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학동 참사 4주기를 맞아 극단 밝은밤이 추모 창작극 ‘오늘까지만 살아있는 사람’을 오는 6~8일 동구 소극장 씨어터연바람에서 선보인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학동 참사 3주기 추모극 ‘덩달아 무너진 세상’ 공연 모습. 극단 밝은밤 제공 |
![]() 극단 밝은밤이 지난해 선보인 학동 참사 3주기 추모극 ‘덩달아 무너진 세상’ 공연 모습. 극단 밝은밤 제공 |
올해 광주 학동 참사 4주기를 맞아 청년 예술가들로 구성된 극단 밝은밤이 추모 창작극 ‘오늘까지만 살아있는 사람’을 6일부터 8일까지 동구 소극장 씨어터연바람에서 선보인다.
이 작품은 4년 전 광주 동구 학산빌딩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참극을 배경으로 한다. 참사를 단지 과거의 기억으로 묻지 않고, 되새길 수 있는 뜻깊은 공연이다.
지난 2021년 6월9일 광주광역시 동구 학산빌딩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는 전 국민에게 충격과 분노를 안겼다. 9명이 목숨을 잃고 8명이 중상을 입은 학동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닌 구조적 문제에 의한 인재로 드러났다.
이번 공연은 참사 이후에도 하청과 재하청, 불법 하도급과 철거 계획 무시 등으로 인한 비극이 여전히 전국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무너진 건물만큼이나 무너진 사회의 감각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자 기획됐다.
작품은 사람이 죽은 후, 잠시 머무는 공간 ‘어중’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승도 저승도 아닌 이곳은 기억과 감정이 교차하는 경계의 세계로 단 하나의 선택권이 주어진다.
“당신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입니까?” 그 순간을 선택하면, 잠시 돌아갈 수 있다.
죽었을 당시의 기억을 잃은 해찬과 성철은 어중 기억 상담 네트워크에서 잃어버린 조각을 하나하나 되짚어 본다. 누군가의 기억에서, 버려진 물건에서, 타인의 이야기 속에서 자신을 구성했던 ‘진짜 순간’을 찾아 나선다.
![]() 지난해 열린 학동 참사 3주기 추모 공연 후 관객들이 헌화하는 모습. 극단 밝은밤 제공 |
지난해까지 선보인 ‘덩달아 무너진 세상’과 이번에 첫선을 보일 ‘오늘까지만 살아있는 사람’의 차이점은 캐릭터 분배와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공간이다. 전작에서는 한정된 공간에서 학동 참사 희생자들을 중심으로 다뤘다면 이번 작품은 판타지 감성을 활용한 ‘어중’이라는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해 여러 서사를 녹여낸다. 딸을 잃어버려 ‘어중’을 떠나지 못하는 북한이탈주민 지선, 어린 나이에 병을 앓고 자신의 행복한 기억을 찾지 못하며 방황하는 유훈, 어중을 관리하는 사자와 그를 돕는 신비한 존재들까지 판타지적 요소와 독창성 있는 캐릭터를 곁들였다.
참사의 재현을 넘어 살아남은 이들,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와 기억, 잊힘에 대한 두려움, 사회적 책임의 공백을 복합적으로 녹여낸 서사가 관객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극단 밝은밤 단원들의 깊이 있는 감정선과 캐릭터 서사는 피해자 개인의 삶과 사회적 맥락을 동시에 그려낼 전망이다.
지역 문화예술계도 극단 밝은밤의 활동에 주목하고 있다. 단순한 추모를 넘어, 사회적 기억을 문화적으로 확장하고 지역 공동체의 상처를 예술로 어루만지는 시도는 지역 기반 예술단체의 중요한 역할을 보여주는 사례기 때문이다.
극단 밝은밤 관계자는 “참사 이후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머릿속에서 점차 잊히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두렵다. 문화예술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기억의 방식은 ‘지속성’이다”며 “연극을 통해 억울한 죽음을 사회가 기억하고, 유가족의 상처에 위로가 닿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에 관한 예매 및 자세한 정보는 극단 밝은밤 공식 SNS 채널이나 씨어터연바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추모 창작극 ‘오늘까지만 살아있는 사람’ 포스터. 극단 밝은밤 제공 |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