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전통떡, “독특한 풍미에 건강까지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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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슈
남도 전통떡, “독특한 풍미에 건강까지 담았다"
●세월이 빚어 낸 전남 발효식품의 게미진 맛 <3>전통떡
젊은층 겨냥 퓨전떡 인기몰이
세계 무대 조준…K-푸드 도약
짧은 유통기한·높은 생산비용
기술개발로 고질적 문제 개선
  • 입력 : 2024. 10.21(월) 18:42
  • 최동환·송민섭 기자
옥수수기정떡
남도의 전통 떡이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오랜 시간 우리 민족의 통과의례와 명절, 잔치에서 빠질 수 없는 음식이었던 떡은 특히 남도 지역에서 그 전통을 깊게 이어오고 있다. 남도의 떡은 쌀과 잡곡을 주재료로 하여 건강한 맛을 강조하며, 풍부한 지역 특산물과 결합해 독특한 풍미를 자랑한다.

남도의 대표적인 떡 중 하나인 증편은 전통적으로 생막걸리를 사용해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제조된다. 증편은 발효 과정에서 남도의 향토적 특징이 살아나는 떡으로, 그 부드러운 식감과 깊은 맛은 오랜 시간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왔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떡은 단순히 전통을 따르는 것만으로는 상업적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현대 소비자들은 전통적인 맛뿐만 아니라 편리성, 저장성, 포장 디자인 등 다양한 요소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떡이 제사나 명절과 같은 특별한 날에만 소비되었지만, 이제는 일상적인 간식이나 식사 대용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증편과 같은 전통 떡은 짧은 유통기한과 빠르게 굳는 특성 때문에 소비자가 즉시 소비해야 하며, 이는 상업적 유통과 장기 보관에 있어 큰 제약이 되어왔다. 또한 기계화된 대량 생산이 어려워 생산 비용이 높고, 포장과 디자인에서 현대적 감각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와 같은 문제로 인해 소비자들이 떡보다는 더 보관이 쉽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빵이나 과자와 같은 대체 간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젊은층은 전통적인 맛에 대한 선호도가 낮고, 독특하고 새로운 맛과 편리하게 휴대할 수 있는 포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증편과 같은 전통 떡의 시장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낮아진 상황이다.

남도 떡 역시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맞춰 새롭게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남도에서 생산되는 떡들은 이제 전통적인 방식뿐 아니라 기계화된 공정을 도입해 생산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생산된 떡은 더 대중적인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되었으며, 대규모 유통도 가능해졌다.

특히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떡 제품들이 남도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과거에는 증편이나 설기떡과 같은 전통 떡이 주를 이루었지만, 오늘날에는 떡도 현대화 됐다. 나주에서는 과일을 활용한 과일 한입 떡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순천 지역에서는 쫄깃한 식감이 돋보이는 아이스 호두 송편이 젊은층의 관심을 받고 있다. 여수에서는 치즈 크림 인절미와 같은 퓨전 떡이 관광객과 현지인들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다. 해남의 모시 송편은 전통을 살리면서도 색다른 포장과 함께 상품화되어 전국적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진도의 홍주 송편은 지역 명주를 접목한 고급스러운 맛과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광수발효떡
●떡 산업의 가장 큰 과제, 저장성과 유통

떡 산업의 발전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저장성 문제다. 떡은 시간이 지나면 쉽게 굳어버리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짧고, 이로 인해 상업적 성공을 이루는 데 제약이 많았다. 떡을 갓 만들었을 때는 부드럽고 쫄깃하지만, 하루만 지나도 딱딱해지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떡집은 새벽에 떡을 만들어 당일에 소비해야 했다. 명절 대목 때는 새벽 3시부터 떡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하는데, 이 같은 구조로는 떡 산업의 대규모 유통이나 장기 보관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은 획기적인 ‘굳지 않는 떡’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떡이 굳는 현상을 늦추는 방법으로, 저장 기간을 최대 6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어 떡의 유통과 판매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술은 이미 여러 떡 제조업체에 도입되었으며, 떡을 간편하게 구매하고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게 되어 떡의 상업적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한귀정 농촌진흥청 지역농산물안정소비기반연구단장은 “굳지 않는 떡 기술은 떡 산업에 혁명을 일으킬 중요한 발명입니다. 이 기술을 통해 남도의 떡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심은팥기정떡
●전통과 현대의 조화, 남도 떡의 미래를 열다

남도 떡이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적인 변화에 발맞춰 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이다. 전통적인 떡은 그 자체로 소중한 문화유산이지만, 상업적인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더 나아가 품질, 맛, 가격, 포장, 편리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제품이 필요하다. 남도 지역에서도 이를 위해 새로운 떡 제조 기술과 다양한 맛, 모양의 떡을 개발하고 있으며, 대중화와 고급화를 동시에 이루기 위한 전략을 세워가고 있다.

또한 남도 떡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세계적으로 쌀 가공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떡 역시 한국을 대표하는 K-푸드의 하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남도의 전통 떡을 활용한 퓨전 떡이나 고급 디저트 떡 제품들은 외국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으며, 이를 통해 남도 떡이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 날도 멀지 않았다.

한 단장은 “남도의 떡이 전통의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변화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발전해 나가고 있는 지금, 떡은 단순한 간식을 넘어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알리는 매개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전통과 현대를 잇는 떡 산업의 발전은 지역 경제에도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남도의 떡이 국내외에서 더 널리 사랑받길 기대합니다”라고 말했다.
최동환·송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