 2월부터 3차례가량 청문회 소위원회를 구성해 개최했으나, 조사 미비 등의 이유로 청문회를 열지 못해 원성을 산 바 있다.

민병로 전남대 5·18연구소장은 청문회 실패의 원인이 ‘조사 강제력 부족’에 있다고 분석했다. 민 소장은 “출석요구, 동행명령, 과태료 부과 등으로는 한계가 있다. 조사의 강제력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 강구가 필요하다”며 “수사로서의 성격을 갖는 압수·수색에 관한 의뢰 권한이 아니라, 행정조사권으로서의 증거물 수거권 등을 위원회에 인정하고, 자료제출 요구에 대한 제재를 과태료가 아닌 형사처벌로 강화하는 등으로 간접적인 강제력을 확보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사위 발표 이후 이날 자리에 참여한 유공자 등 참석자들 사이에선 “조사위가 해 놓은 게 뭐가 있는지 의문이 많다”는 등의 쓴소리가 나왔다.

한편, 지난 2018년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됨에 따라 이듬해 2019년 12월27일 한시기구로 출범한 조사위는 오는 26일 공식적으로 활동이 종료된다. 조사위는 내년 6월26일까지 정부에 종합보고서 및 대정부 권고안을 마련해 전달해야 한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