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1막 중 비올레타의 거실 파티 장면. 출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홈페이지 |
소설 ‘삼총사’로 유명했던 알렉상드르 뒤마의 아들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Alexandre Dumas (fils), 1824~1895)는 사교계의 매력적인 여인, 실존 인물 마리 뒤플레스(Marie Duplessis)의 이야기로 통렬하게 프랑스 사회를 비판한 소설 ‘춘희-La Dame aux camelias’를 썼다. 프랑스 사회에 엄청난 반향을 던진 이 소설은 사회 안에 자리 잡은 이기적 통념의 진실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다. 이 소설을 접한 가극의 왕 베르디(Giuseppe Verdi, 1813~1901)는 자신이 찾던 ‘진실’에 대한 갈망을 풀어줄 세련된 주제로 크게 공감해 오페라로 제작을 결심하게 된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2막 중 비올레타와 제르몽의 만남 장면. 출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홈페이지 |
‘La Traviata’를 직역하면 원작의 ‘춘희’ 또는 ‘동백꽃 아가씨’가 아니라 ‘길을 헤매는 여자’란 뜻이다. 우리가 아는 고급 창녀 비올레타를 지칭하고 있는데, 이는 당시 모든 이가 다루기 꺼리는 동시대의 사건이었으며 베르디는 이를 통해 사회 안에서 통념화된 잘못된 시각을 날카롭게 비난하고 싶은 의도를 담았다고 할 수 있다. 예술을 통해 더 공고화되고 유지하려는 사회의 부조리에 경종을 울리며, 시대의 변화를 이끌려는 예술가 베르디의 철학이 담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3막 피날레 중 죽음의 문턱에 다가선 비올레타. 출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홈페이지 |
파리 교외의 작은 별장에 알프레도와 비올레타가 사랑의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생활비가 부족해 비올레타가 가진 것을 팔아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알프레도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파리로 떠나고, 그 뒤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이 찾아온다. 제르몽은 비올레타의 순수한 사랑에 놀라지만, 그녀에게 아들과 헤어져 달라고 부탁한다. 굳은 결심을 한 비올레타는 제르몽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청하고 알프레도에게 이별의 편지를 남기고 떠난다. 파리에서 돌아온 알프레도는 새삼스럽게 애정을 확인하고 나가는 비올레타를 보고 이상한 기분에 휩싸인다. 그때 알프레도에게 하인이 편지를 전해준다. 편지를 읽은 알프레도는 절망에 빠져 한탄한다. 이때 아버지 제르몽이 들어와 고향으로 돌아가자는 것을 뿌리치고 비올레타를 오해하고 복수심에 사로잡혀 그녀에게 향한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3막 피날레 중 비올레타의 의사역을 맡아 공연한 필자(사진 왼쪽). 호남오페라단 재공 |
비올레타의 병실로 무대가 바뀌고 등장한 의사는 하녀에게 비올레타의 생명이 경각에 달려 있다고 귀띔해준다. 오해를 풀고 진실을 알게 된 알프레도와 제르몽이 등장한다. 비올레타를 안은 알프레도, 두 사람의 눈에서 기쁨의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두 사람은 새로운 행복을 상상해 보지만 죽음의 그림자가 엄습하고 비올레타가 알프레도의 가슴 안에서 숨을 거둔다. 죽음을 알리는 오케스트라의 장엄한 연주와 운명의 사랑을 닫는 듯한 막이 내려오며, 감동한 청중들은 애절한 비극적인 사랑에 눈물지으며 차마 박수를 보내지 못한다. 3초의 시간이 지난 후, 엄청난 환호와 박수 소리와 함께 이 비극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는 베르디의 승리를 경축한다.
‘라 트라비아타’는 주옥같은 음악으로 가득차 있으며 곁들어진 무희의 멋진 춤과 18세기 프랑스 사교계의 풍경 안에서 관객은 어느새 멋진 파티에 참석한 일원이 된다. 사회가 가지는 편견에 희생됐던 비올레타, 그녀를 통해 사회가 가지는 인간을 향한 가식된 잣대의 결말에 대해 베르디는 비판적 시각으로 예술을 통해 이야기한다. 베르디는 당대의 풍경과 철학, 그리고 시대정신을 담은 오페라로 감동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 했다. 독자들도 예술 안에 담긴 작은 혁명의 주역이 되길 원한다면, 지금 당장 예술의 현장을 찾아라! 그곳에서 당신은 이미 세상을 바꾸어가려는 예술의 동조자로 혁명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최철 조선대 초빙교수·문화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