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3만원 쿠폰' 여행 가고 싶으신가요?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취재수첩
취재수첩>'3만원 쿠폰' 여행 가고 싶으신가요?
경제부 곽지혜 기자
  • 입력 : 2023. 04.02(일) 14:23
곽지혜 기자
근 1년여간 지면과 온라인을 채운 경제 관련 기사의 절반 이상은 경기 침체로 인한 기업들과 소상공인들의 어려움, 혹은 치솟는 물가로 신음하는 서민들의 이야기였다.

코로나19라는 길었던 터널을 벗어나자마자 맞닥뜨린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 3高 위기에 소상공인부터 중소기업, 대기업까지, 또 고용인부터 노동자까지 고통을 호소하지 않은 업계와 계층이 없었다.

수개월째 기준치를 밑도는 체감경기와 바닥을 치는 소비 심리,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무역수지에 엎친데 덮친격이었던 공공요금 인상까지 그야말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짙어지기만 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는 치솟는 금리에 대한 지원책이나 난방비 등 공공요금 폭등에 따른 대책을 때마다 내놓고 있지만, 이미 코로나19를 겪으며 비워낸 곳간에서 쥐어짜낼 여력은 부족하고, 막상 지원책들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하는 사람들 또한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정부는 한국 경제의 양대 축인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을 겪고 있는 만큼 소비·관광을 중점으로 한 내수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관광업에 초점이 맞춰진 이번 대책은 결국 시민들이 여행을 많이 갈 수 있게 해서 경기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오는 6월을 여행의 달로 정하고 주말에는 짧게라도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숙박비와 교통비 등에 대한 할인을 보장하는 방법인데,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속담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고물가 기조로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소비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조일 때는 바짝 조이고 자신이 반드시 원하거나, 남들과 비교했을 때 뒤처지지 않는 느낌이 드는 곳에 소비를 집중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3만원짜리 숙박비 쿠폰과 놀이시설 1만원 할인권을 준다고 예정에 없던 주말여행 계획을 세우는 이들은 과연 몇명이나 될까.

애당초 1박 요금이 100만원에 달하는 숙소를 예약하고 여행을 떠나기로 한 사람들에게 3만원의 할인쿠폰은 어떤 가치를 할지, 이번 달 생활비를 계산하며 여윳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들에게는 3만원 할인쿠폰이 소비 욕구를 자극할지 의문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돈을 지원해주는 ‘10만원 휴가비’도 마찬가지다.

19만명에 달하는 중소·중견기업 근로자와 소상공인이 대상인데 자신이 20만원을 부담하면 회사에서 10만원, 정부가 10만원을 더해 휴가비로 사용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은 이미 대기업과 공기업, 공공기관 등에서 불공정성을 제기함은 물론, 인력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중소기업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할리 만무하다는 것이 평가다.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로 현금 지원을 최소화하고 소비를 진작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한들 그동안 행사 기간이나 횟수를 늘리는 단순한 소비 활성화 방안보다도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소주 한 병 가격이 6000원이 된다는 소식에도 서민들의 얼굴에는 그늘이 지는 분위기다. 내수 진작을 위한 대규모 소비 쿠폰 살포보다는 각 계층과 사회 취약 부분에 대한 세심하고 세분된 정책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