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하면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먼저 떠오른다. 37년의 짧은 생애, 그중에서도 10년이라는 짧은 작품 활동 기간에 900여 점의 회화작품과 1100여 점의 스케치를 남긴 그는 현대 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상주의 대표적인 화가였다. 남프랑스 아를의 노란 집에 살면서 강렬한 터치의 해바라기 연작도 남겼다. 고흐는 '해바라기가 빨리 시들기 때문에 그 자취를 붙잡고 싶어 온종일 해바라기만을 그린다'고 했다 . 희망과 활기와 자유를 표상하기에 해바라기는 고흐가 가장 좋아한 대상이었다고 한다.
서양화가 박유자씨도 해바라기를 즐겨 그린다. 벌써 12년째다. 박 작가의 해바라기는 고흐의 해바라기와는 많이 다르다. 고흐가 뚜렷한 명암과 거칠고 두꺼운 붓질로 무거운 분위기를 만들었다면 박 작가의 그림은 밝고 경쾌하고 화려하다. 대상인 해바라기도 대부분 당당하면서 활짝 웃는 모습이다. "해바라기를 통해 세상의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사랑과 축복을 안기고 싶었다"는 것이 박 작가의 설명이다.
그런 박 작가가가 스무번째 개인전 '천 개의 씨앗을 품은 꽃 해바라기'전을 12~23일 광주 북구 남도향토음식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갖는다. 박 작가는 청년기부터 해바라기와 대나무, 소나무 등 자연을 그려왔다. 삶의 소소한 일상에서 찾아낸 사물을 작가만의 섬세한 관찰로 형상화시킨 것도 그가 추구해 온 작업의 가치다.
어느덧 20회를 맞는 이번 개인전에서도 작가는 어느 때보다 성숙한 눈으로 자유롭고 활기차게 해바라기를 바라본다. 코로나19라는 어둡고 힘든 상황에서도 여전히 우리 곁에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도 강렬하다. "내 자신 코로나 상황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런 변화속에서 찾을 수 있었던 희망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었다."는 게 박 작가의 고백이다.
작가는 또 이번 전시회에서 지난 해와는 완전히 다른 해바라기, 자신의 기준으로는 20번째 버전의 작품을 선보인다. 화려하고 따뜻한 예전의 해바라기에 나무와 산을 그려넣고, 화면에는 어디론가 이어지는 길도 넣었다. 쭉쭉 뻗은 은행나무와 어쩌면 왜소해 보이는 해바라기의 어울림도 산뜻하다.
박 작가는 "스무번째 전시를 준비하면서 나 자신 큰 변화를 겪었고, 그 변화를 그냥 그대로 받아 들이고 싶었다"면서 "사고의 지평이 넓어지면서 주위의 배경이 보이기 시작했고, 어디론가 이어지는 샛길을 따라 해바라기가 가고 싶어하는 대로 화면의 사물을 이어주다 보니 길이라는 전혀 새로운 소재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희망'을 좇는 작가의 속 마음도 그대로 담겼다. 직선으로 곧게 뻗어 화면을 호령하는 은행나무, 살포시 배경으로 드러난 무등산의 실루엣, 그 무등산으로 이어지는 작은 길도 작가가 독자에게 이야기하는 희망에 대한 메시지다. 청초한 봄부터 화창한 여름과 스산한 가을을 담백한 겨울로 이어지는 4계절의 여정도 희망에 대한 작가의 갈구다.
"길도 시간도 결국에는 어딘가 있을 종착지를 따라가는 모두의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가는 길이 힘들고 어려워도 결국에는 한 곳에서 모두가 웃으며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전시회를 통해 보여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