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1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한해 50조를 넘는 추가 세수를 세입 예산에 잡지 못한 건 재정 당국의 심각한 직무유기를 넘어선 책무 유기"라며 "기재부가 이렇게 많은 추가 세수를 예측하지 못하고 그 예산을 국민께 돌려드리지 못하는 것은 추궁받아야 마땅한 일"이라고 홍남기 부총리를 압박했다. 윤 원내대표는 초과 세수를 '일상회복 방역지원금', '지역화폐 발행', '손실보상 확대' 등 당이 추진하는 3대 패키지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그는 앞서 YTN 라디오에 출연해선, 재정당국이 의도적으로 초과 세수를 축소했을 가능성에 대해, "그런 부분에 대해 의도가 있었다면 국정조사라도 해야 될 사안"이라며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재정당국을 몰아세웠다.
여당 지도부가 현정부의 경제 사령탑을 비판하며 국정조사를 거론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민주당이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고, 이재명 대선후보가 제안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전국민 일상회복 방역 지원금'의 원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윤 원내대표의 발언에는 이 후보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정권 교체론이 정권 안정론을 압도하면서, 현 정부에 등을 돌린 중도층을 껴안기 위해선 현 정부와의 차별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당과 이 후보의 재정확대 요구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하루 앞둔 15일 확대간부회의에서도, "재정 기준과 원칙을 최대한 견지하라"며 "금년도 초과 세수 등을 활용한 손실보상 비대상업종에 대한 맞춤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 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이재명 후보는 16일 '정부 비판 발언이 세지는데, 차별화라고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전날 기재부의 지역화폐 예산 삭감을 비판하면서 "찬 바람 부는 바깥에서 엄혹한 서민의 삶에 대해 체감해보라"며 홍 부총리를 직격했다. 또 2030세대 공략을 위해 정부가 내년 시행을 예고한 가상자산 과세 정책도 뒤집기에 나섰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부동산 폭등에 대해서도, "문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인정한다"며 차별화를 예고한 상태다.
한편,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재난지원금 당정갈등에 대해, "정부가 공식적으로 예산안을 편성해서 국회에다 넘겨놨지 않느냐"며 "공은 국회로 넘어가있는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서울=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