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66-2> 올라도 너무 올랐다 …무료급식도 건설현장도 "힘겨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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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66-2> 올라도 너무 올랐다 …무료급식도 건설현장도 "힘겨워요"
■고물가 직격탄 맞은 현장들 ||3000원 단가에 무료식사 준비 힘들어||불가피하게 유료급식 금액 인상 단행||건설업, 정해진 공사비 vs 물가 반영해||물가상승에 파업하고 공공사업 차질도
  • 입력 : 2022. 06.19(일) 17:35
  • 김혜인 기자
지난 16일 광주 남구의 분도와안나 개미꽃동산 사랑의 식당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드리기 위해 배식을 받고있다. 김혜인 기자
고공행진 중인 물가는 무료급식 현장과 건설현장에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무료급식소는 한정된 예산 탓에 오른 식재료비를 감당하기에 벅차고, 철근과 시멘트 등의 자재값 폭등으로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운 건설공사 현장에도 한숨이 가득하다.

●경로식당 오른 물가에 '한숨'

지난 16일 오전 10시께 찾아간 광주 남구 서동의 '사랑의 식당'. 점심식사가 오전 11시 시작하지만, 일찍 모여든 어르신들로 북적였다.

이곳 '사랑의 식당'은 광주 지역 내 최초 무료급식소다. 사회복지법인 '분도와안나 개미꽃동산'이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탓에 오랫동안 문을 닫았던 이곳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지난 7일 다시 문을 열었다. 2년 4개월만의 재개장이다. 어르신들의 행복한 미소를 보면 뿌듯하고 행복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거리가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물가다.

김광엽 사무국장은 "최근에 물가가 너무 올라서 걱정이다"며 "현재는 식당이 다시 문을 연지 얼마되지 않아 200명 내외로 방문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이전에 많을 때는 700명의 어르신이 찾았다. 앞으로 식당을 오는 어르신들이 늘어날텐데 예산에 맞춰서 영양가있는 식사를 대접할 수 있을지 고민된다"고 했다.

현재 복지관에 지원되는 무료급식 관련 광주시 보조금은 한 끼당 3000원이다. 이마저도 10%는 운영비로 쓰이고 나머지 90%는 식재료값으로 지출된다.

농수축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사랑의 식당의 대표메뉴인 '돼지불고기와 상추쌈'도 주 1회로 줄었다. 당초 직접 시장을 돌아다니며 국산고기와 싱싱한 상추를 알뜰하게 구입하던 사랑의 식당이었지만 최근 변경된 방침에 따라 납품업체에서 돼지고기와 상추를 공급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업체를 통해 납품을 받게되면 이전보다 가격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해당 메뉴 배식을 줄인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무료급식을 해오던 사랑의 식당에도 여러 제안이 들어왔다.

김 국장은 "무료와 유료를 병행하는 경로식당처럼 주변에서 일부 유료화를 권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0원, 3000원도 누군가에게는 밥 한 끼 먹기에는 큰 돈이 된다. 설립자인 고(故) 허성회 원장 부부의 뜻에 따라 무료급식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식용유 비싸니 튀김반찬 못해

광산구에 있는 '행복나루복지관'의 경로식당도 예외는 아니다. 이곳은 지난달 16일 재개장했지만, 걱정이 한가득이다. 식당 재개를 준비하면서 코로나19 전과 비교해 식재료 값이 폭등하자 복지관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행복나루복지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식당 문을 닫기 직전인 2020년 2월과 비교했을 때 대부분의 식재료 값이 30~40% 올랐다. 이 중에서도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공산품과 각종 양념이다. 대표적으로 식용유가 200% 넘게 올랐다.

김찬 사무국장은 "식당을 열고 발주를 넣으려고 보니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단가도 단가지만 공급량이 부족해 대량주문이 어렵다. 업체 측에서 사재기 방지를 위한 주문을 제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때문에 식용유를 이용한 반찬을 자주 내놓기가 어렵다는게 복지관의 설명이다. 복지관은 튀김류나 부침류를 최대한 피하고 무침류나 조림 등의 반찬으로 바꿔서 제공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행복나루복지관의 경우 독거 노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의 어르신에 한해 무료로 식당을 이용할 수 있다. 일반 회원은 한 끼에 3000원을 내야 한다.

코로나19 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반 회원의 점심 가격은 2000원이었다. 그러나 물가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2000원으로 도저히 양질의 식사를 대접할 수 없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김 국장은 "결식 우려 노인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주기 위해 복지관들이 고군분투하며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불가피하게 유료급식 회원들의 비용을 올렸지만 근본적으로 물가 상승에 맞춰 광주시에서 지원하는 보조금의 단가도 올라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 자금난·물류난 겪는 건설현장

물가 인상의 여파가 건설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자재값 인상으로 인해 공사장에서 여러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같은날 오후 방문한 광주 북구 우산동의 한 아파트 공사장. 오는 9월 준공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불행 중 다행이게도 자재값 인상 타격이 오기 전에 기초공사를 끝냈지만 물가 폭등의 영향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건설주요 자재인 시멘트 가격은 작년 평균 톤당 6만2000원에서 지난 4월 9만800원으로 46.5%나 올랐으며, 철근 가격도 작년초 톤당 69만원에서 올해 5월 톤당 119만원으로 72.5% 급등한 상황이다.

이날 현장에 있던 건설사 관계자는 "물가 인상에 따른 공사비가 조정이 되야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공사 진행과정에서 물가상승분까지 고려하게 된다면 발주처에서는 수익이 현저히 떨어질수 밖에 없어 예산 조정을 잘 해주지 않는다"며 "정해진 금액 내에서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물가는 올라가고 협력업체 측에서는 이에 따른 추가 금액을 요구하다보니 시공사로서 난감할 때가 많다. 실제로 공사 기간동안 자재값이 폭등하면서 자금난이 심해진 탓에 우리와의 계약이 불발되고 부도가 난 협력업체도 있었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 공사비 반영해야

같은날 북구 운암동의 재건축 현장은 오는 7월 착공을 앞두고 있었다. 현재 물가상승분을 반영한 공사비 협상 단계에 있다. 부동산 관계자는 "소비자물가지수 6%와 생산자물가지수 12% 사이에서 공사비 증액분을 결정하고 있다"며 "대략 600~7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각종 원재료값이 폭등하자 전국적으로 레미콘 업체나 기초 공사를 담당하는 협력업체들의 파업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4월20일 호남·제주 철근·콘크리트 연합회(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무기한 공사 중단에 들어간 후 광주 서구 광주시청 앞에서 원청사의 계약 단가 조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현재의 하도급 단가로는 35년만에 50% 가량 폭등한 건설자재 가격과 매년 10~30%씩 인상되고 있는 인건비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이후 연합회는 광주 지역 내 대표 시공사 6곳과 간담회를 가져 단가 조정절차를 밟았다. 파업은 하루만에 끝났으나 연합회는 조정안 이행여부를 주시한다는 입장이다.

같은 이유로 공공기관에서 공모·발주하는 사업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지난 9일 광주도시공사에 따르면 무주택자에게 저렴한 가격에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제공하는 광주 '누구나 집' 민간사업자 공모가 무산됐다. 치솟은 공사비 등으로 사업성이 떨어져 적격한 민간업자를 찾지 못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물가상승세로 초기에 정해놓은 분양가격이 수지타산에 맞지 않는다는 업체들의 공통 의견이 있었다"며 "조건을 다시 수정해서 재공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혜인 기자 kh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