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데스크칼럼>‘풍전등화’ 광주 제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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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전남일보]데스크칼럼>‘풍전등화’ 광주 제조업
최권범 경제부장 겸 뉴스콘텐츠부장
  • 입력 : 2023. 10.26(목) 13:23
최권범 부장
광주 제조업이 풍전등화 위기다. 최근 발표된 주요 경제지표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광주 제조업의 실상을 보여준다.

호남통계청이 이달 내놓은 광주지역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제조업 생산지표로 활용되는 광공업 생산이 지난 8월 기준 전년 동월대비 0.4% 하락했다. 그나마 주력산업인 자동차산업의 호황 덕에 하락폭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인데 광주 광공업 생산은 지난 4월 하락세로 전환된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출도 악화일로다. 광주본부세관의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광주지역 수출액은 제조업 침체 여파로 지난 8월 15억6000만 달러에서 9월 14억9600만 달러로 쪼그라 들었다.

기업 부채는 더 심각하다.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보고서에 따르면 2018~2022년 중 광주 중소기업 부채 증가율은 연평균 25.5%에 달했다. 광주지역 대기업 13.4%보다 두 배 가까이 웃도는 증가율이다. 부채규모도 지난해말 기준 16조2000억원으로, 대기업 14조7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기업들의 생산 감소와 부채 증가는 폐업으로 이어져 지역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우려가 깊다.

실제 기업들은 극심한 경영난을 버티다 못해 사업장 문을 닫고 있다. 올 들어 9월말까지 광주지방법원에서 접수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33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기간 22건에 비해 11건(50%)이나 늘었다. 지난 한해 32건보다도 많다. 최근 10년 사이 법인 파산 신청이 가장 많았던 해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던 2020년으로, 총 37건이었는데 연말까지는 아직 3개월이나 남은 시점이어서 이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시기 어려움을 겪은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기관의 채무유예 혜택이 종료돼 본격적인 상환이 시작되면서 아직 회복하지 못한 기업들의 파산 신청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때문에 산업현장에서는 짙은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제품이 팔리지 않아 재고가 쌓이고, 공장 가동률도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대유위니아 사태까지 터지면서 제조업 위기를 키우고 있다. 광주를 생산거점으로 하고 있는 대유위니아그룹의 계열사들이 줄줄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200여곳에 달하는 광주지역 협력업체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계열사들의 체불액 규모만 1000억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적게는 5000만원부터 많게는 50억원까지 납품대금을 받지 못한 협력업체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생산라인이 멈춰서 개점휴업하는 지경에 놓여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열악한 경제구조 탓에 지역에는 소수의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의존하는 영세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다. 지난해 기준 광주지역 중소기업 수는 694개로, 전체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넘는다.

대유위니아처럼 큰 기업 한 곳이 무너지면 수백여 곳에 달하는 협력업체가 하루 아침에 생존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종사자들과 가족은 물론 도미노처럼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까지 고통을 겪게 되는 게 지역경제의 현실이다.

다행히 대유위니아 사태와 관련해 광주시와 지역 경제계, 정치권 등 지역 사회가 한목소리로 법원에 신속한 기업회생 개시를 호소하면서 계열사들의 기업회생 개시가 잇따라 결정돼 근로자 체불임금, 협력업체 납품대금 지급 등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광주시는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에 중소기업특별지원지역 지정 신청을 추진하고, 지역산업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산업부에 산업위기대응특별지원 지정 신청을 위한 요건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니아 사태에만 국한하지 않은 적절한 대응이다.

지역 제조업이 IMF 금융위기 이후 최대 위기라는 말이 나온다. 때를 놓치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 광주시와 지역 정치권은 위기에 빠진 제조업을 살리기 위한 정부 지원책이 조속히 마련될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제조업은 지역산업의 중추이자 지역경제의 근간임을 잊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