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2주년을 앞둔 14일 광주 5개 구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항일독립운동의 발상지이면서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분연히 일어선 '의로운 고장' 광주에서, 세계 위안부 기림일에 맞춰 5곳에 동시에 들어선 평화의 소녀상은 어느 지역보다 큰 의미를 갖는다. 소녀상 건립에 참여해 온 시민과 추진위원회 등에 격려를 보낸다.
이번에 세워진 소녀상은 각각의 의미가 다르다고 한다. 광주 동구의 경우 머리카락과 옷차림을 당시 소녀의 모습 그대로 표현했다. 서구청 광장에 선 소녀상은 펜과 종이를 쥔 모습으로 청소년들이 역사를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남구 또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바라는 광주 시민들의 염원을 담아냈다. 북구와 광산구도 강인한 생명력과 평화에 대한 갈망이 담겨 있다.
평화의 소녀상은 어린 소녀들의 인권을 무참하게 유린하고 역사의 희생물로 만든 일본 제국주의의 잔학성을 기억하게 해주는 소중한 유산이다. 여성의 인권 보호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자유와 평등, 사랑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일깨운다는 의미도 크다.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을 위한 시민들의 작은 위로도 담겨 있다.
올해는 광복 72주년이 되는 해다. 그동안 10대의 나이에 끌려간 소녀들은 90대 백발이 됐고 건강마저 여의치 않지만 그들의 아픔은 여전히 치유되지 않고 있다. 이번 소녀상 건립을 계기로 이들의 아픔이 치유되고 다시는 인류사에 전쟁과 폭력으로 인간의 존엄성이 말살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인류 보편의 여성 인권 가치를 존중하는 계기도 만들어야 한다. 만시지탄이지만 진정성있는 일본 정부의 사죄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