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지역 의대생은 돌아오는데… 전남대·조선대는 무더기 제적 눈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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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건강
다른 지역 의대생은 돌아오는데… 전남대·조선대는 무더기 제적 눈 앞
연세대·고려대·서울대 등 의대생 상당수 복귀
의대생 사이 “본인 거취 자유” 목소리도 나와
의대협, 미등록 휴학 투쟁 유지하겠다고 밝혀
의료계 내부서도 ‘복귀’와 ‘투쟁’ 반응 엇갈려
“단일대오 무너져…학생 수업 참여 전제
  • 입력 : 2025. 03.30(일) 13:58
  • 노병하 기자·뉴시스
서울의대 의정갈등 대응TF가 투쟁 방식과 관련한 자체 투표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607명 중 등록에 찬성하는 비율 65.7%(399명), 휴학을 계속하겠다는 응답은 34.3%(208명)에 나타났다.사진은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모습. 2025.03.27. 뉴시스
지난해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집단으로 휴학계를 냈던 의대생 상당수가 올해 복귀를 신청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에 균열이 커지고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대생 제적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와 ‘정부와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입장이 엇갈리는 등 내부 갈등이 드러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해 대거 휴학 중인 전남대·조선대학교 의대생들의 경우 기한 연장에도 불구하고 복학 신청은 소수에 그쳤다. 무더기 제적(학적 말소) 우려가 눈 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30일 교육계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까지 연세대 의대생은 절반 이상 등록을 했으며 고려대도 40% 이상 등록금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24일 제적 예정 통보서를 받은 학생들이 대부분 복학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연세대는 100%, 고려대는 80% 이상이 학교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의대도 ‘미등록 휴학’에서 ‘등록 후 휴학’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전원 등록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의대 의정 갈등 대응 태스크포스(TF)가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미등록 휴학으로 투쟁을 지속할 의향이 있는지 수요 조사를 한 결과 유효응답자 607명 중 65.7%(399명)가 아니라고 답했다. ‘미등록 휴학’ 투쟁은 34.3%(208명)에 그쳤다.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은 “서울대에서 복귀를 결정했기 때문에 전원 다 돌아올 것”이라며 “연세대도 모집 마감 후 비대위에서 복귀를 결정하면서 100% 복귀하게 됐다. 고려대의 경우 복귀율이 80% 정도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의대에 이어 연세대 고려대가 ‘미등록 휴학’에 제동을 걸면서 다른 의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라는 상징적인 대학의 의대생들이 등록을 선택한 만큼 다른 대학교 의대생들도 학교로 복귀한 후 투쟁으로 노선을 틀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제적을 피하고자 의대생들이 학교 복귀를 선택하면서 의료계의 ‘단일대오’도 흔들리고 있다. 실제 지난해 ‘집단 휴학’을 선택하며 똘똘 뭉쳤던 의대생들 사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고려대 의과대학 전 학생 대표 5인은 지난 25일 입장문을 통해 “본인의 결정을 주저함 없이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며 “더 이상 불편한 시선 없이 자신의 거취를 결정할 자유를 충분히 보장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의대생들이 휴학 대신 복귀를 선택한 배경에는 그동안 선배급인 전공의와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에서 이렇다 할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자 각자도생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전공의와 달리 의사 면허가 없어 복귀하지 않아 제적이 확정되면 의업을 포기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서울대와 연세대 일부 동요가 있었지만, 나머지 38개 단위는 여전히 미등록을 유지하고 있다”고 ‘미등록 휴학’ 투쟁 기조를 유지했다. 의대생 사이에서도 열외가 생기면서 ‘내부 갈등’이 표출된 셈이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해 대거 휴학 중인 전남대·조선대학교 의대생들이 기한 연장에도 불구하고 복학 신청은 소수에 그쳤다. 무더기 제적(학적 말소) 우려가 눈 앞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광주·전남 의료계에 따르면 전남대 의대는 지난 28일 정오까지 복학 신청 추가 접수를 마쳤다. 이달 초 올 1학기 개강일 기준 전남대 의대 전체 학생 893명 중 신입생 163명을 비롯한 196명만 등록을 마쳤다.

이후 휴학을 신청한 697명 중 수십여 명이 등록, 복학을 신청한 것으로 잠정 파악됐지만 구체적인 현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마감 직전 대학에서 휴학원을 인정하지 않은 미등록 휴학생은 500여 명 후반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 측은 법정 수업일수 4분의 1에 해당하는 이달 28일까지는 복학을 신청해도 학사일정에 문제가 없었지만, 더 이상의 구제책은 없다는 입장이다. 학칙에 따라 열흘 동안 미등록 휴학생들로부터 군 복무, 질병 등 합당한 미등록 이유가 있는지 제적 이의 신청을 받는다. 제적 처리는 다음 달 중순 무렵 이뤄질 전망인데 수백 명 규모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조선대 의대도 올 1학기 등록 마감 기한을 지난 28일 자정까지 연장했지만 복학 신청이 큰 폭으로 늘지는 않았다. 조선대 의대에 학적을 둔 학생 878명 중 680여 명은 휴학 상태다. 당초 신입생을 비롯한 총 189명이 1학기 등록을 마쳤지만 추가 등록기간 중에는 휴학생 중 수십여 명이 복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마감 직전까지 전체 등록 비율 자체는 높지 않아 대학 측은 후속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오는 31일 향후 미등록 휴학생에 대한 제적 절차에 대해 내부 논의를 거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전남대와 조선대 모두 의대생 수백명씩 대규모 제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의대생들이 학교로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의료교육 정상화나 의·정 갈등 해결의 실마리로 이어질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등록은 했지만 수업을 듣지 않는 방식으로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정부의 의료개혁에 대한 불신도 가득하다.

다만 의료계 내부에서도 ‘단일대오’는 깨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부가 흔들림 없이 의료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정책과 의료 정상화를 위한 추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 교수는 “이미 단일대오는 무너졌고 의대생 상당수가 복귀하지 않을까 싶다”며 “(의대 모집인원 3058명이 되려면) 휴학했던 학생들이 돌아와서 수업을 참여하는 게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3058명 복귀는 오히려 약속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한 광주·전남 지역 대학 관계자도 “교수진의 적극적인 설득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등록 휴학생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복학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학생 보호와 혹시 모를 향후 해법 도출을 위해 구체적인 복학 현황은 공개하기 어렵다. 다만 현 방침대로 별다른 대책이 강구되지 않는다면 전례 없는 무더기 제적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올해 더는 대규모 학사 유연화를 하기는 어렵다. 미등록 제적 통보 학생에 대한 별도 구제책은 마련하지 않았다. 대학마다 학칙에 따라 조치된다”며 원칙론을 고수했다.
노병하 기자·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