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반목은 그만, 이제는 역사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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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반목은 그만, 이제는 역사의 시간"
● 최영태 전 전남대 5·18연구소장
“특전사 참배·취지 공감 불구
공동선언문은 일부 수정해야
민주묘역 참배 누구든 개방을
진상규명·처벌 8부 능선 넘어
5·18정신 민주적 공론화 필요”
  • 입력 : 2023. 03.05(일) 18:21
  •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
전남대 5·18연구소장을 지낸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가 전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5·18공법단체와 특전사 단체의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선언식’에 대해 “참배도, 행사도 좋다. 다만 공동선언문은 일부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총평했다. 김혜인 기자
“대한민국 특전사동지회(특전사회)의 5·18묘역 참배는 환영하지만 선언문은 아쉽습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특전사회가 진상규명에 적극 협력하는 모습을 기대하겠습니다.”

지난달 19일 시민사회의 반대 속에서 강행된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선언식(공동선언식)’을 두고 5·18단체와 시민들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최영태 전 전남대 5·18연구소장(전남대 사학과 명예교수)은 신중히, 그러나 확고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최 교수는 지난 2004년부터 2년간 제5대 전남대 5·18연구소장을 역임하며 전국 최초로 5·18강의를 정규 교양과목으로 개설해 직접 가르치는 등 수십년간 5·18 연구와 교육에 매진해 왔다.

최 교수는 이번 공동선언식에 대해 “참배도, 행사도 좋다. 다만 공동선언문은 일부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총평했다.

행사 당일 오후 2시에 예정됐던 특전사회의 국립5·18민주묘지 참배가 시민사회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 긴급하게 오전 10시로 바뀌어 진행됐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는 ‘기습 참배’, ‘도둑 참배’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최 교수는 “5·18묘역은 참배하려는 누구에게든 개방돼야 한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고 규정하는 재판관 노릇은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 교수는 시민사회의 “화해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있고 난 후에야 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이라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시민사회의 주장이지만 (진상규명은) 이미 8부 능선을 넘은 상황”이라며 “3년간 5·18진상조사위원회가 활동했지만 특별히 새로운 사실을 찾아내지 못한 이유는 이미 밝혀질 것은 대부분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미 국민들 사이에서 5·18 당시 유혈사태의 중심인물이자 발포명령의 최종책임자가 전두환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사실은 사법부에서도 확인됐다. 전두환은 1996년 1심에서 사형,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노태우, 정호용, 이희성, 황영시 등 전부 중형에 처했다. 사형이 폐지된 당대에 전두환이 최고형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은 사실이 후에 사면됐다고 해서 그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과거에 행해진 법적 응징이 자칫 희석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공동선언식의 취지에 대해 공감하는 입장이다. 그동안 반목의 상대였던 특전사 단체와의 화해를 도모하는 것이 5·18 전국화나 왜곡을 해소해 나가는 데 일조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최 교수는 “이번 행사 이후 특전사회가 홈페이지를 전면 정비하면서 왜곡·폄훼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준 것이 나름의 성과가 아닌가”라며 “아직도 북한군 침투설과 같은 5·18 관련 왜곡이 많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특전사 단체에서 적극적으로 왜곡과 폄훼에 대응한다면 전국화와 진실규명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최 교수는 공동선언문의 내용과 구성에 대해 꼬집었다. 그는 “전반적으로 공동선언문의 요지가 ‘계엄군도 피해자다’라는 방향이다”며 “이러한 내용보다는 ‘특수신분으로 불가피한 과잉대응에 대해 선배들 대신 사과를 드린다’, ‘반성적 차원에서 진상규명에 협력하겠다’는 약속에 초점을 두는 것이 좋아보인다”고 아쉬워했다.

특히 공동선언문 중 ‘상부의 명에 따라 공적인 임무’를 짚으며 “화해 취지를 반감시키는 표현이 될 수 있다. ‘일부 정치군인의 명에 따라~’로 변경하고 ‘공적’이라는 단어를 빼는 등 선언문을 수정하며 시민사회와 갈등을 풀어보는 것도 방법이다”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최 교수는 “어느덧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43년이 지나 역사의 시간이 됐다. 생각이 다르다고 격렬한 비방전만 늘어놓는 것은 5·18정신에 맞지 않다”며 “앞으로도 5·18을 두고 다양한 입장과 의견이 등장할 것이다. 싸움이 아닌 건전한 토론을 통해 5·18을 둘러싼 고민을 풀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