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알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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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씨알 이재명'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장
  • 입력 : 2022. 12.12(월) 14:18
  • 서울=김선욱 기자
김선욱 부장
'씨알'이란 단어는 관용구를 포함해 일상에서 다양하게 쓰인다. 낚은 붕어가 크고 실하면, "씨알이 굵다"라고 표현한다. 조기나 조개 등 어패류가 크고 알찰 때, 제법 딴딴하게 잘 여문 과실을 부를 때 씨알이 굵다고 한다. 이때 씨알은 종자나 열매, 곡식 따위 하나하나의 크기를 일컫는다. 남을 비하하는 말 중에 "씨알머리가 없다"는 관용구가 있다. 싹수가 없고 건방지다, 실속이 없다는 뜻이다. 씨알에 붙은 '~머리'는 낮춤을 나타낸다. 인정머리나 주변머리, 주책머리 등의 형태다. 씨알이 부실하면 '씨알머리'로 낮춤말을 듣게되는 식이다.

또다른 관용구로 "씨알도 안 먹힌다"는 말이 있다. 말이 안 되고 이치에 맞지 않거나,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그 사람이 들은 체도 않고, 꿈쩍도 안 하는 상태 따위를 뜻한다. 여기서 씨알은 새끼를 까기위해 쓰는 알이다. 옛날에는 집에서 베틀을 이용해 옷감을 짜서 썼다. 씨줄과 날줄을 교차시켜 옷감을 짜는데, 세로줄을 '날'이라 하고 가로줄을 '씨'라고 불렀다. 정확하게 한 올씩 씨실을 넣어서 짜 올라가야 천이 곱게 짜진다. 습기가 차면 뻑뻑해져서 씨실이 잘 먹어 들지않아 옷감을 짜기가 힘들어진다. 이런 여의치 않은 상황을 '씨가 안 먹힌다'고 했다. '씨'에 강조의 뜻인 '알'을 붙여, "씨알이 안 먹는다", "씨알도 안 먹힌다"와 같은 부정적인 의미의 관용구가 생겨났다.

씨알은 종교·철학적으로도 해석됐다. '씨알사상'이다. 민중운동가인 함석헌은 씨알이라는 개념을 통해 신분과 관계없이 사람 자체를 역사와 사회의 바탕이자, 주체라고 봤다. 이때 '씨알'은 사람, 민중을 지칭했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호를 '씨알'로 바꿔라. '씨알 이재명' 이런 말을 듣는다"며 자신을 향한 검찰수사를 비판했다. '대장동 사건'의 남욱 변호사가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아는 12년동안 '그 사람'(이재명)을 지켜보면서 얼마나 많이 트라이(시도)를 해봤겠냐. 씨알도 안 먹힌다"고 말한 내용을 다시 꺼내 결백을 호소한 것이다. 하지만 측근들의 잇단 기소로 사법 리스크는 오히려 커졌다. 지난 5일 취임100일땐 기자회견도 하지 않아 당원·지지자들의 불안과 우려를 더 키웠다. 제1야당 대표 자리의 무게감을 안다면, 회피나 침묵은 답이 아니다. 명확한 입장과 거취를 표명해야 한다. 그래야 '씨알 굵은' 정치인이다.

서울=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