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18 대강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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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5ㆍ18 대강화’ 우려
이기수 수석논설위원
  • 입력 : 2023. 01.12(목) 16:04
 새해가 열리자마자 정부와 광주지역사회가 뜨겁게 부딪혔다.교육부가 최근 고시한 개정 교육 과정에 5·18민주화운동이 명시되지 않은 이유에서였다.교육부가 지난해 12월22일 확정해 고시한 ‘2022 개정 고등학교 교육과정’ 한국사2의 ‘대한민국의 발전’ 대목에는 배워야 할 내용인 성취 기준 하단에 제시된 학습 요소 항목에 5·18 민주화 운동이라는 표현이 빠진 것이다.지난 2018년 7월 개정된 한국사 교육과정에는 초등 사회에서 3차례, 중학교와 고교 교육과정에서 각각 2차례 5·18 민주화운동이 포함됐었다.이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국회의원 58명과 광주ㆍ전남지역사회는 ‘의도적 5ㆍ18 지우기’라고 강력 반발했고 대통령실과 교육부는 “문재인 정부가 2021년 12월 구성한 교육과정 개발정책 연구진의 자율 결정이고, 교육과정 대강화 일환”이라고 맞서며 정치 쟁점화했다. 야당 국회의원들은 “심각한 민주주의의 훼손이자,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의 후퇴”라고 규탄했고, 광주전남교육계와 지역시민사회는 “정부가 민주주의 교육을 퇴행시키고 있다”며 반발했다. 교육 과정의 대강화 (大綱化)는 ‘교사 교육과정 재구성 자율권 제고를 위한 국가교육과정 서술 항목, 내용을 간소화하는 것으로 ,2007년 개정 교육과정에서부터 적용되어 왔다. 대강의 사전적 의미는 `자세하지 않은, 기본적인 부분만을 따 낸 줄거리`로 교육과정의 대강화에 대해 교사들은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 과정 대강화 일환이라는 교육부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교육부는 정책 집필진의 자율적 판단이라고 주장하나 제주 4·3이나 5·18 민주화 운동은 빠진 대신 ’민주주의‘와 ’6.25전쟁‘에 보수 진영에서 선호하는 ’자유‘와 ’남침‘이 구체적으로 부연된 것은 의도성이 개입됐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번 교육과정에서 5·18 누락은 5·18 정신의 헌법 수록을 약속하고 지난해 열린 42주년 5·18 기념식에도 직접 참석해 오월 정신이 대한민국의 귀중한 자산이며 국민통합의 주춧돌이라고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의 선언을 무색케 만들고 있다. 교육과정은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담은 지침서이자 교과서 편찬의 준거여서 교육 과정 개편 문제는 늘 정치사회적으로 중시됐고 개편과정에서 쟁점이 되어 왔다.하여 광주시교육청 관계자가 행정예고기간 교육부가 보내온 새 교육과정 총론과 각론자료가 너무 방대해서 총론만 검토하고 각론에서 5·18의 누락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해명은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역대 보수정권이 역사와 교육과정을 자기 입맛에 맞게 개정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점에 주목해 5·18관련 교육 과정 개편 내용을 관심있게 검토해서 대응했어야 했다는 생각이다. 교육부장관이 5ㆍ18민주화운동을 교과서에 수록토록 하겠다고 수습에 나섰으나 교육 과정 누락 사태는 현 정부의 5ㆍ18무관심을 나타내는 징표인데다 학교 현장에서 5ㆍ18 교육이 대강(대충) 대강(대충)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향후 교단의 상황을 예의 주시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5·18민주화운동은 시민이 주인이 되어 부당한 국가 폭력에 항거하고 짧은 기간이나마 완성형 민주주의를 구현한 점에서 국가기념일 제정과 헌법 수록이 추진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을 통해 자라나는 아이들을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시켜야 할 책임이 있는 교육부가 그 소중한 가치를 홀대하고 학생들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하는 일이다.이번 교육과정 5·18 누락 사태는 민주주의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늘 깨어있어야만 지켜낼 수 있음을 일깨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