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오후 광주광역시 남구 진월동 제5투표소인 백두태권도장에 기표소와 투표함 등이 설치돼 있다. 윤준명 기자 |
2일 광주시·전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21대 대통령 선거 본투표가 3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광주광역시 357곳, 전라남도 806곳 등 총 1163개 투표소에서 진행된다.
이 중 상당수는 행정복지센터, 면사무소, 학교 등 공공시설이지만, 유권자들의 접근성과 편의 등을 고려해 유치원, 태권도장, 게이트볼장 같은 주민에게 친숙한 공간도 투표소로 지정됐다.
본투표를 하루 앞두고 찾은 광주 남구 진월동 제5투표소 백두태권도장. 이 곳에는 각종 대회에서 수상한 트로피들이 출입구 한켠에 진열돼 있었고, 한쪽 벽면에는 체육용품들이 정돈돼 있어 여느 태권도장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선거사무원들이 분주히 오가고, 도장 한가운데에 투표함이 놓이며 기표소가 나란히 설치되자 태권도장은 단숨에 유권자들이 모이는 투표소로 바뀌었다.
건물 입구에는 주민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안내 표지가 부착됐고, 이동 약자들을 위한 간이 경사로도 설치됐다.
주민 이미숙(62)씨는 “이사 온 뒤로 18년째 이곳에서만 투표를 해와서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 됐다”면서 “거주지와 투표소가 멀리 떨어져 있으면 투표를 포기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아파트 상가 건물에 있어 편리하고 주민 반응도 좋다. 개시에 맞춰 투표하러 나갈 계획”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같은 날 찾은 북구 신용동 제5투표소인 한 유치원은 원생들의 웃음소리와 수다로 활기가 넘쳤다. 미끄럼틀과 유아용 자전거 등 놀이기구 사이로는 배치를 앞둔 투표함과 기표소 등 각종 선거용품이 자리잡고 있었다.
해당 유치원은 인근에 투표소로 활용할 적절한 시설이 부족해 벌써 5번째 선거를 치르게 됐다. 원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투표소 설치는 모두가 하원한 저녁 시간대에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주민 김모(34)씨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공간에 투표소가 생기는 모습이 선거마다 이색적으로 느껴진다”며 “집과 가까운 곳에서 편리하게 투표할 수 있어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동구 학동 제1투표소는 동네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탁구장을 활용하고, 학운동 제3투표소는 아파트 단지 내 신체교정원을 지정하는 등 광주 지역의 다양한 일상 공간이 선거 현장으로 변모했다.
전남 지역에서는 어르신들이 즐겨 찾는 게이트볼장이 다수 투표소로 지정된 점이 눈에 띈다. 순천 등 도시뿐만 아니라 보성 등 여러 농어촌 지역에서도 고령 유권자들에게 익숙한 게이트볼장이 투표소로 활용돼 접근성과 편의를 높이고 있다.
투표소로 활용되는 민간시설의 경우 건물의 특성과 용도에 따라 소정의 사례비나 임차료가 지급된다. 설치 시기는 업소나 시설의 사정에 따라 다르며, 모든 준비는 투표 전날 오후까지 마무리된다.
통상 투표소는 읍·면·동사무소나 관공서 등의 1층을 활용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적절한 장소를 찾기 어려운 경우, 유권자의 접근성 등을 고려해 민간 시설이나 인접 장소 등이 투표소로 지정될 수 있다고 선관위는 설명했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적절한 장소가 없는 경우, 유권자들의 편의를 위해 일부 민간시설을 투표소로 활용하고 있다”며 “혼란을 줄이기 위해 가능하면 기존에 사용된 투표소를 계속 지정하는 방향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