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고·주종섭> 건설 현장 적정 임금 정착과 다단계 하도급 근절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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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기고·주종섭> 건설 현장 적정 임금 정착과 다단계 하도급 근절되어야
주종섭 전남도의원
  • 입력 : 2023. 09.24(일) 15:23
주종섭 도의원
최근 광양 제철 산단 임금 교섭장에서 건설 하도급 34개 업체로 구성된 협의회 대표가 노조와 협상이 지지부진한 이유로 “발주처인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시설투자 감소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설계 단가의 47% 수준에서 낙찰받고 있는 현실이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하도급 적정성 심사를 제대로 거친 것이 아니거나 또는 하청에 재하청, 재재하청으로 불법 하도급이 진행된 것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지만, 건설 현장의 다단계 하도급과 저가 낙찰의 부조리한 관행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2023년 건설 노동현장의 임금 및 단체협약을 가지고 노사 간의 협상이 속속 타결되고 있는데 유독 광양제철소 플랜트 현장 임금협상이 6개월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갈등으로 치닫고 있으며, 노사 간의 대화가 꽉 막힌 상태이다.

노사 간의 갈등이 장기화하는 것은 건설 현장의 고질적인 병폐인 다단계 하도급과 공사의 저가 낙찰 관행이 원인이 되고 있다.

적정임금제는 다단계 도급 구조인 건설 공사 현장에서 원·하도급자 간의 공사 금액을 보장하면서 건설노동자의 임금이 삭감되지 않고 적정한 임금이 지급되도록 하는 제도이다.

2023년 국회에서 건설 현장에서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인한 노동자의 임금 삭감을 방지하기 위해 ‘적정임금제’ 개정안이 상정되어 논의 중이며, 현재 적정임금제를 도입한 곳은 서울시, 경기도, 서울주택도시공사 등으로 각 지자체의 조례를 근거로 시행하고 있다.

건설업의 경우 발주처에서 원도급사, 하도급사, 팀(반)장 순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생산구조로 인해 노동자들의 임금이 삭감되는 고질적인 관행이 자리 잡고 있어 가격경쟁에서 저가 수주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특성 때문에 노동자들의 임금이 낮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저가 낙찰의 손해를 메꾸기 위한 무리한 공사 기간 단축으로 잦은 산재사고 발생, 부실시공 등 원인이 되고 있다.

철근 등 자재비용을 아끼겠다고 순살 아파트를 짓는 행위도 이같은 저가 낙찰이 원인이 되며, 소비자들의 불만과 국민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건설 현장의 전근대적이고 잘못된 불공정거래 관행은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건설 현장의 임금을 깍지 못하도록 정한 프리베일링 웨이지(prevalling wage) 제도가 시행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감독업무 개선 및 적정임금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건설 현장의 노사가 선진적 노사관계 정착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동반자적 노력을 기울여 주길 바라며, 광양제철 건설 현장을 비롯한 건설 현장의 노사 간의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기를 기원한다.

전남도에서는 도가 발주하는 공사에 대해 먼저 적정임금제를 시행하여 저가 낙찰과 다단계 하도급의 불합리한 관행을 바로잡고 그러한 성과가 광양제철소를 비롯한 민간 공사까지 확산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건설업체는 건설 현장에서 다단계 하도급을 관행을 근절하고 적정 낙찰을 통한 적정임금제가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