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선운2지구 혼합임대주택 사업지구 위치도. LH 광주전남본부 제공 |
특히 광주 선운2지구에 건설 중인 LH 국민임대주택과 영구임대주택 단지도 명단에 포함된 가운데 해당 단지가 LH의 직접 감리 대상인 것으로 드러나 설계, 감리, 시공 등 전 과정에서 관리 및 검수가 소홀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1일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무량판 구조의 전단보강근 누락이 동일하게 발견된 15개의 LH 공공주택단지 현황을 공개했다.
이미 준공이 완료된 9곳과 공사가 진행 중인 6곳이 공개됐는데, 6곳 중 광주 선운2지구의 A-2블록인 국민임대주택과 영구임대주택 단지가 포함돼 지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해당 단지 내 무량판으로 설계된 지하주차장 기둥 121개 가운데 42개인 34.7%의 기둥 철근이 설계 단계에서부터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슬래브(철근콘크리트구조의 바닥) 하중을 보가 받고 보의 하중을 기둥이 받는다면, 무량판 구조는 슬래브의 하중이 보를 건너뛰고 바로 기둥이 받게끔 만든 구조로, 기둥이 많지 않아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고 비용과 건축 기간이 절감된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상판의 무게를 떠받치는 기둥이 보없이 슬래브를 바로 지지해야 하기 때문에 슬래브가 뚫리는 것을 막기 위해 기둥 주변에 ‘전단보강근’이라고 불리는 U자 형태의 갈고리형 철근이 기둥 상부층을 감싸도록 알맞게 설치돼야 하는데, 철근이 빠진 기둥들이 발견된 것이다.
LH 광주전남지역본부는 이와 관련해 지난 6월부터 국토교통부와 함께 조사를 벌였으며, 구조계산 오류를 확인하고 보강 설계를 진행, 철근이 빠진 기둥 부위에 강판 등을 대는 ‘슬래브 보완’ 방식으로 하중을 버티는 강도를 높여 이달 말까지 공사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LH는 보강 공사를 마치고 내년 3월까지 준공을 완료, 같은 해 5월 입주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감리 단계에서 철근 누락에 대한 오류를 잡아내지 못했다는 비난은 면하지 못하게 됐다.
선운2지구 A-2블록의 경우 설계는 유탑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시공은 효성중공업으로 민간업체에서 맡았다. 감리는 LH에서 직접 감독을 맡았지만 당초 설계오류를 저지른 건축사사무소는 물론, 감리, 시공 단계에서 모두 오류를 찾아내지 못했다.
지역의 한 건설사 관계자는 “설계가 넘어오면 시공사에서는 대부분 그대로 시공하기 마련이다”며 “전문적인 구조 계산이 포함되는 설계상의 오류를 시공사가 찾아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책임 소재가 명확해야 하는 만큼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직 추가 공급 일정이 남아있는 세대에 대한 수요 하락은 물론, 현 입주 예정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선운2지구 A-2블록은 447가구의 국민임대주택과 159가구의 영구임대주택 등 총 606가구가 6개 동으로 구성된 혼합단지로, 지난해 12월 1차 청약이 완료됐다. 1일 기준 국민임대주택의 경우 447가구 중 357가구의 계약이, 영구임대주택은 159곳 중 98곳의 계약이 완료돼 각각 79.8%, 61.6%의 계약률을 보이고 있다.
남아있는 공급 호수가 평균 30%에 달해 올해 말 추가 공급 모집을 계획하고 있던 LH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철근 누락 아파트 명단이 발표된 이후 이날까지 LH 본사는 물론, 지역본부에는 입주를 앞둔 임대주택 계약자들의 민원도 끊이질 않고 있다. 이대로라면 계약 해지를 원하는 입주 예정자들이 무더기로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임대주택의 종류와 계약 조건에 따라 계약 해지 시 위약금이 발생하는데, LH는 입주 단지에 중대한 하자가 발생했을 경우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LH 광주전남본부 관계자는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지자체장이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인정하고 해당 사항이 임대 면제 사유로 인정받으면 위약금이 부과되지 않는 계약 해지가 적용될 수 있다”면서도 “현재 광주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에, 지역본부에서 해당 내용을 정확하게 하자로 인정할 수 있다, 없다를 판단하기는 어려운 시점으로 하자 적용 여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