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마스크 원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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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탈마스크 원년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 입력 : 2023. 01.02(월) 13:00
  • 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마스크 착용을 바라보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동양에선 방한용이나 보건용으로 마스크를 많이 쓴다. 감염병이나 미세먼지, 꽃가루, 추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용도다. 그래서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은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반면, 서양에선 가면이나 복면, 탈과 같이 인식한다. 얼굴을 가리는 행위로 받아들여져 공공장소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면, 범죄자나 테러리스트를 떠올리게 된다. 또 아프면 직장을 쉬는 문화가 잘 정착돼 있어 범죄자가 아니라면 감염병 환자로 생각한다.

그런데 지난 2020년, 동서양의 오랜 마스크 착용 문화에 일대 획을 긋는 사건이 일어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창궐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코로나 팬데믹(pandemic) 시대를 맞았다.

무증상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마스크는 바이러스로 부터 자신은 물론 이웃을 보호하는 유일한 ‘도구’가 됐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세계를 휘젓고 다니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책은 마스크 착용뿐이었다.

물론 코로나 유행 초기에는 마스크 착용을 받아들이는 동서양의 태도는 확연하게 달랐다. 동양 사람들은 마스크 착용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집단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반면, 개인의 이익과 자유를 최우선 가치에 두는 서양인은 착용 지침에 반발하는 시위가 도심 곳곳에서 벌어졌다. 하지만 코로나로 지구촌에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세계 어디를 가든 마스크 착용은 최우선 방역대책이 됐다. 마스크 없는 일상은 불가능했다.

계묘년 새해를 맞은 첫날, 전국에서 마스크 없는 행사가 열렸다. 해돋이 행사를 비롯해 휴양지 곳곳에선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로 북적였다. 정부도 ‘실내마스크 착용의 조정 추진방안’을 마련하고, ‘탈마스크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3년동안, 마스크를 쓰고 사회와 타인을 경계하는 생활을 해왔다. 연대와 공감, 동정이라는 소중한 가치와 감정이 소멸하는 느낌이었다. 마스크 너머로 보이는 이웃들의 선한 미소와 따뜻한 악수가 그리웠다.

코로나 창궐 4년째가 되는 올해, 마스크를 벗고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이 점점 가까워 온 것만은 분명하다. 코로나 사태의 종식 선언, 마스크에서 해방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