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행위예술의 거장 오를랑 광주서 첫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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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프랑스 행위예술의 거장 오를랑 광주서 첫 특별전
G.MAP ‘오를랑 하이브리드:AI’
광주비엔날레 30주년 개막 특별전
대표작 성형수술 퍼포먼스 시리즈
여성으로서 주체적 신체 자아 인식
광주전시 미래기술 결합 주제 확장
  • 입력 : 2024. 09.09(월) 16:06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프랑스 행위예술의 거장 생트 오를랑이 지난 5일 개막한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특별전 ‘오를랑 하이브리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나이, 성별에 제 모습을 가두고 싶지 않아요. 예술을 통해 비로소 저를 둘러싼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프랑스 행위예술의 거장 생트 오를랑이 광주 첫 전시로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에서 ‘오를랑 하이브리드:A.rtistic I.ntelligence’전을 선보인다. 전시 개막일인 지난 5일 전시장에서 만난 오를랑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이경호 G.MAP센터장과 과거 협업 인연으로 광주에서 첫 전시를 G.MAP에서 열게 됐다. 한국에서는 이전에 서울과 부산에서 작품을 선보인 적이 있는데, 광주비엔날레 기간에 초청받아 개인전시를 선보일 수 있어 뜻깊다”며 이번 특별전을 소개했다.

이번 전시는 G.MAP이 지난 7일 개막한 광주비엔날레 30주년 행사를 기념해 기획한 특별전으로 오는 12월 5일까지 이어진다. ‘미’에 대한 신념에 도전하며 자신의 신체를 활용한 행위예술을 선보였던 그녀는 이번 광주전시에서 기후위기, 생태계 공생 등에 관련한 가치관으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확장한다. 미디어아트 특화 전시장인 G.MAP에 작품이 소개된 만큼 홀로그램, 증강현실, AI 등 미래기술을 활용한 콘텐츠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오를랑은 1947년 프랑스 생테티엔 출신으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 거장 예술가이다. 기존의 관습과 전통 속에서 주어진 이름을 거부하고 불어에서 여성형, 남성형도 아닌 오를랑(ORLAN)이라는 새롭게 태어난 자신의 이름을 명명,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견고히 했다. 유전적으로 자연이 준 신체를 저항하고 변형하는 작업을 통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신체 예술의 장르를 개척해냈다.

특히 1990년대 3년간 뉴욕, 파리 등지에서 열린 아홉 차례에 걸친 ‘성형수술 퍼포먼스 시리즈’는 그녀의 대표작이다. 자신의 얼굴과 몸을 예술의 매체로 삼아 변형하고 절개했다. 국소마취를 한 작가 자신이 직접 수술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은 전 세계에 생중계되며 충격적이고 가학적인 방식으로 논란이 됐다. 이를 통해 ‘미’에 대한 개념과 금기시됐던 신체의 훼손이라는 그녀의 예술적 실험은 저항하는 몸, 주체적인 신체성과 자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예술 세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오를랑 작 ‘멸종위기에 처한 북극곰과 재활용 재료와 물건들로 만든 새로운 로봇’.
주목할 만한 것은 오를랑의 작업은 자신의 물리적 육체에만 한정 짓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자신의 신체가 다시 한번 기술을 통해 재명명되는 예술적 활동을 이어 나간다. 1층 전시장에 걸린, 페트병과 플라스틱 등 재생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든 로봇으로 변한 오를랑이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과 포옹하는 사진이 바로 그 예다. 기술 발전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동물들은 작가의 손길로 생기를 띤다. 피카소, 조르주 상드 등 예술가와 시대를 선도한 여성인물들의 모습에 자신의 얼굴을 합성한 오마주 작품들도 눈에 띈다. 스마트폰 QR코드를 통해 작품을 비추면 증강현실로 나타나 춤추는 오를랑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오를랑 작 ‘오를랑의 홀로그램’.
특히 인터넷 이전 시절 프랑스에서 보급된 단말기 미니텔을 활용한 작업을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선보이며, AI로 구현한 기술로써 한국어를 하는 오를랑 홀로그램 신작까지, 다양한 장르와 매체로 그녀의 기술을 활용한 융복합 작품세계를 조망한다. 이번 전시는 오를랑의 작품 세계가 신체미술, 성형수술 퍼포먼스에만 한정됐던 단편적인 해석에서 벗어나 오랫동안 신체를 매개로 기술과 함께한 그녀의 작업 세계에 집중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다.

오를랑은 “내 신체는 예술의 도구로써 사용돼 여러 담론을 형성한다”며 “특히 눈앞에 보이는 시각적인 예술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미래사회의 이슈들을 생각해 내고자 한다. 이번 광주전시에서 기존 ‘미’와 ‘여성’ 대한 고찰부터 전지구적 문제로 당면한 생태적 메세지까지 담아냈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