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환 논설실장 |
신세계와 롯데 등 국내 기업과 홈플러스를 인수한 테스코, 프랑스계 까르푸, 미국계 월마트 등 해외파가 각축을 벌이던 할인점 춘추전국시대, 홈플러스의 성장은 눈부셨다. 당장 홈플러스는 인수 합병 당시 업계 꼴찌인 12위에서 불과 4년 만인 2003년 전국 27개 점포에서 매출 2조 1400억원을 올리며 할인점 업계 2위로 뛰어올랐다. 2010년에는 법인 설립 10년만에 10조 원의 매출을 돌파했다. 동양 최대의 물류센터와 미래경영의 일환으로 시작한 온라인 쇼핑몰의 성장도 경이로웠다.
홈플러스의 성공요인은 그동안 대형할인점의 주류였던 창고형 할인점에서 벗어나 쾌적한 공간에서 모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할인점의 개념을 바꿨다는 데 있다. 홈플러스가 추구하는 가치도 ‘기존 최저가격을 경쟁력으로 삼는 1차원적 개념에서 벗어나 좋은 품질의 상품을 가장 좋은 서비스와 가격에 판매하는 3차원적 개념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업계 최초로 도입한 주 5일 근무제와 캐주얼 복장 착용도 신선한 변화였다. 환경과 어린이, 인터넷 등으로 압축한 홈플러스의 3대 사회 공헌활동도 당시로서는 선견지명이었다.
하지만 권불십년인 것일까. 지난 4일 홈플러스가 전격적으로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1월 매출 대금을 받지 못하는 입점업체가 등장하고,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 중단을 공지하는 기업들이 속출하면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사모펀드 MBK를 향한 ‘먹튀 논란’도 나오고 있다.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 직전까지 법인과 개인에게 기업어음 등을 팔았다는 폭로도 나왔다. 한때 업계 1위를 노렸던 홈플러스로서는 최대의 치욕이다. ‘변화할 것인가 안주할 것인가’의 사이에서 변화를 외면하고 안주를 선택했던 홈플러스, 그 짧은 시기 잘못된 경영으로 귀결된 홈플러스의 위기가 역설적으로 기업의 존재 이유와 생존비결을 가르쳐 주고 있다. 이용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