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돈삼의 마을 이야기>순천 교량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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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삼의 마을이야기
이돈삼의 마을 이야기>순천 교량마을
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
  • 입력 : 2019. 06.20(목) 13:55
  • 편집에디터

순천만습지 갈대밭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교량마을. 집도 대부분 한옥으로 이뤄진, 한옥마을이다.

집집마다 꽃밭인 정원을 갖고 있다. 집안이 비좁은지, 꽃이 집밖에까지 나와 있다. 골목마다 꽃밭이고 정원이다. 가정정원이고, 골목정원이다. 가정정원이 모여 마을까지 꽃밭이 됐다. 아름다운 마을정원이다.

순천만습지 갈대밭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교량마을이다. 집도 대부분 한옥으로 이뤄진, 한옥마을이다.

"밖에 나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았어요. 남편이 밖에 같이 나가자고 할 때마다 손사래를 쳤더니, 동행하면 화분을 하나씩 사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시작이었어요. 화분 하나씩 갖다가 집안에 놓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죠."

개인정원을 꾸미는 데 푹 빠진 마을주민 박경숙(67) 씨의 말이다.

잔디가 깔린 박 씨의 집 마당에는 수많은 화분이 놓여 있다. 100개도 넘는 화분에는 데이지, 백합, 송엽국 등이 활짝 피어 있다. 물이 담긴 돌확에선 수련이 예쁘게 꽃을 피웠다. 텃밭에는 상추, 부추, 치커리, 대파는 물론 가지, 고추, 방울토마토, 블루베리가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면적은 그리 넓지 않지만, 가짓수가 많다. 오래 머물러도, 지루하지 않은 집구경이다.

마을의 다른 집도 매한가지다. 집집마다 마당에 수많은 꽃을 피우고 있다. 꽃대궐이 따로 없다. 집주인만 보는 꽃대궐도 아니다. 아무라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고 있다. 그 가운데 일부는 여행객들에게 방을 내주는 펜션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나는 길에 우연히 들렀다가 집을 구경하고, 하룻밤 묵고 가는 외지인들이 의외로 많단다. 입소문을 전해들은 여행객들이 심심찮게 찾아오고 있다.

"우리 마을을 자동차 타고 지나가면, 3분이면 족합니다. 3분을 사흘로 만들려고 합니다. 최소한 사흘 동안 머물면서 편히 쉬고 즐길 수 있는 마을로 만들려고요. 그러면서도 지루하지 않고, 사흘이 짧게 느껴지도록 해야죠."

이인재(55) 통장의 말이다. 대처에서 살다가 5년 전에 돌아온 이 통장이 날마다 고민하는 이유다.

이 통장은 지역주민과 공무원들 사이에서 '공모사업의 왕'으로 통한다. 그가 공모를 거쳐 따온 사업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습지보전지역 주민역량 강화, 전남형 마을공동체 만들기, 마을주변 생태 모니터링, 오픈가든 페스티벌 등 손가락으로 꼽기에 버겁다. 대상기관도 전라남도, 순천시, 영산강환경관리청 등을 넘나든다. 집집마다 정원을 갖고 있는 장점에다, 일을 하려는 의욕도 넘친다는 평을 받고 있다.

"행정기관에 완전히 기대지 않았습니다. 큰 지원도 바라지 않고요. 뭐든지 하려고 노력했죠. 주민들이 이만큼 노력하고 있으니, 조금만 도와달라고 했죠. 여기저기 문도 부지런히 두드렸고요. 약간의 지원만 더해지면 멋지게 사업을 해냈죠. 지원기관의 담당직원들도 도와준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통장의 어깨가 우쭐댄다.

올해 초 들어와서 둥지를 튼 에코월드공정여행협동조합(대표 조연수)도 마을공동체 만들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 통장과 조 대표는 틈나는 대로 머리를 맞대며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올가을에 열 오픈가든 페스티벌을 어떻게 할지가 주된 관심사다. 마을음악회, 마을달력 만들기 등도 구상하고 있다. 마을의 고샅을 따라 흐르는 시냇가의 빨래터도 제대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고민의 목표는 공동체 회복을 통한 마을 활성화와 주민소득 향상에 두고 있다.

