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서석대>‘에그테크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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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 서석대>‘에그테크 시대’
이용환 논설실장
  • 입력 : 2023. 05.11(목) 17:23
이용환 논설실장
육종학자 우장춘은 대한민국의 빈곤과 기근을 물리친 영웅이었다. 일본에서 육종학을 공부한 우장춘은 1950년 귀국한 이후 우리나라 풍토에 맞고 병에 강한 무와 배추의 새 품종을 만들었다.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됐던 강원도 감자의 품종을 개량해 맛 좋고 튼튼한 무병 감자도 생산했다. 기후가 온화한 제주도에 감귤과 유채를 처음 재배한 것도 그였다. ‘씨 없는 수박’도 처음 국내에 선보였다. “내 연구의 원동력은 전 인류의 복지.”라는 게 신품종을 열망했던 우장춘의 철학이었다.
 
얼마 전까지 파란 장미의 꽃말은 ‘불가능’이었다. 자연계에서는 파란색 장미를 볼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파란 장미의 꽃말이 ‘희망, 기적’으로 바뀌었다. 극적인 반전의 주인공은 생명공학이다. 장미에는 파란색을 내는 색소가 없어 꽃과 식물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파란 장미는 도달할 수 없는 불가능의 상징이었다. 생명공학자들은 이런 장미에서 붉은색과 주황색 색소를 인위적으로 억제한 뒤 청색 색소를 형성하는 효소유전자를 이식해 파란 장미를 현실로 만들었다. (최양도 저 식탁 위의 생명공학)
 
유전자를 활용한 기술은 20세기 인류의 위대한 과학적 성과다. 수확량이 많은 쌀부터 무르지 않는 토마토나 병충해에 강한 옥수수까지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 수 많은 생명공학 작물이 우리의 식탁을 차지하고 있다. 인터페론이나 인슐린 등 질병을 치료하는 약이나 각종 유전병을 태아 단계에서 교정할 수 있게 된 것도 생명공학의 산물이다. 미생물을 프로그래밍해서 연료나 의약품으로 활용하는 기술도 획기적인 성과를 거뒀다. 과거 옥수수도 강아지풀처럼 왜소했지만 오랜 세월 교배 육종을 통해 지금의 옥수수로 발전했다고 한다.
 
최근 전남대 연구팀이 신품종 육성기간을 단축하는 ‘반수체 유도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전통 육종으로 7~8년 걸리던 우수 유전자 획득을 5년 이상 단축시킨다고 한다. 첨단기술 시대에도 새로운 육종 기술은 농업의 미래를 좌우한다. 전세계 최첨단 미래기술이 전시된 올해 CES 2023의 첫 머리도 농기계 기업이 장식했다. 식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농업의 중요성에 대한 반증이다. 현대는 농업(agricultural)과 기술(technology)이 융합된 에그테크 시대다. 불가능을 희망으로 바꾸겠다는 에그테크 시대, 새로운 기회를 꿈꾸는 전남대의 도전이 신선하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