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당시 20살이었던 기자는 대학 기숙사에서 세월호 참사 뉴스를 처음 접했다. 이후 시간 시간 속보가 쏟아질 때마다 한없는 안타까움과 함께 죄책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불과 두 살 아래 의 동생들이 차디찬 바다에서 공포에 떨며 죽어간 사실에 가슴이 저려왔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자 사회 곳곳에서 탄식과 자책의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못난 어른들이 만든 세상에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잊지 않을게
이제 갓 성인이 된 기자도 당시 못난어른 이 되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어느 날 세월호 참사 추모 엽서가 가득한 광주 농성역 게시판을 본 순간 얼굴이 화악 달아올랐다. 게시판에 걸린 빛바랜 엽서가 세월의 흔적을 대변했다. 참사 당시 단 한 명이라도 구조되길 바라며 제발 기적이 일어나길! 꼭 생존자가 있길 이라는 간절한 메시지가 가득했다. 또 다른 엽서에는 이런 가슴아픈 인재는 다시는 이땅에 일어나지 않길 빌며… 라고 적혀 있었다.
엽서를 본 순간 기자는 그 때의 다짐을 떠올리며 그동안 잊고 살았던 자책감에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밀려 들었다.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을지도 모를 또 다른 이가 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세월호 참사 현장을 방문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안전과 생명을 무엇보다 귀하게 여기는 나라다운 나라를 반드시 만들어서 세월호 참사의 희생이 결
코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 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를 방관한 박근혜 정부에 배신감을 느낀 국민들은 그에게 성역없는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대통령 임기가 곧 끝나가는 가운데 진상규명과 처벌은 얼마나 진척됐을까.
4·16단체 측은 전반적으로 아쉽다는 평가이다. 물론 생명안전공원이나 안산건강마음센터 등 추모 및 피해 회복 그리고 안전사회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제대로 이뤄진 바가 없
었다. 특히 문재인 정권에서만 선체조사위원회 등 3개의 조사기구가 출범했지만 해경지휘부를 비롯한 주요 정부 관계자들에게 구조방기 혐의 등의 책임을 묻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억울한 죽음으로 파도에 휩쓸려간 영령들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완수되기전까지 아직도 차디 찬 새벽바다에 머물러 있다. 어두운 진실을 밝혀가는 이 새벽이 끝나기까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세월호를 추모하는 노래로 인식되진 않았지만 시민들이 그 날의 아픔을 기억하며 부르는 추모곡 가운데 아이유의 이름에게 라는 곡이 있다.
끝없이 길었던 짙고 어두운 밤 사이로 / 조용히 사라진 니 소원을 알아 / 오래 기다릴게 반드시 너를 찾을게 / 보이지 않도록 멀어도 / 가자 이 새벽이 끝나는 곳으로
아! 언제나 새벽이 밝아 올 것인가.
김혜인 기자 kh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