자부심은 이 통장만 갖고 있는 게 아니다. 마을에서 만난 주민들한테서도 금세 묻어난다. 우포마을 등 선진마을로 소문난 여러 군데를 견학 차원에서 다녀왔는데, '우리마을보다 못하더라'고 입을 모은다. 7년 전에 마을로 들어왔다는 김수성(75) 씨는 "도시도 아니고 시골도 아닌 교량마을이지만, 조용하고 깨끗해서 살기 좋은 곳"이라고 자랑했다.

주민들이 자긍심으로 똘똘 뭉친 교량마을은 전라남도 순천시 도사동 13통을 가리킨다. 순천어린이교통공원이 들어앉아 있는 마을이다. 순천만국가정원을 가로질러 흐르는 동천과 상사댐에서 흐르는 이사천이 만나는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순천만습지 갈대밭과 순천만국가정원의 중간지점이다.

마을의 생태환경도 빼어나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 몸을 섞으면서 다양한 생물을 키우고 있다. 마을에서 많이 보이는 붉은발말똥게는 멸종위기생물 Ⅱ급으로 지정돼 있다. 몸에서 말똥냄새가 나고 집게발이 붉은 빛을 보인다고 그리 이름 붙었다.

주민들은 보존회를 꾸려 붉은발말똥게 보호에 나섰다. 붉은발말똥게를 잡지 않는 것은 물론 마을 주변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정화조를 깨끗이 관리하는 것도 그의 일환이다. 붉은발말똥게가 마을, 나아가 순천만의 보물이라는 생각에서다. 철따라 빛깔을 달리하는 이사천변의 갈대밭 길도 마을을 돋보이게 한다.

교량마을은 4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보호수로 지정된 팽나무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됐다. 이사천변 둔치에서 만나는 팽나무는 여름날 주민들에게 그늘을 내어주는 쉼터로 사랑받고 있다. 여기에 앉아 있으면 이사천에서 불어오는 강바람이 기분 좋게 두 볼을 스친다. 초록의 천변 갈대숲도 눈으로 느끼는 무더위를 식혀준다.

마을에는 주민 160여 세대, 350여 명이 살고 있다. 순천만습지 부근에서 벼농사를 주로 짓는다. 열무, 미나리, 토마토, 고들빼기, 갓도 재배하고 있다.

"중요한 건, 마을주민들의 소득이잖아요. 마을을 아름답게 가꾸면서, 이것을 어떻게 주민소득과 연결시켜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마을을 찾는 외지인들에게는 옛 고향의 향수를 고스란히 전하면서요. 순천만을 밝히는 마을, 순천을 대표하는 얼굴마을로 만들어 갈 겁니다."

이 통장의 말에서 주민과 방문객 모두 행복한 마을이 그려진다. 마을주민들의 한결같은 바람을 응원한다.

이돈삼 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

순천만습지 갈대밭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교량마을. 집도 대부분 한옥으로 이뤄진, 한옥마을이다.

순천만습지 갈대밭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교량마을. 집도 대부분 한옥으로 이뤄진, 한옥마을이다.

순천만습지 갈대밭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교량마을. 집도 대부분 한옥으로 이뤄진, 한옥마을이다.

순천만습지 갈대밭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교량마을. 집도 대부분 한옥으로 이뤄진, 한옥마을이다.

순천만습지 갈대밭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교량마을. 집도 대부분 한옥으로 이뤄진, 한옥마을이다.

순천만습지 갈대밭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교량마을. 집도 대부분 한옥으로 이뤄진, 한옥마을이다.

순천만습지 갈대밭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교량마을. 집도 대부분 한옥으로 이뤄진, 한옥마을이다.

[{IMG09}]

순천만습지 갈대밭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교량마을. 집도 대부분 한옥으로 이뤄진, 한옥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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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습지 갈대밭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교량마을. 집도 대부분 한옥으로 이뤄진, 한옥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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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습지 갈대밭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교량마을. 집도 대부분 한옥으로 이뤄진, 한옥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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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량경로당

순천만습지 갈대밭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교량마을. 집도 대부분 한옥으로 이뤄진, 한옥마을이다.

마을회관-에코월드공정여행협동조합

박경숙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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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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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파열매

순천만 갈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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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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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천변 팽나무

이인재 통장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