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재선거 휘어잡은 ‘쩐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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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호남 재선거 휘어잡은 ‘쩐의 전쟁'
영광·곡성군수 후보 '지원금' 공약 남발
강종만 전 군수 '100만원 지급'서 시작
"미래 위한 실현 가능 공약 발굴해야"
  • 입력 : 2024. 10.06(일) 17:20
  •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
10·16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3일 야 3당 대표가 총출동해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뉴시스
10·16 재보궐 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영광·곡성군수 선거에 나온 후보들이 제각각 현금성 지원 공약을 쏟아내면서 ‘선심성 공약’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욱이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 상황에서 군민당 100만원대 지원금은 ‘흔들리는 기반을 더욱 악화시키는 격’이라는 우려도 낳고 있다.

6일 지역 정가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장세일 후보 ‘영광사랑지원금 100만원’, 조국혁신당 장현 후보 ‘영광행복지원금 120만원’, 진보당 이석하 후보 ‘영광군민 수당 100만원’, 무소속 오기원 ‘신재생에너지 공유제 100만원’ 지급 공약 등 영광군수 재선거 후보들은 각기 다른 이름의 기본소득 공약을 발표했다.

민주당 장 후보는 “영광군민 1인당 연간 예산은 1500여만원 수준으로 이 중 100만원을 절감하면 충분히 기본소득(지역화폐)을 지급할 수 있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8일 영광 방문 당시 선거 후 영광군과 정책협약을 통해 영광군을 기본소득 실현지로 만들어 보이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규모가 가장 큰 혁신당 장현 후보는 영광에 소재한 한빛원전에서 내는 지역자원시설세로 상당 부분을 충당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원전에서 나오는 지원금은 우리 군민 모두에게 생명 수당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모두 함께 똑같이 나눌 수 있다”며 “여기에 순세계잉여금을 합하면 군민 1인당 행복지원금을 충분히 충족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진보당 이석하 후보는 평균 사용률 20% 미만의 기금을 재조정해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그는 “영광군 예결산 오차율을 현행 35% 수준에서 12%로 낮추고 5억원 이상 불용 처리 예산 70개 사업 1000억원을 재평가한 후 650억원 규모의 기금 중 평균 사용률 20% 미만 기금을 재조정하면 군민 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에서는 ‘혹 할만한 내용이지만 현실적이지 않다’는 분위기다.

지난 8월 기준 영광군 전체 인구는 5만1432명으로 1인당 최고 120만원을 지급하려면 617억원이 소요된다. 각 후보들이 내건 한빛원전·예산기금재조정 등으로는 가용 금액이 부족한데다, 이행을 위한 제도적 처리 과정도 순탄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한빛원전이 한해 내는 지역자원시설세는 500억원으로, 이마저도 목적세로서 사용처가 상당 부분 강제된다. 여기에 영광은 전국 229개 지자체 중 재정자립도 163위(11.7%)로 시설 유지 등 기존 행정 처리도 버거운 상황이다.

영광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난 2022년 강종만 전 군수가 ‘군민행복지원금 100만원’ 현금성 공약으로 무소속 파란을 일으켰다”며 “이를 기억하는 후보들이 모두가 다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500억 가량의 지방교부세가 영광에 배정돼 추가 예산이 필요 없는 특수성이 있었다. 지금은 대부분 군민 혈세를 가용해야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귀띔했다.

곡성군수 재선거에 나선 후보들도 국민의힘을 제외하고 모두 ‘기본소득’을 공약에 올렸다.

민주당 조상래 후보는 ‘기본소득 50만원 지급’, 혁신당 박웅두 후보는 민주당보다 더 많은 ‘곡성행복지원금 100만원’을 약속했다. 국민의힘 최봉의 후보는 당론을 따라 공약을 제외했지만, 저출산 극복을 명분으로 출산지원금 1억원 상향을 내걸었다.

조 후보는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인구소멸지역 활성화 기금과 예산 절약 등으로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방안을 제시했다.

박 후보는 지방소멸 기금, 각종 수당 재조정을 통해 기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곡성군의 경우 인구수 2만7000명 기준, 50만원을 지급할 시 135억원, 100만원 지급 시 27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다만 곡성은 앞선 영광보다 더 뒤떨어진 9.3%(172위)의 재정자립도를 보이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녹록지 않다.

전문가들은 재정이 열악한 농어촌 지역의 예산을 두고 벌어지는 현금성 공약에 ‘부정적 나비효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공회대 정치학 교수는 “‘기본소득’의 절대적 원칙은 그만큼 가용 재원이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매년 들어가던 고정 예산을 삭제·이동하는 건 건강한 정책이 아니다”며 “당장은 보이는 금액이 있으니 반길 수 있겠지만, 결국 다 세금이 들어가는 일이다. 현실에 맞는 공약인지, 지역의 미래에 악영향은 없는지 등을 면밀히 따져 판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