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도철 미디어국장 |
달력은 주로 동지(冬至) 즈음, 천문과 지리 등 기상업무를 관장했던 관상감(觀象監)에서 만들어 배포했다.
옛사람들은 동지를 작은 설이라 하여 귀한 날로 대접했다. 이날을 기점으로 남쪽으로 내려갔던 태양이 다시 올라와 낮이 길어지는 만큼 '양(陽)'의 기운이 시작되는 날이라고 믿은 까닭이다.
동지를 '다음 해가 열리는 날(亞歲)'로 여긴 선조들은 이날 여러 가지 세시풍속을 지냈다. 궁중에선 동지제를 올려 천지신명과 조상께 제사하고, 동지하례를 올린 신하들과 연회를 열었다. 또 동짓날에 맞춰 멀리서 진상품을 가져온 사람들을 위해 임시 과거인 황감제(黃柑製)를 치르기도 했다.
동짓날 민가에서 지내는 풍습도 흥미롭다. 이날은 며느리들이 시할머니나 시어머니, 시누이 등 시가 여자들에게 버선을 지어 바쳤고, 뱀 '사(蛇)'자 부적을 벽이나 기둥에 거꾸로 붙여 악귀를 막기도 했다. 또 동짓날 날씨를 보고 새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고, 밤엔 복조리와 복주머니를 만들었다.
무엇보다 동지의 가장 큰 절기 풍습은 팥죽 먹기였다. 팥죽이 역귀(疫鬼)를 막는다고 믿어 다들 죽을 쒀 이웃들과 나눠 먹고 더러는 대문 앞과 마당에 뿌렸다.
'농가월령가'에도 '동지는 명일이라 일양(一陽)이 생하도다. 시식으로 팥죽쑤어 이웃과 즐기리라.'라고 기록되어 있다.
붉은색 곡식인 팥은 태양을 상징하며 양기를 뜻한다. 그래서 팥 알갱이는 벽사나 주술에 자주 이용됐다. 동지에 끓였던 팥죽으로 양의 기운을 집안 구석구석에 퍼트려 액막이를 했던 것이다.
오늘은 해 길이가 '노루 꼬리만 하다'는 동지다. 이날은 태양이 극점(極點)에 이르러 1년 삼백예순 날 가운데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다.
극에 도달했다는 것은 이제 반전(反轉)의 시간이 왔음을 의미한다. 어려운 말을 끌어들인다면 '물극필반(物極必反)'이다.
세밑을 앞두고 얼마전 '올해의 사자성어'가 발표됐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인 '과이불개(過而不改)'였다. 지난 1년의 사회상·정치상을 가장 적확하게 표현했다.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 전반에 불개(不改)가 극에 달했다. 극에 달했다는 것은 이제는 고쳐야 한다는 의미다. 새해에는 삿된 것들을 바로 잡으려는 시늉이라도 보고 싶다. 부질없는줄 알면서도 동짓날에 드는 생각이다.
최도철 기자 docheol.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