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아픈 역사 기억하고 공감하는 학생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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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지역사회 아픈 역사 기억하고 공감하는 학생 되길"
●찾아가는 여순사건 골든벨-순천 별량중
3학년 학생 41명 참여 열띤 경쟁
높은 난이도 문제에 줄줄이 고배
최후의 2인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
피해자 수 맞힌 김에스라 학생 우승
  • 입력 : 2024. 10.21(월) 18:35
  •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
여순사건 76주기를 맞아 역사의 진실을 널리 알리고 공감대 확산을 위해 마련된 ‘여수·순천 10·19 사건 바로알기 골든벨 대회’가 21일 순천 별량중 체육관에서 진행됐다.
여순사건 76주기를 맞아 역사의 진실을 널리 알리고 공감대 확산을 위해 열린 ‘여수·순천 10·19 사건 바로알기 골든벨 대회’가 21일 순천 별량중학교 체육관에서 열렸다.

전남일보·전일엔컬스가 주최·주관하고 전남도·전남도교육청 후원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여수 별량중 3학년 학생 41명이 참여했다.

이번 골든벨 대회는 지난 17일 여수 무선중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으며 김기중 전남일보 사업본부장의 여순사건에 대한 간략한 설명으로 시작됐다.

김 본부장은 “대한민국의 비극적 현대사인 여순사건은 극심한 이념 대립과 국가권력 탓에 70여년간 방치되다시피 했다”며 “다행히 2021년 7월 여순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제는 온 국민이 여순사건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부디 그날의 아픔을 딛고 희망의 역사를 써내려가 여순사건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작은 힘이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옥란 별량중 교장은 축사를 통해 “우리 별량지역에서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함께 기획해 여순사건 마을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여순사건에 대해 배우고 유족과의 만남을 통해 여순의 아픔을 가슴으로 느끼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 지역사회의 아픈 역사를 알고 공감하며 다시는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여순사건을 기억해야 한다. 인간의 존엄과 평화를 소중히 여기는 별량중 학생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순천 별량중 3학년 학생 41명이 21일 별량중 체육관에서 전남일보와 전일엔컬스가 주최·주관하고 전남도·전남도교육청 후원으로 열린 ‘찾아가는 여수·순천 10·19사건 바로알기 골든벨’에 참여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골든벨 참가 학생들에게는 이해도를 높이고 적극적인 참여 유도를 위해 사전에 여순사건의 배경과 전개과정, 피해, 영향 등이 담긴 자료집이 별도로 제공됐다. 일부 학생들의 자료집은 이미 너덜너덜해지는 등 열심히 공부한 흔적이 엿보였다.

학생들은 시작 직전까지 자료집을 살펴보며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화이트보드판을 하나씩 챙겨든 학생들은 시작과 동시에 비장한 표정으로 질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날 진행을 맡은 양홍석 여수고 교사는 진위형(OX), 선다형, 단답형 등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출제했다.

‘OX 퀴즈’로 치러진 예선전부터 학생들의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첫 번째로 출제된 ‘여순사건은 8·15 광복 이전에 발생한 사건이다’라는 문제에 참가자 대부분이 정답인 X를 써내면서 저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미군정의 정책, 국방경비대와 경찰의 관계성, ‘제주4·3’ 그리고 ‘국군 제14연대’에 관한 문제에서 탈락자가 속출했다. 7개의 질문이 끝나자 4분의3 이상의 학생들이 탈락해 반별로 패자부활전이 진행됐다.

탈락자들은 패자부활전에서 사회자를 상대로 게임을 진행한 끝에 ‘전원 부활’의 기회를 얻었지만 ‘여수여중에 주둔해 백두산 호랑이로 악명 높았던 제5연대 장교(김종원)’를 비롯해 ‘낙안 신전마을’, ‘장대다리’, ‘박창길 검사’ 등 확연히 높아진 난이도에 대다수의 학생은 다시 패자석으로 이동해야 했다.

21일 순천 별량중 체육관에서 전남일보와 전일엔컬스가 주최·주관하고 전남도·전남도교육청 후원으로 열린 ‘찾아가는 여수·순천 10·19사건 바로알기 골든벨’에서 수상한 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최후의 4인으로 남은 박서령, 이준혁, 김에스라, 김수정 학생은 각자 자기소개와 함께 각오를 밝히며 결의를 다졌다.

‘국가보안법’과 ‘태백산맥’ 등의 문제에서 3, 4등 순위가 갈렸으며, 박서영, 김에스라 학생은 최후의 2인다운 불꽃튀는 승부를 펼쳤다.

산에서 펼치는 게릴라전을 뜻하는 14연대 봉기군의 ‘빨치산 투쟁’, 국민보도연맹 사건 당시 피해자들이 끌려간 섬인 ‘애기섬’ 등 네 문제에서도 가려지지 않은 우승자는 전남도가 발표한 여순사건 피해자 수에서 갈렸다.

1만1131명이라는 정확한 수를 말한 김에스라 학생이 1등의 영예를 안았다. 김에스라 학생은 “이번 골든벨을 앞두고 여순사건을 공부하기 시작해 우승까지는 생각하지도 못했다”며 “예상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둬 앞으로 우리 역사에 대해 더 깊게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에스라 학생에 이어 △최우수상 박서령 △우수상 이준혁 △장려상 김수정 학생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들에게는 각각 10만원·5만원·3만원·2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이 배부됐다.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