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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군 처럼 호남지역 청소년들의 도박 경험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예방 교육이 80%에 이르지만 온라인을 통한 도박 접근이 쉬워지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7일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발표한 ‘2024년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호남지역 청소년의 6.4%가 평생 한 번 이상은 도박을 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전국 평균 4.3%보다 2.1% 높아 전국 5개 권역 중 가장 높다. 학급 당 학생 20명 중 1명 꼴이다.
6.4% 중 15%는 지난 6개월(2024년 3~8월)동안 도박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많이 경험한 도박은 ‘온라인 카지노’, ‘오프라인 복권’ 순이었다. 호남권 학생들의 경우, 오프라인에서는 복권을 이용하지만, 온라인에서는 화투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전국 행태와 차이를 보였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관계자는 “오프라인 복권과 온라인 화투의 경우, 가족 문화와 연관이 돼 있다”며 “복권과 화투는 가정에서 일종의 놀이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도박 인식에서도 호남권 학생들의 ‘긍정적이다’라는 답변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박은 재미를 얻는 방법 중 하나’라는 질문에 긍정 답변을 한 호남권 학생 비율은 6.2%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스트레스 해소와 용돈 마련, 교우 관계 순으로 답변했다. 학생들은 도박을 게임처럼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도박은 게임처럼 쉽고 빠르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요소라는 것이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관계자는 “많은 청소년들이 게임을 하면서 학업·신체적 스트레스를 푸는데, 도박을 게임처럼 재미 요소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며 “긍정 인식 또한 도박을 가볍게 즐기는 문화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박은 많은 청소년 비행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호남권역의 높은 청소년 도박 비율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도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도박 사이트 즉시 차단’과 ‘가정·학교의 인식 개선’등을 제안했다. 최근 대부분의 도박이 온라인상에서 이뤄지고 있어 즉각적인 사이트 차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차단 조치와 더불어 ‘가정·학교의 인식 개선’을 강조한다. 가정과 학교는 도박문제를 해결하는 주춧돌로 보고 학생을 위한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청소년 도박은 빚을 야기하고 이는 청소년 비행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김도화 광주전남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 전문상담사는 “학생들의 ‘돈을 많이 써보고 싶었다’라는 1차적 동기 외에, ‘도박 동기’라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부모 교육과 교사 교육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상담사는 또 부모 교육과 관련해 “부모님이 자녀의 문제가 터졌을 때, 어른이 아닌 자녀의 나이대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도박동기는 가정 문제, 환경 문제, 자녀의 상태 등 무궁무진한데, 아이가 도박 중독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모두가 도와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상담사는 일선 학교에서의 학생 도박 문제 해결 방법이 미흡하다고 지적하며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했다.
그는 “많은 학교에서 예방 교육을 펼치고 있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전문 교사 교육이 아닌 20년이 넘는 영상을 틀어주는 등 교육이 부족한 것으로 안다”며 “적극적인 학교의 대처와 함께 치료 학생들이 ‘낙인’ 찍히지 않도록 사생활 보호가 필요하다”며 체계적인 해결 시스템을 강조했다.
정유철 기자 yoocheol.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